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 “군산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정부 결단이 필요하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가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해 온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조성 사업’이 장기 표류의 기로에 서 있다.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지역 조선 산업 회생의 핵심 동력으로 떠올랐던 이 사업은 정부의 지지부진한 움직임 속에 사실상 교착상태에 빠진 것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수년간 발로 뛴 전북자치도와 군산시의 노력과 지역민들의 기대와 열망은 정부의 흐릿한 의지 때문에 허공에 흩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대로 두고 볼 수 없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는 단순한 지역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다. 조선업 기반이 붕괴한 전북자치도와 군산이 생존을 걸고 도전하는 일이다. 이는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 구조에 맞서 대한민국 산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제조업의 뿌리를 지키려는 시도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태도는 무관심 그 자체다. 재정 지원은 감감무소식이고, 사업 타당성 검토는 끝이 없다. 이런 모습이야말로 지방을 철저히 외면하는 중앙정부의 민낯이다. 전북은 이미 ‘새만금 자동차수출복합센터’ 좌초라는 아픈 선례를 경험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뚜렷한 수요 분석과 시장 연계 전략 없이 추진된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부지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고, 행정 성과를 앞세운 전시 행정의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마저 같은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군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이후, 군산은 경기침체와 고용 위기를 온몸으로 감내해 왔다. 지역 산업생태계는 위축되었고, 인구 유출과 소상공업 붕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그 긴 그림자를 되돌릴 유일한 기회가 바로 이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다. 고부가가치 특수선박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에 있고, 한국 조선업의 기술력은 충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정부는 더 이상 이 사업을 단순한 검토 대상처럼 취급하며, 지자체와 줄다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국가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수도권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 기반을 조성해야 할 때다. 더는 핑계도, 회피도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운영 전략과 확실한 수요 기반, 그리고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다. 정부는 말로만 ‘지역 균형발전’을 외치지 말고,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를 통해 그것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재정 투입을 늦출 이유가 무엇인가. 수요 검토, 입지 분석, 사업 타당성 등은 이미 수년간 검토되었다. 문제는 실현 의지다. 행동이 없으면 의지도 없다.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전북자치도와 군산시 역시 중앙정부의 책임만을 탓하며 방관해서는 안 된다. 더 강하게 요구하고,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정부 탓만 하며 기다릴 시간이 없다. 실현 가능한 사업 타당성 확보는 물론, 글로벌 수요 분석, 기술 고도화 계획 등 보다 정교한 청사진을 정부에 제시해야 한다. 또한, 조선 기자재 기업들과의 협업 모델, 지역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는 군산만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 조선업의 미래 경쟁력을 되살릴 시험대이며, 지방 제조업의 부흥을 알릴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책임을 나누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