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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숙 첫 수필집 '자전거 소풍가네' 출간

성실한 텍스트 읽기와 쓰기로 균형 잡힌 글을 써온 임인숙 시인이 첫 수필집 <자전거 소풍 가네>(출판하우스 짓다)를 펴냈다. 1998년 고향 정읍 산내면으로 귀향한 시인은 꽃 농사를 지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다. 시인은 점차 소멸되고 있는 고향과 이웃을 기억하기 위해 일상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들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펼쳐낸다. 임인숙의 글이 시작되는 시공간은 실로 다양하다. 분꽃 향기 피어나던 저녁 어느 집 안, 영화를 보던 가설극장, 성남 언니와 함께 토란꽃을 찾기 위해 방문한 산과 들녘. 이러한 고유의 추억들은 저자의 문화적 지식과 만나 각각 한편의 깊은 울림을 준다. 지극히 일상적이고 사적인 글이지만, 그 안에서 위로와 감동을 얻는 것은 물론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이 수려한 글로 변모하는 마법 갚은 필치가 고루 담겨 있다. 문학에 대한 저자의 한결같은 애정과 뜨거운 마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멀리 라오스에서 노동 이민을 온 근로자의 사연까지 우리 이웃들의 희노애락을 엿볼 수 있는 36편의 글을 읽을 수 있다. 천세진 문화비평가는 추천사에서 “보이는 것의 귀퉁이를 본 증언과 보이지 않는 것의 소리까지를 받아들인 증언이 세상에는 함께 산다”며 “시인의 수필집은 깊은 증언이 이룬 숲이다. 오래전에 떠난 사람들이 돌아와 제자리에 앉아 있고, 오래전에 끝났으리라 생각했던 이야기들이 이제 겨우 달구어져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깊은 증언만 있어서 하나도 소란스럽지 않은데, 영원히 죽지 않는 이야기들이 모두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정읍 산내 출생인 임인숙 시인은 계간 <문예연구>에서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수필과 비평> 수필 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아름다운들꽃세상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7

잊혔던 옛이야기, 우물 속에서 다시 피어나다

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오래된 추억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김란희 작가의 신작 <우물이야기>(도서출판 비공, 그림 전현경)는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닌, 인간의 마음과 세상의 이치를 담은 깊은 이야기로 삶의 본질을 되묻는 작품이다. 책은 담백하고 정갈한 문체 속에 ‘인심에 따라 우물에서 단물과 짠물이 나온다’는 전래동화의 지혜와 신비를 품고 있다. 작가는 오랜 세월 마을의 중심이자 생명의 근원이 되어온 ‘우물’을 상징으로 삼아, 인심(人心)과 천심(天心), 그리고 순수한 동심(童心)이 어우러진 세계를 그려낸다. 우물은 물을 길어 올리는 장소이자 기억을 길어 올리는 공간으로, 세대와 세대를 잇는 매개이자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통로로 등장한다. 작품은 할머니가 들려주는 구수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잊혔던 옛날이야기가 다시금 우물 속에서 살아 숨 쉬듯 피어나며, 김 작가는 사라져가는 말과 정서, 옛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을 우리 고유의 언어로 복원한다. 단순한 향수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삶을 성찰하는 깊은 울림을 담아낸다.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우물에 대한 향수를 품은 어른 독자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작품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 속에서 잊혀가는 ‘이야기의 힘’을 일깨우며, 메마른 일상에 ‘다시 물을 긷는 마음’을 건넨다.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는 오래된 우물가의 물소리처럼 잔잔한 회상과 사색 속으로 스며든다. 원종찬 아동문학평론가는 “민심, 천심, 동심이 한데 어우러진 인상 깊은 작품”이라 평하며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독자들에게 삶의 근원적 물음을 던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실의 건조함 속에서도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잊지 않게 해주는 귀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림을 맡은 전현경 작가는 김란희의 글에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붓터치를 더해 이야기에 깊은 여운을 더했다. 우물가의 물결, 마을 사람들의 정겨운 표정, 별빛이 스며드는 밤하늘은 모두 할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고 정겹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처럼 감각적인 조화를 이루며, 독자에게 시각적 위안과 정서적 울림을 전한다. 김 작가는 “가난한 집 셋째 딸로 태어나 벗들과 책이 있어 깜냥껏 컸다”며 “글과 책이 좋아 가난한 시인의 아내가 꿈이던 적도 있었다. 세월이 흘러 원고지를 보면 여전히 뛰는 가슴을 발견하고 묵묵히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어 “살아생전 책 한 권 낼 수 있을까 싶던 때, 우연히 좋은 기회를 만나 이렇게 책을 내게 돼 행복하다”며 “제 글에는 외국인 아내, 폐지 줍는 어르신, 시민 활동가, 외로운 아이 등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마주치는 결핍을 품어줄 따뜻한 마음을 담고자 했다. 앞으로도 일가 보면 따뜻해지고 푸근해져서 안심하고 세상을 살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을 줄 수 있는 글 쓰기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 출신인 김 작가는 현재 나고 자란 전주에서 문화해설사로 손님을 맞고 있으며, 전주서학예술마을에서 다양한 예술을 일상에서 누리며 살고 있다. 그는 1991년 8.15범민족대회 청년통일문학상공모전에서 동화<까치와 까마귀>로 통일상을 수상했고, 2005년 창비어린이 9호에 <외삼촌과 누렁이>로 등단했다. 저서로는 동화집 <금딱지와 다닥이>가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10.22 18:37

백제시대 학자, 왕인 생애 다룬 그림책 '별을 찾는 아이'

아스카문화를 꽃피운 백제시대 학자 '왕인 박사'의 생애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쓴 그림책 <별을 찾는 아이>(책마을해리)가 출간됐다. 김진 아동문학가와 오치근 그림 작가가 합심해 펴낸 이번 책은 일본에 천자문과 논어를 가지고 가 일본 문화에 일대 혁신을 일으킨 ‘왕인’이라는 인물을 조명한다. 영암이라는 작은 도시에는 왕인과 이어진 ‘왕인박사 사당’과 ‘유허비’ 같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책의 화자는 ‘온이’라는 아이다. 아빠와 별똥별을 보러 간 주인공 온이는 왕인박사 채굴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별에 왕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겠다고 다짐한다. 순수한 어린이의 눈높이로 풀어낸 책은 역사와 우주, 꿈을 연결해 진한 울림을 전달한다. 특히 왕인박사의 가르침과 영암의 역사를 상상력 자극하는 그림들과 함께 엮어내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200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진 작가는 2013년 <강물로 거슬러 오른 고래 한 마리>로 제3회 열린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럭키 파트라슈> <노래하는 여전사 윤희순> <범내려온다> <세종대왕을 찾아라> <이순신을 찾아라> 등을 출간했다. 특히 <세종대왕을 찾아라>는 2학년 2학기 초등 인물 교과서에 수록됐다. 그림을 그린 오치근 작가는 섬진강 지리산이 빚은 구례 작은 마을에서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그린 책으로는<오징어와 검복> <집게네 네 형제> <개구리네 한솥밥> <평화의 돌> <해치> <흑등고래, 생명 무늬로 피어요> <나는 기다려요> 등이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아빠랑 은별이랑 섬진강 그림여행> <아빠랑 은별이랑 지리산 그림여행>, 가족이 함께한 <초록비 내리는 여행> <언제 어디서나 자연미술놀이> 등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22 18:3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정숙인 작가-'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

◦선택하지 않은 것들 때때로, 세상의 어법이 해독되지 않을 때가 있다. 내가 접하는 상황이나 기분 때문인지, 권력적 구조 때문인지 경계가 모호할 때 그렇다. 그럴 때면 이 세계가 너무 거대하고 무거워서 막막하다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언어가 가진 자의 것이라면, 약하고 소수인 누군가는 무엇으로 말하고 버텨야 하나. 어떻게 나를 표현하고 주장할 수 있을까. 먹고 싶은 반찬이 무엇인지 묻지 않기 때문에 선택할 수도 없다. 머리카락을 기르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짧은 머리의 미소년이 되어야 했다는 깨달음도 얻는다. 삶에 선택되었을 뿐 그녀는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현실을 인식하는 나날을 살아왔다. 그녀, 누구도 장애를 선택하지 않았다. 시설 안에서의 장애인은, 다수의 중증장애인을 사회복지사 1인이 지원하는 구조 때문에, 개인이 불편해야 다수가 편하다는 암묵적 수용을 한다. 그렇게 불편함을 견딘다. 억압과 해방을 주는, 몸과 맘을 이루는 나의 물질로 이루어지는 세계에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장애는 삶의 아주 작은 한 부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또 생(生)의 전부라서 나의 모든 것을 옭아매고 만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상황일 때는 사람과의 관계나 일상이 모두 예민해진다. 현재의 장애가 감기처럼 지나가지 않는다면, 평생 그 예민함 속에 살 수밖에 없다. ◦‘온전한 나’라서 『나에게 새로운 언어가 생겼습니다』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남의 문제’로 여기는 ‘나의 문제’이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와 태도에 대해 다시금 성찰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삶의 이야기이다. 임은주, 국화, 미숙, 차지숙, 이지숙, 정아, 최송아, 모두 일곱 명의 그녀가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나와 너의 기록으로 완성한 손바닥 에세이다. ‘가족의 선택으로 시설에서 오랜 시간을 살아’오거나 할머니와 살아온 시간이 더 많던 그녀. ‘늘 남의 시선이 먼저’ 보였던, ‘민폐 끼치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그녀. ‘온전한 나’로 살고 싶은 마음이 담긴 솔직한 이야기는 ‘일곱 개의 새로운 언어’로 드러난다. 인생이란 스스로 ‘밀어야만 열리는 문’이라는 성장기를 완성해 냈다. 한때 좌절했으나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니까. 타인의 장애나 고통을 나누지 못하는 사람의 말은 일회성 위로일 뿐일 수 있기 때문에, 내가 나를 속이며 스스로 ‘나의 분석가’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 그녀. 그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의 간절함이 더해져서 어떤 장애, 역경에도 정직하게, 현상을 돌파하는 지혜로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는 답을 얻기까지 그녀들은, 참 얼마나 아팠을까. 거울을 보고 조심조심 발라도 지멋대로 발라지는 게 장애 때문이라던 생각을, ‘원래 내 생김새’라며 자신에게 ‘예쁘다, 귀하다’ 말을 건네는 그녀. 늘 글을 배우고 싶었지만, 손이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포기하던 그녀가 남편에게 투정을 부리는,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은 그녀. 결혼과 이혼, ‘평화로운 하루를 좀 더 빨리 갖지 못한 것’을 꼽는 그녀의 마음을 따라갈 때 우리도 함께 안타까워지고. 그런 그녀가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활동가이자 인권 강사이며 상담가인 다니엘을 만나며 ‘누군가가 나로 인해 행복해지는’ 꿈을 다시 꿀 때는 우리도 그녀와 함께 행복해진다.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지 않을 때 그가 잃어버린 오늘은, 우리의 내일로 온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절망이 아니라 나의 절망이고, 너의 절망인 채로 두어서는 안 된다. ‘타인의 시선이 곧 나의 시선’이므로, ‘그들의 시선을 판단하는 것은, 내 시선’이므로 ‘편견의 족쇄를 푸는 열쇠는 내 눈에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한다. 정숙인 작가는 2017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백팩'으로 등단했다. 작품으로는 몇 편의 단편소설과 채록집 <아무도 오지 않을 곳이라는, 개복동에서>(2017)가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10.22 18:34

버려진 산업유산, 디지털 예술로 다시 태어나다⋯황등석산 ‘달콤한 변신’

익산 황등석산이 문화와 예술의 감각으로 되살아났다. 한때 채석장이던 공간이 애니메이션과 디저트를 결합한 체험형 예술 콘텐츠로 재탄생해 지역 산업유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산업의 흔적이 남은 거친 석산이 디지털 기술과 창의적 상상력 속에서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변신한 것.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오는 25~26일 열리는 ‘2025 돌돌잔치’에서 황등석산을 배경으로 한 체험형 애니메이션 콘텐츠 ‘황등크래프트’를 선보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재)전북콘텐츠융합진흥원이 주관하는 ‘신기술 활용 지역 현안 해결 콘텐츠 개발·제작 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제작됐다. 황등석산은 한때 익산을 대표하던 석재 산업의 중심지였으나 산업 침체로 기능이 줄어들면서 도시의 폐허처럼 남은 공간이었다. 익산시는 이곳을 문화예술, 관광, 산업자원으로 개발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토스트는 그 과정에서 ‘문화적 감성’을 불어넣는 역할을 맡았다. 그 결과 ‘황등크래프트’는 산업유산의 이미지를 디저트라는 달콤한 소재와 결합해 부드럽게 재해석한 체험형 콘텐츠로,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오감을 통해 즐길 수 있게 마련됐다. 실제 프로그램은 △이동형 테이블 맵핑 애니메이션 관람 △크럼블즈 캐릭터 쿠키 컵케이크 만들기 △삽 모양 스푼으로 즐기는 시식 타임 △한정판 타투스티커 증정 및 포토존 운영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콘텐츠에 공간 제약 없이 실시간 상호작용이 가능한 ‘이동형 레이더(프로젝션) 맵핑 시스템’을 적용해 몰입감을 높였다. 대형 공연장이나 건물 외벽에서만 볼 수 있던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소형화해 이동 가능하게 만든 것으로, 향후 학교·유치원·체험관·박물관 등 다양한 공간으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장인복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대표는 “황등석산을 단순한 산업유산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성과 예술적 상상력이 자라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다”며 “가족이 함께 즐기며 지역의 자연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로서 현장형 콘텐츠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첫 시도라 시행착오도 많지만, 이 과정이 지역 문화산업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스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지만,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년 인재들이 함께하고 있다. 대표는 “전북은 애니메이션 산업 기반이 아직 약한 지역이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우리 지역에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다”며 “앞으로는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재들을 지역에서 품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1 17:49

여덟 가지 예술풍경으로 빚어낸 '미래문화축제 팔복'

기술을 키워드로 한 예술작품은 기술혁신을 넘어 오늘의 인간과 사회를 향해 질문을 던진다. 전주문화재단이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일대에서 개최한 ‘미래문화축제 팔복’은 이러한 명제를 관통한다. 1년 전 전주시와 함께 전통과 미래, 문화를 결합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된 축제는 일 년 새 전국 단위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입증했다. 21일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3일간 진행된 축제에는 약 3만 5000명이 방문했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지난해(2만5000명 방문)보다 1만 명 증가했다. 축제는 ‘팔복팔경’을 주제로 8개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전통문화 요소와 현대 미디어 아트를 결합한 전시부터 첨단기술을 접목한 실험적인 공연까지 다채로운 콘텐츠가 오감을 자극했다. 특히 전국 공연계의 최신 흐름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전주예술난장은 무대 해체와 경계 허물기를 통해 ‘지속 가능한’ 예술 축제로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전주예술난장은 서로 다른 관점과 형식이 부딪히는 지점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려는 문제의식을 담아내며 큰 호응을 얻었다. 서커스와 마임, 마술, 음악 댄스, 버블 등 거리예술부터 전통 유희 공연과 업사이클링(새활용) 악기 체험 등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해 관객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소리를 공연 예술의 새로운 언어로 확장하는 시도가 돋보였던 ‘타악그룹 언락’과 언어를 절제하고 행동과 표정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정서를 공유한 차력단 ‘둥당애’공연은 축제의 유쾌함을 더했다. 타악기라는 한정된 악기로 소리의 다채로움을 표현하며 독창적 예술 세계를 개척하고 있는 타악 퍼포먼스 그룹 아퀴는 지역성을 품으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미래문화축제 팔복’의 정체성을 선명히 각인시킨 디지털 헤리티지 전시도 축제 기간 내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시에는 센서 기반의 반응형 전통 댄스 챌린지부터 AI와 감정을 교감하며 입체음향과 전통 회화를 시각화한 설치 작품,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디지털 풍등 체험, 인공지능과 로봇 드로잉 기술로 전통 이미지를 되살린 퍼포먼스 등 미디어 경험을 녹여낸 작품 7점이 소개됐다. 이뿐만 아니라 팔복예술공장 B동 디큐브에 마련된 ‘천년의 숨결, 미래의 빛’미디어아트는 전주의 문화유산을 빛과 소리, 촉각 등으로 융합해 완성한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완전한 몰입 공간을 선사했다. 최락기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올해는 팔복동의 여덟 가지 매력적인 풍경을 뜻하는 팔복팔경을 각각의 장소에서 체험과 공연, 전시로 만나볼 수 있도록 축제를 구성했다”며 “실험으로 만들어낸 창작물이기 때문에 개선할 부분도 존재한다. 미래문화를 키워드로 하는 만큼 완성형 축제라기보다는 진화하고 발전하는 축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1 17:46

'감각을 깨우는 소리 여정'⋯반준혁 피콜로이스트 독주회 개최

명확한 소리와 섬세한 표현으로 주목받고 있는 피콜로이스트 반준혁이 다음 달 8일 오후 6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서 독주회를 열고 ‘소리여정’에 나선다. 이번 공연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2025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피아니스트 이윤희가 함께 무대에 오른다. 무대는 피콜로의 섬세한 음색으로 그려내는 고독과 자연의 숨결로 채워질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기획된 피콜로 독주회로, 피콜로의 예술성과 독주 악기로서의 정체성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연주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플루티스트 한성은과 박지혁이 피콜로 주자로 함께 참여해 줄리아 그렌펠(Julia Grenfell)의 Piccolo Ridicolo를 국내 초연한다. 세 대의 피콜로가 만들어내는 독특한 앙상블은 작은 악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밖에도 Amanda Harberg, P. A. Génin, Daniel Dorff, Mike Mower의 작품들이 연주되며, 피콜로의 다양한 매력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로 관객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반준혁 피콜로이스트는 “작은 악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무한한 가능성과 생동감을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이고 싶다”며 “이번 독주회를 통해 지역 음악계에 신선한 자극을 더하고, 피콜로 독주 무대를 하나의 예술 장르로 확장하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 씨는 전주시립교향악단, 익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전주챔버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으며 전주시립교향악단 인턴을 역임했다. 이후 서울챔버오케스트라, 군포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 충남교향악단 등에서 플루트와 피콜로 객원 주자로 활약하며 연주 영역을 넓혀왔다. 2022년에는 국내 최초로 협주곡으로만 구성된 피콜로 독주회를 열어 주목을 받았으며, 앨런 스티븐슨(Alan Stephenson)의 피콜로 협주곡 전 악장을 국내 초연해 피콜로이스트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현재 전주챔버오케스트라 대표이자 Ensemble LOCO 멤버로 활동하고 있으며, BACH Chamber Players, IRIS Flute Ensemble 단원, Orchestra PAN 수석으로 활약 중이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1 16:56

삶의 빛으로 물든 화폭, 어르신들의 여섯 번째 동행

가을의 정취가 무르익는 계절, 붓끝에 인생의 빛깔을 담은 어르신들의 수채화 작품이 청목갤러리를 물들인다. 양지노인복지관 수채화 동호회 ‘하늘빛 수채화’가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청목갤러리에서 제6회 정기전 ‘하늘빛 수채화전’을 개최한다. 수채화는 채색과 물의 농도 조절이 까다롭고, 한 번 그은 선을 수정하기 어려운 장르로 알려져 있다. 유화나 아크릴화와 달리 실수를 되돌리기 힘든 작업이지만, 회원들은 꾸준한 연습과 인내로 자신만의 표현세계를 구축해왔다. 지도강사 신재철 작가는 “물감과 물의 흐름을 스스로 제어하며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단면 같다”며 “어르신들의 열정과 꾸준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신 작가의 지도를 받아 꾸준히 작업해온 회원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4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품에는 사계절의 풍경과 꽃, 과일, 동물 등 일상 속 아름다움이 투명한 색감으로 담겼다. 봄의 싱그러움, 여름 계곡의 청량함, 가을 들녘의 황혼, 겨울의 고요함까지 삶의 온기를 담백하게 표현했다. 이와 함께 고향의 정취를 담은 시골길, 동백꽃, 모란, 사과, 모과 등 친숙한 소재들이 그려져 관람객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하늘빛 수채화 회원들은 작가 노트를 통해 “평균 나이 일흔셋의 열정으로 붓을 잡아 어느덧 여섯 번째 전시를 맞게 됐다”며 “완성된 작품을 가족과 지인에게 보여줄 때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다시 붓을 들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회원들의 인생이 스민 색채를 함께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하늘빛 수채화’는 2021년 첫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전시를 이어오며 지역 어르신 미술문화 확산에 앞장서왔다. 지난 3년간 △제5회 하늘빛 수채화전(2024, 청목갤러리) △제4회 하늘빛 수채화전(2023, 양지노인복지관) △제3회 하늘빛 수채화전(2023, 청목갤러리) 등을 개최하며 활발한 전시 활동을 펼쳐왔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0 18:39

지원금은 있는데, 쓸 곳이 없다?…박정규 의원, "청년문화예술패스 활성화 방안 모색해야"

청년들의 예술 향유 기회를 넓히자는 취지로 2024년 본격 시행한 ‘청년문화예술패스’의 전북 이용률이 전국 최하위를 기록해 향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북도의회 박정규 의원(임실)은 20일 제42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올 상반기 전북 지역 패스 이용률을 보면 26.4%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며 “반면 전북의 지난해 환수 비율은 25%를 웃돌아 전국 평균(22.6%)을 상회했다”고 말했다. 청년문화예술패스는 청년층의 문화 취향 형성과 문화 소비를 돕고, 지역 문화예술시장 활성화를 목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가 19세 청년을 대상으로 예술 분야 공연·전시 관람 비용을 인당 최대 15만 원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정부가 10만 원, 지자체가 5만 원 등 연간 15만 원을 포인트로 지급한다. 박정규 도의원은 도내 청년들의 패스 이용률 저조 이유로 지역의 구조적 한계를 꼽았다. 근본적으로 정부 정책이 수도권 청년들에게만 혜택이 가도록 설계된 치명적인 한계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패스 사용이 가능한 공연장과 프로그램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정 예매처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청년들에겐 ‘화중지병’에 불과하다”며 “구조적 모순이 결국 도내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북자치도에서 정부 정책의 보완을 요청하고 있지만 요청에만 그치지 말고, 전북도가 도내 청년의 패스 이용률을 향상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전북도는 정부에 패스 사용이 가능한 품목과 예매처 확대, 지역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축제와 문화 행사에서도 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청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와 별개로 패스의 존재를 모르는 도내 소공연장과 문화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해 패스 등록 절차와 수수료 구조 등에 대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정 예매처 등록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일부 보조하거나 소규모 공연이나 단체를 대상으로 등록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대행해 주는 등 수수료와 행정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기별 수요 조사를 하고 장르와 콘텐츠를 정책에 즉시 반영한다면 실제 수요자 참여를 통해 이용률은 자연스럽게 상승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10.20 17:15

전통서예의 틀을 넘다…전주문화재단 '문자유희전' 개최

문자를 예술적 놀이의 대상으로 삼아 전통 서예의 틀을 넘어서는 실험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은 동문창작소 2호점 입주 작가의 창작활동 결과를 공유하는 전시 ‘문자유희전’을 24일까지 공유화음실(동문길 60)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창작소 2호점에 입주한 서예작가 이당 김진호, 청람 최동명의 창작성과를 시민들과 나누기 위해 마련한 자리이다. 두 작가의 서예 작품 2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문자유희전’은 문자를 예술적 놀이의 대상으로 삼아 실험적이고 조형적인 시도를 통한 창작물들을 선보인다. 전통 서예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필법들로 문자예술의 관계성을 제안한다. 이당 김진호는 정제된 필력과 깊은 묵향으로 문자에 담긴 정신성을 탐구하는 작가다. 청람 최동명은 자유로운 구성과 현대적 감각으로 문자에 대한 유희적 접근을 시도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각기 다른 미학적 시선으로 문자에 접근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서예의 본질을 확장한다는 창작 의지를 담고 있다. 전시 기간 동안 동문거리 일대에서는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작가들의 작업공간을 둘러볼 수 있으며 다음달 10일까지 동문거리 상점에서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샵인샵’ 이벤트가 함께 운영된다. 최락기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입주 작가들이 문자라는 매개를 통해 예술적 실험과 성찰을 이어온 결과물”이라며 “시민들이 서예의 새로운 가능성과 깊이를 함께 체험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20 17:07

중년의 삶을 희곡으로 엮다, 누에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

일평생을 ‘삶’이란 무대 위에서 살아온 평범한 다섯 중년의 이야기가 한 편의 희곡으로 피어난다. 완주 복합문화지구 누에가 오는 23일 오후 7시 카페 실마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쓴 인생 희곡을 무대에 올리는 낭독회를 연다. ‘완주, 중년 희곡’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낭독회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주관한 ‘2025년 중장년 인문프로그램’에 선정된 ‘2막학교: 인생은 아름다워(이하 2막학교)’의 일환이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을 짧은 분량의 희곡으로 쓰고 직접 무대에 올리는 참여형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2막학교’는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희곡을 읽고, 쓰고, 낭독하고, 책으로 내는’ 네 가지 세부 과정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기존 희곡 작품 속 다양한 인물을 만나며 자기 삶을 되돌아보고, 개인 또는 팀 단위로 10~30분 분량의 희곡을 완성했다. 주제는 부모와 사랑, 설화, 직업, 친구 등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 결과 전체 참가자 중 열세 명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완주군 역사·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했거나 희곡의 장점을 살려 무한한 상상을 보여 주는 등 중년의 다채로운 빛깔을 선보인 13편의 작품을 완성했다. 김송화의 <생강생강해>,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 박미희의 <창밖의 빛>,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 안채령의 <담치기>, 오영란의 <완주의 두 예인>, 유향덕의 <팥쥐 콩쥐>,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 이덕례의 <맞선>, 이연옥의 <빨강 구두>, 이용현의 <마라톤의 팀플레이>, 정은아의 <나는 문제없어>, 주용식의 <핑계가 되지 않게> 등이다. 이날 낭독회에서는 완성된 13편 가운데 〈팥쥐 콩쥐〉, 〈완주 음식 유람〉, 〈울 엄마의 꽃날〉, 〈맞선〉, 〈10년 후에 우리는〉 등 다섯 편이 무대에 오른다. 유향덕의 〈팥쥐 콩쥐〉는 완주 이서면을 배경으로 고전 〈콩쥐팥쥐〉를 새롭게 각색한 작품이다. ‘팥쥐 엄마의 재혼’과 ‘콩쥐의 혼인’ 등 주요 사건을 통해 재혼으로 갑자기 가족이 된 두 인물이 진정한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은 완주 13개 읍·면의 향토 음식을 소재로 한 창작 판소리로, 국수·순두부백반·한우·화덕피자 등 완주의 맛을 경쾌하게 풀어냈다.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은 94세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평생을 살아온 부모 세대의 인생을 담담히 기록한 작품이다. 이덕례의 〈맞선〉은 가족 간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대화를 통해 세대 간의 온도 차와 유대감을 그렸고,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은 중년에 찾아온 ‘끝사랑’에 대한 서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작품 기획과 구성에는 김근혜·이경옥 동화작가, 최기우 극작가, 최아현 소설가가 멘토로 참여했으며, 정경선 연출가와 조민지·이우송 배우가 무대 낭독 지도를 맡아 완성도를 높였다. 책임 강사로 참여한 최기우 극작가는 “열정적인 도전으로 희곡을 완성한 열세 분의 찬란한 인생 2막을 응원한다”며 “가장 인간적인 언어인 희곡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희망을 향한 두 번째 여행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낭독회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참가 신청은 네이버폼(https://naver.me/Gf0wb9nP)을 통해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20 16:54

조화롭고 즐거운 잔치, 무형유산의 현재와 미래를 잇다

가을빛이 완연한 전주에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가 한데 어우러지는 잔치가 열린다. 사물놀이의 북소리와 판소리의 한이 교차하고, 인공지능으로 되살아난 명인의 숨결이 무대를 채운다. 국립무형유산원은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국립무형유산원 일원에서 ‘2025년 무형유산축전 화락연희(和樂宴熙)’를 개최한다. ‘조화롭고 즐거운 잔치에서 빛나는 기쁨’이라는 뜻의 이번 축전은 전통과 현대, 세대와 세대, 지역과 세계가 어우러지는 무형유산 종합 축제로, 공연·전시·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먼저 23일 오후 7시 30분 진행될 개막공연 ‘무형유산의 시작’에서는 김덕수 명인의 사물놀이를 시작으로, 국가무형유산 남도들노래 보유자 고(故) 조공례의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복원한 ‘명인오마주’가 무대에 오른다. 판소리꾼 겸 가수 최수호의 공연과 전 출연진이 함께하는 대합창으로 축제의 문을 연다. 이어 24일에는 경기민요 보유자 이춘희, 소리꾼 이희문과 그의 그룹 ‘오방신(申)과’가 함께하는 특별공연 ‘잇고 잇다’가 이어지며, 영화와 무형유산의 만남을 보여주는 필름콘서트 ‘조선마술사’도 상영된다. 25일에는 대금산조 이생강, 판소리 고법 김청만, 거문고산조 김무길 등 명인들이 출연하는 ‘명인명창시나위’가 펼쳐진다. 뒤이어 ‘박인선과 장군님들’이 전통 탈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탈의 락, 장군의 굿’을 선보이며 축제의 흥을 더한다. 마지막 26일 펼쳐질 폐막공연 ‘화락, 끝에서 다시 피어나다’에서는 하림과 블루카멜앙상블, 소리꾼 이나래가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대를 꾸며 축제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밖에도 보유자 102명의 작품 233점을 선보이는 ‘제53회 보유자작품전’(23일~다음 달 16일), 대국민 공모전 ‘한지ON: 무형유산을 담다’ 수상작 상영회(24~25일 오후 2시), 영화 ‘왕의 남자’ 필름콘서트(25일 오후 5시30분) 등 전통예술의 다양한 면모를 감상할 수 있다. 체험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가족 단위로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터’, 공예체험이 가능한 ‘열린공방’, 디지털 기술로 무형유산을 체험하는 이동형 ‘이어지교’ 버스, 지역특화 먹거리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국가의 전통음식·음료를 만날 수 있는 ‘팔도흥마켓 & 전통미식한마당’ 등이 축제 기간 내내 운영된다. 세대 간 전승과 국제 교류의 장도 마련됐다. ‘어린이 무형유산 발표회’(24일 오후 2시), ‘재외동포 초청공연’(25일 오후 2시) 등이 열리며, 싱가포르 ‘극장 에스폴라네이드’ 관계자들도 한국 무형유산의 국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축전을 찾는다. 축전의 세부 일정과 사전예약 안내는 국립무형유산원 누리집과 인스타그램(@nihc2014), 무형유산축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10.19 18:13

고하의 선비정신, 문학으로 잇다

순수문학 동인지 전북문학의 통권 300호 발행을 기념하는 문학제가 지난 17일 전북대학교 국제컨벤션센터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가 주관했다. 전북문학은 1969년 7월 고하 최승범 선생이 주도해 창간된 이후 56년 동안 지역문단의 맥을 이어온 대표 문예지다. 고하 선생 생전에는 291호까지 발행됐으며, 2023년 가을호(292호)부터는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가 그 뜻을 이어 계간으로 간행하고 있다. 이번 300호 발행은 향토문학의 지속성과 전통을 기리는 의미를 지닌다. 이날 행사에는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우범기 전주시장, 최병선 전북대총동창회장, 이향아 호남대 명예교수, 이승복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문두근 시인,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조미애 시인, 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 김철규 시인, 유백영 사진작가 등 지역 문인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는 고하 최승범 선생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전북문학의 발행 역사 소개와 축사, 감사패 수여, 문학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이어지는 행사에서는 <전북문학> 300호 발행 기념 축시 낭송과 고하 시 낭송, 이만영 문학평론가의 ‘전북문학 발자취와 지역문학의 아이덴티티’ , 장욱 시인의 ‘고하의 8행 시조 구조 미학’ 강연이 펼쳐졌다. 감사패는 선명기획인쇄 함청 대표와 출판사 시간의 물레의 권호순 대표가 받았다. 올해 신설된 ‘전북문학상’은 장화자 시인과 장욱 시인에게 돌아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송하진·김도영 서예가의 작품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전북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고하최승범문학상은 시(조) 부문 주기쁨, 이윤아, 김상민·전서진·송은영 학생과 수필 부문 정진원, 김자애, 정세은 학생이 각각 받았다. 축사에 나선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고하 선생님을 어려서부터 많이 뵈었고, 전북문학도 창간호부터 구독하고 있다”며 “고하 선생님의 선비정신을 이어받아 전북도와 대한민국의 문학이 더욱 빛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축사에서 “고하 선생님이 이끌어 온 열정과 품이 있었기에 300호라는 유의미한 숫자 달성이 가능했을 것이다”라며 “전주시에서도 말로만 예향이 아닌 진짜 문학의 도시, 예술의 도시, 문화의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병호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장은 “한국현대문학사에서 동인지로서 최장수 최다 발행의 역사를 이룩하게 된 것은 고하 선생님의 문학에 대한 열정과 헌신 덕분”이라며 “고하 선생의 문학정신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고하 최승범 문학전집 발간, 고하 문학관 활성화 등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10.19 16:41

서예가 송하진이 말하는 ‘한글이 주인이 되는 서예’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의 궤적이다. 송하진(73) 서예가의 이력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강암 송성용 선생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전주고와 고려대 법과대학을 졸업한 후 제24회 행정고시에 합격, 그 뒤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전주시장 8년과 전북도지사 8년 등 총 16년 동안 전주시와 전북도를 이끌며 지역 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열정을 불태웠다. 물론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그는 시를 쓰듯 진실하게, 붓글씨를 쓰듯 유연하게 정치를 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거침없이 서예를 쓴다. 정계 은퇴 후 지역의 어른이자 서예가로 활동 중인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를 지난 17일 전주시 경원동 삼양다방에서 만났다. 그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글문화도시로 지정된 세종시의 초청으로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정부세종청사 박연문화관에서 ‘한글의 멋을 담은 K-서예, 푸른돌·취석 송하진 전(展)’을 연다. 평소 한글서예는 기존서예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나아가야 한다’는 지론이 담긴 60여 점의 다채로운 한글서예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서예가 송하진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한글이 주인이 되는 서예. 앞으로 서예가 K-문화에 이바지하는 장르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그는 한글서예 창작에 매진하고, 전시회를 열어 대중들에게 한글서예를 전파하고 있다. “한글 모음의 기본 글자는 하늘과 땅 사람, 천지인의 모양을 본떠 만들었어요. 우주 만물의 이치와 인간의 발성기관을 놓고 만들어진 과학적인 문자죠. 또한 1443년 세종대왕이 글에 어두운 백성을 위해 우리나라 말을 쉽게 기록한 게 한글이에요. 제정 이유와 원리가 명확하게 밝혀진 유일한 언어죠.” 과학적으로나 심미적으로 완벽한 한글이기에 송 서예가는 한문 쓰기보다 한글 쓰기가 더 어렵다고 말한다. 서예는 결구(글자의 짜임새)와 장법(배열), 먹의 농도 등을 조화롭게 배치해야 조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한글은 과학적이고, 예술적으로 뛰어나기에 한글의 멋을 제대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은 것이다. “저도 한문을 배웠기 때문에 한글서예가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획을 두껍게도 써보고, 가늘게도 쓰면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요. 종이 무지하게 많이 버려요.” '한글의 멋'을 창출하기 위해 감성과 이성을 동원해 끝없이 붓질한다는 그에게 더 이상 ‘정치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실 정치권은 마음의 여백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다. 치열했던 자리를 떠나 본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지금이 매우 즐겁다는 송하진 서예가. 마주 앉은 그의 눈빛과 목소리는 육체의 나이 같지 않은 에너지를 내뿜었다. 거침없었고, 어떤 질문엔 당혹스러울 만큼 솔직해 더욱 유쾌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10.19 16:40

"책의 도시라면서"⋯전주시 도서 구입 예산 2년 새 70% 삭감

전주시가 도서 구입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희망도서 신청 제도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책의 도시를 지향하는 것과 대비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시는 지난 5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올해 공공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을 조기 마감했다. 해당 제도는 시민이 도서관에 원하는 책을 신청하면 비치하는 방식으로, 시민 참여형 독서 문화 확산의 대표 정책으로 꼽힌다. 문제는 도서 구입 예산이다. 매년 큰 폭으로 줄면서 하반기에 조기 마감되는 일이 잦다. 전주시 도서 구입 예산은 지난 2023년 10억 원에서 지난해 6억으로, 올해는 3억으로 줄었다. 2년 새 70%나 삭감된 셈이다. 이에 각 도서관은 주 3회 접수하던 희망도서 신청을 주 2회로 축소했다. 한 공공도서관 관계자는 “다른 도서관에 이미 구비된 도서는 신청을 제한하고, 전체 예산의 97%를 희망도서 구비로 책정하는 등 최대한 많은 시민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며 “하지만 신청이 조기 마감되면 민원이 잇따르고, 독서 수요가 높은 시기엔 불만이 커진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아쉽다는 반응이다. 지역 독서모임 운영자 이모 씨는 “지역 독서 문화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힘이 빠지는 일이다. 책을 사지 못하는 도시에서 ‘책의 도시’를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평소 도서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김모 씨는 “희망도서 신청 제도는 책을 쉽게 사기 어려운 시민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특히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신청이 막히니 아쉽다”고 전했다. 전주시는 도서관 운영 관련 예산이 줄어든 배경으로 올해 세입 감소를 들었다. 전주시 도서관평생학습본부 관계자는 “시 전체 예산이 삭감되면서 도서 구매 비용을 비롯한 관련 예산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산이 소진돼 희망도서 신청 제도는 조기 마감됐지만, 내년 예산이 확정되면 다시 시작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충분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올해 희망도서 신청은 다시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 문학·출판
  • 문채연
  • 2025.10.18 07:50

벼루가 닳도록 글씨에 삶을 바친 창암, 추사와의 인연으로 되살아나다

전주에서 태어난 창암 이삼만(1770~1847)은 평생 글씨를 쓰다 보니 벼루 밑창이 뚫어졌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붓이 망가지면 칡 줄기를 잘라 붓으로 만들어 썼을 정도로 글씨 연습에 매진해 왔다. 전주와 정읍, 완주를 중심으로 활동해 온 창암이 추사 김정희, 평양의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 3대 명필가로 꼽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유배가 풀려 한양으로 올라가던 추사가 전주에 들러 창암을 찾았다. 하지만 창암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고 추사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아 ‘명필 창암 완산이공삼만지묘(여기 한 생을 글씨를 위해 살다 간 어질고 위대한 서가가 누워있으니, 후생들아 감히 이 무덤을 훼손하지 말지어다)’라는 묘문을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완주삼례문화예술촌에서 진행 중인 조선의 명필 ‘창암 추사 재회’ 특별전은 바로 두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추사 김정희가 제주도로 유배 길을 떠날 당시, 전주를 지나게 됐다. 71세였던 창암이 제자들과 함께 추사를 찾아 자신의 글씨를 보여주며 평을 부탁했고, 그때부터 둘은 서로를 존경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이번 전시에서는 창암 이삼만의 서체를 감상할 수 있는 33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창암은 해서와 행서, 초서와 대자에 능했다. 대체로 힘 있고 고박한 글씨를 썼고 그의 초서는 막힘이 없어 ‘유수체(流水體)’로 불렸다. 완주에서는 처음으로 추사 김정희의 작품 3점이 전시된다. 추사는 높은 정신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서화불분론(書畵不分論)에 따라 회화적 조형성을 함축한 글씨와 서예의 법식에 충실한 ‘추사체’를 완성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완주군에서 준비한 명품 관광지 대한민국 명화 고미술전시행사이다. 완주군이 주최하고 미술관 솔이 주관하는 특별전으로 삼례문화예술촌 제1전시관에서 내년 1월 4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10.16 16:52

가을날 즐기는 클래식 낭만…JB문화공간 '온고을 클래식 축제'

독일 낭만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바그너 이후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작곡가로 꼽힌다. 그는 리스트로부터 교향시(symphonic poem ·표제를 가진 독립된 단악장의 관현악곡)의 영감을, 바그너에게선 오페라의 영감을 받아 수많은 걸작을 남겼다. 대표작으로 교향시 ‘차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오페라 ‘살로메’가 있다. 웅장한 관현악을 동반한 대작이기에 지역에서는 좀처럼 감상하기가 어렵다. JB금융그룹 전북은행(은행장 백종일)이 후원하는 전주 JB문화공간이 클래식 팬들을 흥분시킬 ‘온고을 클래식 축제’를 선보인다. 18일 오후 5시 JB문화공간 2층 라운지에서 열리는 '온고을 클래식 축제'는 JB문화공간의 새로운 클래식 공연 브랜드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내 최정상급 연주자들을 초청해 오페라부터 성악, 실내악까지 120분 간 풍성한 레퍼토리를 펼쳐낼 예정이다. 공연의 서막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 Strauss)’의 String Sextet from ‘Capriccio’, Op.85로 연다. 바이올린 한경진·최재원, 비올라 문명환·한지희, 첼로 김인하·최정은이 함께 하는 여섯 현의 정교한 하모니로 관객을 몰입시킬 예정이다. 연주자들의 화려하고 웅장한 연주기법과 깊이 있는 소리의 조화가 기대된다. 이어지는 1부는 소프라노 양귀비의 독창 무대로 꾸며진다. 슈트라우스의 ‘Morgen!’ 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Deh vieni, non tardar’를 비롯해 거슈윈의 ‘Summertime’, 구노의 ‘Juliet Waltz’ 까지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곡들을 연주한다. 한국 가곡 ‘님이 오시는지’와 강원도 민요를 편곡한 ‘한오백년’을 통해 한국적 정서를 표현한다. 2부에서는 차이콥스키의 대표적 실내악 작품 ‘String Sextet Souvenir de Florence, Op.70 (플로렌스의 추억)’을 연주한다. 바이올린 한경진·최재원, 비올라 문명환·한지희, 첼로 최정은·김인하 연주자가 다시 무대에 다시 올라 차이콥스키 특유의 서정성과 강렬한 정열을 풀어낸다. 공연 중간에는 사회자와 연주자들의 해설을 통해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음악적 해석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시간도 준비했다. 전북은행 후원으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은 전석 무료이다. JB문화공간은 전주의 클래식 애호가들이 수준 높은 음악을 현장에서 즐길 수 있도록 고품격 클래식 공연 프로그램을 내년에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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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5.10.16 16:3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