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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작은 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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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수 수필가

작은 풀꽃에는 우주가 있다. 햇빛, 달빛, 눈비, 바람이 모두 담겨있다. 우리는 작은 풀꽃의 깊이를 알아야 한다.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지구에는 큰 나무에서 피는 꽃, 나무는 아니지만 큰 식물에서 피는 꽃들이 있다. 큰 풀꽃들이 있고, 작은 풀꽃들이 무리 지어 피는 꽃들이 있다.

나는 가끔 뒷산 산책길에서 혼자 사는 작은 풀꽃을 만난다. 혼자서 소박하게 피는 작은 풀꽃, 너무 작아서 존재감이 없다. 그 작은 풀꽃은 큰 나무 아래 비탈진 언덕에서 혼자 산다. 그런 작은 풀꽃을 보면서 혼자서 참 힘들겠다고 생각한다. 작은 풀꽃은 아침이면 저녁 내 이슬에 젖었던 몸을 햇볕에 말린다.

작은 풀꽃은 짐승이 밟고 지나가면 그대로 죽을 수 있다. 아예 뿌리까지 갉아 먹으면 그냥 죽을 수 있다. 억센 비가 내리면 물속에 잠겨버릴 수 있다. 다행히 짐승들은 혼자 있는 풀꽃보다는 무리 지어 있는 풀꽃들을 뜯어 먹고, 비탈진 언덕은 물 빠짐이 좋아서 물에 잠기지 않는다.

큰 나무 밑에서 사는 것은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지만, 겨울에는 큰 나뭇가지에서 쏟아지는 눈덩이에 혼비백산한다.

작은 풀꽃은 은은한 향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꿀은 없다. 나비와 벌이 오지 않는다.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

큰 나무는 키가 커서 작은 풀꽃이 말을 걸어도 그의 귀에 닿지 않는다. 다른 풀꽃들과 무리 지어 있으면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텐데, 혼자 있으니 외롭다.

나도 혼자 산책 나와서 이야기 나눌 사람이 없어 작은 풀꽃에게 말을 건다.

 "너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느냐?"

작은 풀꽃은 밤에 별을 본다. 별을 보면서 꿈을 꾼다. 어린 왕자가 사는 작은 별에 가는 꿈을 꾼다.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작기 때문에 작은 풀꽃도 존재감이 있을 것이다. 어떤 때는 꿈속에서 어린 왕자가 사는 작은 별을 향해 훨훨 날아간다.

작은 풀꽃에는 우주가 있다. 햇빛과 달빛, 눈비, 바람이 다 담겨있다.

사람들은 이 우주를 이해하지 못한다. 작은 풀꽃이라고 무시한다.

심성이 좋은 사람들은 작은 풀꽃을 아낀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잡초라고 무시한다. 특히 작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밭이나 밭이 아니라도 근처에 있으면 그냥 뽑아버린다.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안 된다고 생각되면 가차 없이 뽑아 버린다.

작은 풀꽃 하나쯤 희생시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작은 풀꽃 하나에 우주가 담겨있다는 것을 모른다.

내가 만나는 작은 풀꽃은 봄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서 여름까지 가다가 가을에는 꽃도 시들고 줄기와 잎도 말라서 뿌리만 남아 겨울을 준비한다. 눈 속에서 남은 뿌리로 생명을 유지해서 다음 해 봄이 오면 다시 꽃을 피운다.

이런 끈기의 작은 풀꽃을 사랑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더 자연성 있는 세상으로 만들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작은 풀꽃같이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그들이 작은 풀꽃처럼 끈기 있게 살 수 있도록 아껴 주어야 한다.

박동수 수필가는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전주대 부총장을 역임했으며 전북수필문학상, 전주시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선집 ‘햇살에 기대어 바람에 기대어’등을 상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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