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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멈춰버린 예술강사 지원사업, 이제 전북교육청이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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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영(문화예술교육가, 어린이희곡작가)

외국인들이 한국을 떠올릴 때 먼저 생각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비빔밥 같은 음식일까?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일까?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지난 4월에 발표한 ‘2024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3년 기준)에서 1위는 ‘K-POP’이었고,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방탄소년단(BTS)을 꼽았다. 문화예술의 힘을 알려주는 단적인 예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출범하면서 시작됐다. 19년 동안 한국은 초·중·고등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시행하며 공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의 인적·물적 기반을 꾸준히 쌓아온 것이다. 그사이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방탄소년단, 드라마 <오징어 게임>, 영화 <기생충> 등 세계에서 주목받은 콘텐츠를 생산했다. 

한류의 밑거름인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정부가 내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을 72%나 삭감한 것이다. 이기헌 국회의원실이 문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예술강사 사업 예산은 80억 8,700만원으로, 사업운영비와 처우 개선비가 각각 42억 500만 원과 38억 8,200만 원이다. 이 중 예술강사 인건비는 0원이다. 이 사업은 국고와 지방비, 지방교육재정으로 편성되는데, 전북은 지방비마저 책정되지 않아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총 8개 분야로, 국악, 무용, 연극, 영화, 공예, 만화·애니메이션, 디자인, 사진이다. 전북은 778개 학교 중 599개 학교에 358명의 강사가 파견된다. 교육청마저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다면 전북 지역 학교의 약 77%가 이 사업을 못하는 것뿐 아니라, 358명의 예술강사도 일자리를 잃는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 훼손이다. 시 지역을 제외한 도내 지자체는 예술 관련 학원도 적고, 도시와 거리가 멀어 학교에서 직접 예술 강사를 섭외하기도 무척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수도권과 교육 격차가 벌어지는데, 예술가들이 도서·산간 지역의 학생들을 직접 찾아갔던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을 멈추면 전북은 문화예술 소외지역이 아니라 ‘문화예술 폐쇄지역’이 된다. 

초·중·고등학생에게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은 참여를 넘어 예술 행위와 예술작품 생산으로 이어진다. 이 사업이 사라지면 학생들은 단순한 구경꾼으로 전락하며,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행복권을 박탈당한다. 방탄소년단 구성원 중 한 명이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으로 무용 수업을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는 고백은 학교의 문화예술교육이 학생들의 꿈과 미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가를 말해준다. 

2005년부터 2023년까지 진보와 보수 정권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예산은 그대로 유지됐다.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최소한의 양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내년에 지방교육재정이 책정되지 않는다면 전북특별자치도는 통째로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사각지대가 된다. 현 정부는, 정권의 뒤바뀜에도 문화예술교육이 공교육으로 유지됐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강사 사업 예산을 복원·증액해야 한다. 또한, 진영 논리와 여야 대치, 정치적 해석과 관계 없이 학생들이 온전히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도 적극 나서야 한다. 

/김정영(문화예술교육가, 어린이희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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