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5 18:30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황지호 소설가. 황보윤 ‘광암 이벽’

이벽(李檗 1754 ~ 1785)은 선교사가 없던 조선에서 스스로 천주교에 입교한 양반이다. 소현세자를 보필했던 6대조 할아버지 이경상이 ‘아담 샬’로부터 선물 받은 서적을 읽으며 믿음의 씨앗을 품었다. 정약전 정약용 형제 등과 ‘천진암’에 모여 천주학을 연구하고 교리를 익혀 씨앗을 신앙으로 발아시켰다. 이승훈을 설득하여 북경의 천주교회에 다녀오게 한 뒤 그에게 세례를 받아 온전한 꽃이 되었다. ‘명례방’에서 그 향기를 멀리 퍼뜨렸으나 오래가지 못했다. 배교하지 않으면 목을 매어 죽겠다는 아버지의 뜻에 좌절하다 열병에 걸려 낙화했다. 1785년 봄이었다. 그 봄부터 100년 동안 천주교 박해가 시작되었다. 이후 수많은 꽃이 이벽이라는 구근에 의지해 피었다가 졌다. ‘광암 이벽’은 그런 이벽의 삶을 담담하고 정연한 문장으로 그린 소설이다. 잔잔한 서사를 채우는, 가을 물 같은 서늘한 문체는 믿음의 산물처럼도 느껴진다.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주문한 책은 다음 날 오전에 도착했다. 급한 일들을 미루고 찬찬히 일독했다. 이벽은 낯설었고, 역사 소설을 즐겨 읽지 않으며, 천주교는 먼 종교였던지라 더디 읽혔다. 더욱이 우리 집안은 대대로 토테미즘 비슷한 것을 믿어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다. 어머니께서는 무병과 장수를 기원한다며 아들들이 태어날 때마다 마을 동쪽 커다란 바위에 양자로 팔았다. ‘무당’도 아니고 ‘박수’도 아닌 ‘바위’에게 아들들을 팔아넘겼던 것이다. 열 살 때, 막내아들인 내가 소에게 손목을 밟히자 ‘우마신’을 달랜다며 떡 한 말을 해서 외양간 기둥에 바치기도 했다.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며 평생 성당 근처에는 가보지도 않았고 지금은 불교를 믿고 있으니 더디 읽힐 만했다. 그런 내가 머뭇거림 없이 책을 주문하여 일독한 이유는 첫째가 황보윤 소설가 때문이고, 둘째가 그 무렵 물고 다녔던 ‘처음 혹은 두려움’이라는 화두 때문이었다. 지난해 가을, 어떤 강연이 끝나고 소설가 여럿이서 밥을 먹은 적이 있다. 그 자리에 황보윤 소설가와 동석을 했다. 육회비빔밥 전문점이었는데 메뉴판을 보며 한동안 머뭇거리던 그녀가 비빔밥을 시키며 고기를 빼달라고 청했다. ‘비건’이었거나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갈비탕에 고기를 좀 듬뿍 넣어달라고 비굴하게 웃으며 주문을 했다. 맛있게 갈비를 뜯는 나를 보고는 고기를 빼달라 주문한 것을 후회하는 눈치였다. 덜어주면 될 것을 괜히 그랬다며 퍽 미안해했다. 그 연한 말이 질긴 갈비로는 채우지 못할 헛헛한 곳에 담겼다. 헤어지면서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좋은 날 차를 한잔 마시자고 약속을 했는데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처음엔 첫눈이 오기 전에 연락드리겠다며 내가 먼저 약속을 깼고 다음엔 벚꽃이 지기 전에 소식을 준다며 그녀가 약속을 깼다. 다시 만날 날을 정했으나 여름이 가기 전에 연락드리겠다며 내가 또 약속을 깼고 마지막엔 그녀의 다리가 부러져 약속이 깨졌다. 첫눈이 오기 전에 만나기로 했는데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리가 내릴 것만 같은데. 그렇게 스스럼없이 깨진 약속들이 누이 같은 사람을 가져다주었다. 밥 안 사 주는 누이, 그녀의 책이어서 머뭇거림이 없었던 것이다. ‘광암 이벽’을 읽을 무렵 작가의 길, ‘길 없는 길’을 가는 두려움에 대해 자주 생각했다. 작가라는 존재는 아무도 다녀오지 않은 ‘곳’을 다녀오는 존재고, 다녀온 그 ‘별’ 같은 곳을 향한 나침반을 조각해 내는 것이 도리인데 내 사유와 문장은 그런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고 서러워할 무렵이었다. 가끔, 김시습의 시 ‘도중’이 생각나기도 했다. 눈 내리는 저녁 지평선을 향해 외로이 길을 떠나는, 가난한 나그네의 두려운 심정을 가늠하곤 했다. ‘머뭇’ 했으나 뒤돌아보지 않고 의연히 길을 나섰던 나그네. 이벽이 그랬으리라. 그녀가 그랬으리라. 황지호 소설가는 202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으로 등단했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0.18 17:14

"완주 작은 학교에서 오페라 만나니 즐거워요"

“지금까지 오페라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학교에서 공연을 보고 나니 재밌고 즐거웠어요.” 17일 오전 10시께 완주 소양서초등학교 강당. 이날 보물강당이라고 이름 지어진 학교 강당에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의 정수로 꼽히는 ‘사랑의 묘약’이란 작품을 무대 위에 선보였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체티가 1932년 작곡한 희극 오페라로 진실한 사랑을 꿈꾸는 지주의 딸 아디나와 그녀를 멀리서 지켜보며 변치 않는 사랑을 바라는 시골 총각 네모리노, 아디나에게 당장 결혼하자며 나타난 벨코레가 뒤엉킨 좌충우돌 사랑이야기다. 이번 공연은 ‘2023 국립오페라단과 함께하는 오페라 학교 가는 날’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평소 체육 활동으로 강당 안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하지만 이날만큼은 오페라 공연에 집중하는 진지한 모습이 엿보였다. 바로 눈앞에서 오페라 무대를 접한 아이들은 대개 신기한 반응을 보였다. 완주 소양서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이상민 학생은 “오페라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말했다. 학교 강당에서는 가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세트 구성과 경쾌한 음악으로 삼삼오오 자리를 잡은 아이들의 눈과 귀가 집중됐다. 김수정 완주 소양서초등학교 교사는 “국립오페라단이 작은 학교까지 방문해 학생들에게 유쾌하면서도 감동적인 무대를 선사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1962년에 창단한 국립오페라단은 60년이 넘도록 국내·외 정상급 성악가와 예술가를 배출하고 오페라의 기쁨과 감동을 전하고 있다. 사실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경우 오페라 자체가 낯설고 생소하게 여겨지고 있다. 국립오페라 단원들은 대도시가 아닌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는 완주 소양서초등학교에서 공연을 펼치면서 긴장감 보다 설레는 기색이 역력했다. 국립오페라단 관계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개발함으로써 각 지역의 학교를 직접 찾아가 미래 세대에게 오페라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며 “전국 방방곡곡 관객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0.17 18:38

"문화예술기반 ESG 경영 위한 지역 생태 환경 공간 활용법 마련해야"

기업과 지역문화재단, 예술가가 한자리에 모여 ESG와 문화예술의 만남과 실천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17일 ‘ESG 연계 문화예술, 만남과 실천이 필요한 이유-4번째 포럼:공유회’가 ‘공간 봄’에서 열렸다. 전북문화관광재단 ‘도민주도 정책 토론장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포럼은 사회적 기업 마당이 주최·주관하고 전북문화관광재단이 후원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ESG와 문화예술 어디서, 어떻게 만날 것인가’에 대한 기조 발제를 했다. 이 대표는 “현재 전주천과 삼천의 수달, 삼천동 맹꽁이 등 멸종위기종과 고유종 및 관심종 보존에 시민의 공감을 끌어내는 문화예술 사업이 전주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일반 기업의 문화예술기반 ESG 경영과 연계할 수 있는 환경 영역을 살펴보고 문화예술기관이 갖는 강점과 역할을 접목할 전략 수립과 프로그램을 발굴할 지역의 공간 활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ESG 연계 문화예술가치 창출을 실천한 사례를 공유하는 발표가 이어졌다. 권순표 사회적기업 (유)사각사각 대표는 2019년부터 진행해 온 폐목재로 만든 소녀상에 대해 설명하며 “ESG 연계 문화예술가치 창출 사업의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명확한 사회 문제를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정 전주문화재단 미래전략팀장은 지난해까지 진행된 전주문화재단의 그린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선보이며 “예술을 통해 우리의 삶의 전환을 모색하고 예술가 스스로 친환경 예술 활동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근범 전 선미촌 문화도시재생 총괄 기획자는 지난 2019년 SK텔레콤과 협업한 선미촌 도시재생 사례를 설명하며 “기업과 예술인을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전담 부서 또는 지역의 문화재단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3.10.17 18:38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열린 판으로 섞여드는 소리, 사람, 그리고 세계

비가 야속하게도 한없이 쏟아지는 2023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본격적인 첫날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닫혔던 야외 소리판이 수년 만에 온라인을 넘어 현장 속에서 활짝 열림을 하늘이 시기하는 듯하였다. 자원봉사자들은 바람에 밀려 천막 속으로 들이치는 빗줄기로부터 의자들을 보호하느라 안간힘이었다. 비 때문에, 가까이서 또 멀리서 초대한 베트남, 중국, 아랍에미리트, 한국의 음악가들 앞에 많은 관객이 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스태프들의 표정도 밝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소리판이란 본디 근대적 의미의 실내 단상 위 무대이기 이전에 팔방이 열린 땅 위에 사람이 모여드는 것이고, 그 위에서 펼쳐지는 (음악학자 머레이 샤퍼가 고안한 개념인) “소리풍경”이 비와 바람, 새와 소음, 습도까지 품음으로써 그날만의 특유한 색깔을 지닌, 반복될 수 없고 잊을 수 없는 연행을 낳게 되는 것이다. 이날의 비는 야외 무대가 지닌 그러한 묘미의 원천이 되었다. 스태프들의 걱정을 기우로 만들며 점차 많은 관객들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비에 지지 않는 박수를 보냈다. 음악가들은 비와 어울리며 혹은 비와 대화하며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었다. 베트남 중부 잘라이(Gia Lai) 성에서 온 소수민족 즈라이(Jrai)인들은 우리의 징에 빗댈 수 있는 타악기 공(Gong)의 합주를 통해 선율을 만들어내며 빗속 무대로 입장하였다. 잘라이 지역이 위치한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에서는 9월이 가장 습하고 비가 많이 오는 달이라는데, 어쩌면 관객은 그러한 기후와 공기마저 음악과 함께 무대 위로 옮겨진 모습을 보게 된 셈이다. 대나무로 만든 실로폰과 유사한 원리의 쭝(t’rung), 나무 줄기에 막대기를 달고 줄을 메어 뜯는 현악기 띵 닝(ting ning) 등,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악기들을 불고, 긁고, 두드리며 앙상블을 구현하였다. 대나무로 할 수 있는 모든 주법을 보여준 듯한 “아침”은 날씨의 도움으로 잘라이 지역 우기의 아침을 관객에게 더욱 잘 전해준 셈이 되었다. 빗줄기가 한층 더 세차진 늦은 오후, 남해안별신굿보존회가 무대에 올라 프로그램상 예정되어 있던 “맞이굿” 대신 “가망굿”을 첫 차례로 올렸다. 가망굿은 사회자의 설명처럼 농업 및 어업에 알맞은 날씨의 조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에, 축제의 상황에 맞는 레퍼토리로 의도적으로 바꾼 것이 아닌가 싶었고, 설사 잘못된 추측이었다 할지라도 그 변화가 의미있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찌할 수 없는 날씨의, 자연의 힘 속에서 우리와 마을의 안녕을 소리로, 몸짓으로 힘껏 비는 모습으로서 굿이 한층 더 비치었다. 전투에 희생되어 바다에 남은 넋을 기리는 군웅굿, 종이로 정성스레 만든 용선으로부터 꽃을 하나씩 관객들에 건네며 복을 전한 용선놀음까지 끝나자 놀랍게도 비가 많이 잦아들었다. 어둑해진, 습한 늦여름 혹은 초가을밤은 아랍에미리트의 연주자들이 만든 크로스오버 프로젝트 타와슬(TAWASL)의 소리가 채웠다. 바이올린, 피아노와 같은 서구 악기와 중동 지역의 대표 류트 계열 악기인 우드(oud), 양금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그와는 달리 뜯어서 소리를 내는 지터류 발현악기 카눈(qanun)이 어우러지며 묘한 공기를 만들었고 관객의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옛 말로 따지면 멀리 “서역”에서 온 그들의 소리를 가만히 앉아 들으며, 서역의 어딘가에서 한반도의 음악 앞에 앉아 동녘의 초가을을 감상하는 어떤 이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뒤에 이어진 악단광칠의 멋진 기악곡 “북청”과 같은 음악을, 어떤 서역의 관객이 서역의 땅냄새 위에서 생소함과 설렘으로 듣는 모습 말이다. 축제란, 판이란 그런 것이다. 이 나라의 공기 속으로 다른 나라의 공기가, 이 나라의 사람 앞으로 저 나라의 날씨가 당도하여 서로 섞여드는 것이다. 이렇게 귀한 ‘열린’ 판이 더 많은 이들을 향해, 더 좋은 날씨와 함께 다음 날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다음, 다다음 해 계속하여 펼쳐지기를 기원한다. 박종현 월드뮤직센터 기획팀장은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 및 단국대학교 음악대학 강사로 재직중이며, 재단법인 월드뮤직센터에서 기획을 맡고 있다. 인류학 연구자이자 대중음악 창작자이기도 하다. 제11회 국립국악원 학술상 평론부문을 수상하였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0.17 18:35

문체부, 지역 문화자원 '로컬100' 선정⋯전북 5개 포함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의 문화매력을 찾아내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로컬100(지역문화매력100선)'을 선정, 17일 발표했다. 전북에서는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무주 안성낙화놀이, △익산 미륵사지,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및 전봉준장군·동학농민군상, △남원시립국악단 상설 창극공연 등 5개가 포함됐다. '로컬100'은 전국 228개 지자체와 문체부 2030자문단 '엠지(MZ)드리머스', 문체부 4070지역문화매력기자단 등 국민발굴단의 추천을 받은 후보 461개 중에서 지역문화 명소 58개, 지역문화 콘텐츠 40개, 지역문화 명인 2명 등이 각각 선정됐다. 문체부는 이날 키크니 작가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2024년까지 국내·외에 집중 홍보할 계획. 또한, 코레일관광개발과 함께 '로컬100 기차여행' 상품을 출시해 기차로 지역문화를 연결한다는 방침이다. 유인촌 장관은 "문화로 지역소멸에 대응하고, 문화로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핵심은 그 지역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에서 시작한다"며 "이번에 선정된 로컬100에 대한 생활공감형·밀착형 홍보를 과감하게 추진해 국민이 문화로 지역에 머물고 싶고, 살고 싶고, 가고 싶게 만드는 새로운 지역 이야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23.10.17 17:16

예술가 노(老) 부부의 그림 그리고 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날씨 속에 황혼의 예술가 부부가 그림과 시가 어우러진 따뜻한 작품 세계를 펼쳐보인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회화작가로 알려진 전북미술계 거목 유휴열 화백과 그의 아내 최명순 시인이 최근 지역에서 의미 있는 전시를 마련했다. 한평생 부부로 살아온 이들은 순창공립옥천골미술관의 기획으로 6일부터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이란 주제로 전시를 열고 있다.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삶의 굴곡을 함께 해온 인생의 동반자다. 예술 활동도 이와 마찬가지다. 31일까지 순창공립옥천골미술관에서 진행될 전시에선 부부가 그림과 시를 통해 장르를 넘나들며 하나된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모악산 아래 터를 잡은 유휴열미술관을 운영하는 부부의 시화 작품들은 감성적인 시에 입체적인 평면 그림을 배경으로 가을과 어울리는 감성을 불어넣었다. 전시장에 처음 들어서면 ‘화가의 아내’란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독하게 살아가는 화가의 숙명을 감싸주는 아내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했다. 이에 화답하듯 아내인 시인도 남편을 향한 마음을 시로 풀어냈다. “하루 종일/ 커피와 담배 연기 자욱한 그 안에서/ 근심도 계절도 멈춰버린 듯/ 혼자 흥분하고 재미있고 신이 난다// 내가 모를 또 다른 세상 속에서/ 왕굴을 짓고 돌담을 쌓고 강줄기도 내며/ 혼례식도 하고 달도 따고 소풍을 간다”(시 ‘화가의 아내’ 중에서) 아내는 그림에 몰두하는 남편을 바라보며 안쓰럽고 측은한 마음을 시로 표현했다. 70여점의 시화 작품을 찬찬히 음미하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사인 시인은 “그림에 구애되지 않고 시를 집중해서 읽으면 시집 한권을 읽는 느낌이다”며 “시의 간섭 없이 그림을 충분히 보고 난 뒤 시와 상응하는 그림을 한 쌍씩 대조하면 예술의 성찬이다”고 치켜세웠다. 유휴열 화백은 전주대 미술교육과, 홍익대 대학원(서양화)을 졸업했고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보관문화훈장과 전북일보 전북대상, 목정문화상 등을 수상했으며 전북청년미술상을 제정한 후 화단의 원로로 작가들의 창작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최명순 시인은 전주여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중·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시집 <물속에 감추어둔 말들>을 펴냈으며 (사)모악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0.16 17:40

영호남 연극잔치⋯제24회 영호남연극제 막 오른다

호남과 영남 연극인들이 만든 화합의 연극잔치인‘제24회 영호남연극제’가 올해 전북에서 열린다. 한국연극협회 전북지회(이하 전북연극협회)가 주최·주관한 이번 연극제는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17일부터 20일까지 총 4차례 무대로 진행된다. 공연 시간은 오후 7시 30분. ‘문화는 즐거움이다. 도시가 공연장이다’를 표어로 진행되는 올해 연극제에 오를 작품으로는 광주광역시의 ‘극단 문화예술공방 바람꽃’, 경남 진해‘극단 고도’, 전주 ‘창작극회’, 익산 ‘극단 자루’ 등 총 4팀이다. 먼저 ‘문화예술공방 바람꽃’이 작품 ‘우리말글’을 올리며 연극제의 막을 올린다. 이날 이들이 준비한 작품은 한글을 반대하는 신하들에 맞서는 세종, 한글로 된 책을 전부 태우는 연산군, 한글을 사용하지 못한 일제강점기 등 한글이 지닌 수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다. 둘째 날에는 ‘극단 고도’의 ‘해질역’이 공연된다. ‘해질 역’이라는 지하철역을 배경으로 한 이 연극은 주인공 ‘여옥주’가 사별한 남편 ‘차만식’을 만나 마음속의 ‘흉터’로 남은 과거 기억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담겼다. 셋째 날에는 전북의 무대가 펼쳐진다. 이날 무대의 주인공인 ‘창작극회’가 준비한 작품은 ‘이수일과 심순애’로 경성국제대학 학생인 이수일과 심순애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마지막 날에는 ‘극단 자루’의 ‘헤이, 부라더!’가 연극제의 막을 장식한다. 연극에는 27살 배우 지망생 ‘소룡’과 가난한 체육 특기생 ‘강준’이 등장한다. 전혀 다른 두 인물이 동거를 시작하며 가족이 돼가는 모습을 연기한다. 조민철 전북연극협회장은 “전북, 광주, 경남 등 3개 지역에서 참여한 이번 연극제는 영호남 연극의 현주소를 한눈에 살펴보고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즐길 기회”라며 “올해 연극제를 통해 어려운 시절 치유와 감동이 함께 하는 공연예술의 숲을 거닐어 보실 것을 권유한다”고 말했다. 올해 연극제는 전석 무료이며, 예약은 전화(063-277-7440) 또는 카카오톡으로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3.10.16 17:40

한지문화진흥원, 전주시·일본 가나자와시 전통공예 교류 펼쳐

전주 한옥마을에서 오늘날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일본 고유의 전통공예 향연을 통해 교류의 장이 열렸다. (사)한지문화진흥원은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전주공예품전시관 다온관과 라온관에서 자매도시인 전주시·일본 가나자와시 교류의 일환으로 ‘제22회 전통공예전’을 펼친 것. 전주시와 일본 가나자와시는 2002년 자매도시를 맺고 해마다 두 도시를 순회하며 전통공예 교류전을 열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전주에서 교류전을 갖고 일본 작가인 도요우미 켄타, 카네야스 히로시의 칠예 공예품 등 일본 대표 전통공예 작품 100여 점을 선보였다. 옻칠바구니를 비롯해 대나무 공예, 명함지갑, 브로치, 향토완구 등 쓰임새와 형태가 다양한 공예품들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우리나라의 전통공예와 또 다른 멋을 지닌 일본의 전통공예을 통해 두 도시는 국경을 초월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다. 가나자와시는 일본에서 고급 칠기와 자기 등을 포함해 비단과 면직물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이기도 하다. 김혜미자 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은 “전주에서 20년 넘게 일본 가나자와시와의 교류전을 진행하고 있다”며 “코로나19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도 지역을 넘어 한국과 일본의 전통공예 교류가 중단되지 않도록 지속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10.16 17:39

제34회 전북서예대전 대상에 임선아 씨 선정

제34회 전북서예대전 영예의 대상에 임선아 씨(69·익산)의 작품 ‘지란지교를 꿈꾸며-한글’이 선정됐다. 사단법인 한국서예협회 전라북도지회가 주최한 올해 전라북도 서예대전은 코로나19로 답답하고 각박한 생활에서 벗어나 전통문화와 조화된 여유로운 삶을 느끼고, 내일의 한국 서단을 이끌어갈 서예인 발굴을 위해 치러졌다. 이번 대회에는 총 328점이 출품됐다. 이중 대상 1점, 우수상 5점, 삼체특선 11점, 삼체입선 9점, 특선 42점, 입선 89점 등 총 197점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대상은 임 씨의 ‘유안진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한글’, 우수상은 박경수 씨의 ‘묵여뢰-예서’, 송유근 씨의 ‘서거정 시-해서’, 안인규 씨의 ‘제소화-행서’, 이규창 씨의 ‘도연명 시-전서’, 전중석 씨의 ‘김집 시-예서’ 등이 받았다. 대상을 받은 임 씨는 작품은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유안진 시인의 시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맺게 된 인연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서로에게 지초와 난초처럼 맑고 높은 향기로 참된 우정을 나눴으면 하는 바람을 표현하고자 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이당 송현숙 선생은 “올해 작품 수준은 그 어느 해보다 높아 서예인의 열정과 창작 의욕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한글 출품 수가 늘어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며 “특히 대상으로 선정된 임선아 작가의 작품은 궁체의 정자체로 한글의 수려함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심사위원 토론 과정을 거쳐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평가했다. 시상식은 다음 달 18일에 열리며, 수상작은 다음 달 18일부터 23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3.10.16 17:38

[이승우의 미술이야기] 향교길 68갤러리, 서혜연 초대전

가을비가 이따금 가랑비로 내리는 날에, 전주 한옥마을의 유서 깊은 향교 앞길. 향교길 68 갤러리(관장 조미진)에서는 그간 환상적인 그림을 그려왔던 서혜연 작가를 초대해 "Welcome to my world(내 세상에 온걸 환영해)–서혜연-"이라는 전시를 열었다. my(나의)와 world(세계)사이에 Fantastic(환상적인)이라는 단어가 하나 더 들어가도 좋을 뻔했다. 나서지도 않지만 물러서지도 않는 올곧은 성격의 조미진 관장과 천생 여인이지만, 이 지역 미술계에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는, 이젠 나이가 아니라 연세가 되었을 방부제 미인 서혜연 작가가 만난 것이다. 이 작가는 잘 연마된 인체 크로키 실력을 바탕으로 인물의 몸짓을 그리고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섬세한 무늬의 헝겊을 정교하게 오려 붙이는 콜라주를 많이 이용해 환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었다. (헝겊을 이용하는 콜라주나 종이를 붙이는 빠피야 콜레 기법은 모두 처참했지만, 가치 있었던 미술 파괴 운동, 즉, 다다가 폭풍이 돼 지나간 직후에 발생한 초현실주의나 입체파에서 연유한 기법) 그래서 미술의 3대 요소인 그리기, 만들기, 꾸미기를 하나의 화면에 같이 시도하는 작업을 했었다. 시인 이상의 ‘거울’에 나오는 마지막 시 구절,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밖에 없으니 퍽 섭섭하오"처럼 거울에 비치는 본인의 연민을 연일 그리고 지우고 또 그리는 행위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요즈음 신작들은 콜라주를 이용한 기막힌 효과보다는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다 단순하게 그리기만으로 완성하고 있었으며, 즐겨 그리던 인간들마저 하나의 정물로 바라보려는 자세, 높은 경지 관조의 세계로 몰입해가고 있는 듯했다. 그러고도 하고싶은 말이 많은 것인지 그녀의 그림들은 전보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싶어 했다. 즉 많은 말을 하고싶지만, 말을 아끼는 거 같은 심정? 입맛으로 생각해 보면, 일관했던 단맛은 많이 줄고 그 자리를 쓴맛, 신맛, 매운맛 등 갖가지 오묘한 맛들로 채워가고 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오히려 색채와 형태는 더 단조로워지고 있었다. 극렬한 배색에서 오는 화려함보다는 더욱 온화한 유사 색상의 배색 등으로 편안해지는 마음을 표현해서 화려함보다는 온화함을 강조하여 원숙한 나이가 되어감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었다. 어느 원로시인이 나이가 들어가니 당신의 시도 늙어가서 걱정이라더니 요즘은 나이 따라 늙어가는 글이 더 좋아졌단다. 딱 그 모양이다. 대저 늙은 시나 그림이 무엇이던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여유와 관용일 것이다. 거기에 연유해서 관조의 경지에도 도달할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 속의 나를 또다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회화뿐만 아니라 조소 작품도 선보였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3.10.16 17:37

"나는 원정이되오리다. 별밭을 지키는"… 열번째 석정시문학상 시상식 개최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뛰어난 시 정신을 널리 선양하기 위한 제10회 석정시문학상·제9회 신석정 전국 시낭송대회(이하 석정문학제) 시상식이 지난 14일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석정문학제는 신석정기념사업회와 석정문학회가 주최하고 부안군, 전라북도, 전북일보사, 전북예총,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등이 후원했다. 석정문학제는 신석정 시인의 시 ‘날개가 돋쳤다면’ 일부인 ‘나는 원정(園丁)이되오리다. 별밭을 지키는’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시상식에는 윤석정 신석정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비롯해 권익현 부안군수, 정군수 석정문학회장, 소재호 전북예총회장, 김영 전북문인협회장,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 김계식 전 전주교육장, 신석정 시인 유가족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윤석정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궂은 날씨 속 시상식에 참석해 주신 내빈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며 “이 땅에 전라도 정신과 한민족 혼을 심으신 신석정 선생님의 고결하신 인품과 시정신을 기리고 선양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권익현 부안군수는 환영사에서 “제10회 석정문학상의 김남곤 시인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오창렬 시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오늘의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다시금 신석정 선생님의 정신과 업적을 공유하며 삶과 인생을 돌아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제10회 석정시문학상은 한국문학의 원로이며 전북문단의 정신적 지주를 이룬 작가인 김남곤 시인이 받았다. 제9회 석정촛불문학상에는 총 151명의 시인이 각각 5편의 시를 응모했다. 이중 ‘침묵을 몰고 오다(외 4편)’을 통해 탁월한 상상력 속 단아한 형식을 녹여낸 오창렬 시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인 김남곤 시인은 완주 출생으로 1979년 ‘시의 의식’으로 등단해 전북문인협회장과 전북예총연합 회장직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문인협회·한국문인협회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저서로는 <헛짚어 살다가>, <푸새 한마당>, <새벽길 떠날때> 등이 있으며 전북문학상, 한국문예상, 바다문학상, 중산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김 시인은 수상 소감으로 “수상 소식을 접한 당시 기쁨보다 무겁게 짓누르는 충격에 오후 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던 시침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석정문학상의 궁극적인 목적과 역할에 십분의 일이라도 다가서서 사유하라는 엄중한 통고로 받아들여, 남은 세월 나름대로 이타 정신을 이루며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오창렬 시인은 남원 출생으로 1999년 계산 시 전문지 ‘시안’으로 등단해 ‘제9회 불꽃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오 시인은 ”시에 마음을 둔 시간은 오래됐지만, 갈수록 시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겠고, 어쩌다 시집을 낼 때도 스멀거리는 자괴감에 그만 써야지를 되뇌며 시를 놓고 살았던 시간도 길었다“며 “이번 수상으로 받은 큰 기쁨을 새로운 시작의 동력으로 바꿔 더 분발할 것을 다짐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석정문학제 시상식에 앞서 열린 제9회 신석정 전국 시낭송대회에서는 ‘산은 알고 있다’라는 시를 낭독한 조귀덕 씨(광주)가 대상을 받았다. 조 씨에게는 상금 150만 원과 상장, 시 낭송가 자격증이 수여됐다. 석정문학제 2일 차인 15일에는 전북보훈회관에서 나희덕 시인의 문학강연,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시극공연, <석정문학> 제36호 출판기념회 등이 열렸다.

  • 문화일반
  • 전현아외(1)
  • 2023.10.15 16:3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