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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주민 우선 완주군, 주민이 귀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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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선임기자

“과거 정읍부시장으로 일할 때 청사 계단에 군자란(君子蘭)이 있었다. 매번 계단을 오르내리는 나의 눈에는 아름다운 꽃과 잎만 보였다. 그런데 당시 시장께서 군자란 잎을 한번 훑으며 계단을 올라가시더니 ‘먼지가 많이 쌓여 있다’라고 직설하셨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먼지가 단체장 눈에는 보였다. 이것이 문제의식 유무의 차이이다.”

박성일 전 완주군수가 퇴임 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박 전 군수는 왜 후배 공무원들에게 ‘문제의식’을 신신당부했을까.

완주군은 지난 2012년 7월 전주에서 완주로 청사를 이전, 진정한 완주군 시대를 열었다. 완주군 출범 77년 만이었다.  

군민들 자긍심도 컸던 모양이다. 현재 확인되는 당시 분위기는 군청사 개청을 축하한 수목 기증에서 찾아볼 수 있다. 

완주군청사와 중앙도서관 사이 도로변에 마련된 기증수목장에는 13개 읍면 중 7개 읍면 주민이 정성껏 기증한 대추나무, 배나무, 영산홍, 꽝꽝나무, 소나무, 배롱나무 등 여섯그루의 나무와 조경용 거석이 세워져 있다. 

경천면을 대표하는 대추나무에 대추가 주렁주렁 열리면 경천면 사람들은 물론 군민 모두에게 큰 자랑이 될 것이다. 

배나무에 명품 이서배가 큼지막하게 열리면 그 역시 이서면은 물론 완주군의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봄에는 영산홍이, 여름에는 배롱나무에서 피어난 꽃이 군청을 찾는 공무원이며 민원인들을 반갑게 맞이할 것이다.  

하지만 거석을 제외한 수목은 대부분 시름시름 앓다가 죽거나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온실처럼 따뜻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스런 눈길을 받으며 행복에 겨워야 할 군청사 내부의 기증수목들이 10년도 안 돼 병들어 신음하고, 일부는 말라 죽었다.  

8월24일, 소양면에서 기증된 영산홍 철쭉은 고사해 흔적이 없고, 경천면 대추는 중심 수세가 완전히 망가진 채 밑둥 곁가지에서 열린 대추 몇 개가 달랑거리고 있다. 

지난해 빈사 상태이던 배롱나무를 뽑아내고 보식한 배롱나무도 생존 가능성이 낮아 보이고, 소나무며 꽝꽝나무도 수세가 성찮아 보인다. 

10년 전 기증 식재된 후 적어도 직경 25㎝ 이상으로 성장했을 이서 배나무의 경우 본체는 이미 죽어 하단에서 잘렸다. 다행히 그 밑둥에서 뻗어 올라온 곁가지가 봄이면 무성하게 자라나 꽃이며 열매까지 맺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봄을 지나면서 매년 적성병에 걸리는 배나무는 잎과 열매가 흉측스럽게 오염된 채 방치되고 있다.

배나무에서 나타나는 적성병(붉은별무늬병)은 향나무가 중간기주이기 때문에 배나무 주변에는 향나무를 심으면 안된다. 공교롭게도 이서배 서북 100m가량 떨어진 뽕밭 인근에 향나무가 20여그루 심어져 있다. 이는 배나무가 지난 10년간 해마다 적성병에 신음했다는 증거다. 

완주군은 이런 제반 문제를 10년 가까이 몰랐다. 수많은 공무원들이 하루종일 지나다니는 청사 옆길에 심어진 배나무의 고통은 군자란에 쌓이는 먼지보다 쉽게 알 수 있을 일이지만 말이다. 

완주군은 지난해 외부 제보에 의해 이런 문제점을 알게 됐고, 적성병에 걸린 배나무에 약제를 살포하고, 배롱나무는 보식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올해에도 배나무는 적성병에 걸려 신음하고, 배롱나무, 대추나무 등이 고사 직전인 것은 마찬가지다.  

완주군청사 앞에 조성된 널따란 정원은 그야말로 명품이다. 전북지역 어느 자치단체도 보유하지 못한 정원이다. 도로 건너편에 완공단계인 복합행정타운에 조성되는 정원까지 더해지면, 그야말로 잘 다듬어진 숲이나 다름없는 아름다운 공간이 생긴다. 그 곳에서 대부분 조경수는 잘 살고 있다. 하지만 유독 주민이 이름을 걸고 기증한 수목들만 수난을 겪는 이유는 뭘까. 

‘현장 중심’과 ‘주민 우선’, ‘혁신 행정’을 중심에 둔 유희태 군정이 주민을 향해 초점을 확실히 맞추고 있는지, 현장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대로 갖고 있는지 점검할 일이다. 

완주=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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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jhkim@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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