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역시 서울이었다. 명실공히 한반도에서 가장 특별한 곳이라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광복 직후 행정구역 명칭에 굳이 ‘특별(特別)’이란 단어까지 붙였다. 이후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에 직할시·광역시의 명칭이 부여됐지만 20세기까지 ‘특별’이 붙은 행정구역은 서울특별시가 유일했다.
21세기 들어 ‘특별한 곳’이 늘었다. ‘호칭(명칭) 인플레이션’이 행정구역에까지 확장된 것이다. 지방자치법과 각각의 특별법을 근거로 특별자치시·도가 잇따라 출범했다. 고도의 자치권 보장과 특례 지원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2006년 제주에 이어 세종(2012년)과 강원(2023년)이 각각 특별자치시·도가 됐다. 그리고 지난 18일에는 전북특별자치도가 공식 출범했다. 서울을 제외하면 4번째 특별 광역자치단체다. 여기에 경기북부와 충북에서도 특별자치도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물론 대한민국에 특별하지 않은 곳은 없다. 하지만 희소성이 없는 특별은 무색해진다. 별로 특별하지 않게 된다.
민선 7기 전주시가 공을 들였지만 실패한 ‘특례시’도 2022년 1월 일제히 출범했다. 인구 100만 이상인 대도시가 기초자치단체의 법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에 준하는 행재정적 권한을 부여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지방자치단체다. 경기도 고양과 수원·용인, 그리고 경남 창원시 등 모두 4곳이 특례시가 됐다.
이렇게 명칭에 새로 특별, 특례가 붙은 자치단체는 정말 특별해질 수 있을까? 18일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 도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전북은 중앙정부의 특별한 재정지원과 각종 규제완화, 행정특례를 통해 지역발전에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 특별자치도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지난해 말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도민의 기대도 커졌다.
그다지 특별할 게 없다. 중앙정부로부터 다양한 재정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재정특례’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특별법에 핵심이 빠졌다. 대규모 지역발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아 원대한 꿈만 꾸다 허무하게 무산된 경우가 허다했다.
대한민국에서 수도권 밖은 모두 벼랑이다. 지금 특별한 곳, 위기에서 안전한 곳은 메트로폴리스 서울을 중심에 둔 수도권뿐이다. 특별시 서울은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다가 수많은 위성도시와 신도시를 아우르는 매머드 생활권, 수도권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곳에 대한민국 전체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 있다. 저출산 시대,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까지 겹친 지방은 소멸 위기다. 결국 수도권공화국에서 균형발전 정책으로 내놓은 초광역권 전략 중 하나가 특별자치도다. 특별자치도가 됐다고 해서 특별한 기회, 새로운 시대가 바로 열리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만들고 열어야 한다. 바뀐 명칭처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지역정치권과 도민의 몫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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