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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2022 전주대사습뎐

지난 13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2022 전주대사뎐’이 많은 관심과 국악 애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히 진행되었다. 전주시는 고유한 전라북도 문화유산인 전주대사습놀이의 문화재 등재와 그에 필요한 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 2021년 5월 전주대사습청을 개관했다. 개관과 함께 차별된 전통예술의 향유를 위해 ‘전주대사습뎐’이란 공연을 기획하였는데 2021년에 이어 두 번째 전주대사습뎐을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펼치며 전라북도 전주의 문화예술 위상을 드높였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숙종대의 마상궁술대회, 영조대의 통인전 물놀이, 철종 말기의 판소리 백일장 등을 근본으로 고종원년 서기 1864년 국가적인 행사로 시작했던 민족의 대축제로 임오군란(1882년 고종 19년), 동학혁명(1894년 고종 31년) 등 국가적인 대변란으로 인하여 열리지 못했던 다섯 차례를 제외하곤 총 35회의 대성황을 이뤘다. 이후 일본 초대 통감 이토오 히로부미의 명령에 의해 강제폐쇄를 당했던 원각사와 때를 같이하여 전주대사습놀이도 1905년 서글픈 종말을 고하고 일제의 문화 말살 정책의 제물이 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란 국운의 슬프고 억울한 역사를 안고 전주대사습놀이도 단절의 시대적 역경을 거쳤다. 이후 1975년 전주의 국악인과 애호가들에 의해 역사적 부활을 이루어 냈고 2022년 현재 대한민국 국악 최고 등용문으로서의 명성과 그에 따른 소명을 다하고 있다. 13일 흐린 오후, 국립극장의 하늘극장. 현장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창, 명인, 명무가 함께 모여 있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97호 살풀이춤의 보유자 정명숙 명무. 무려 88세의 춘추에도 공연장을 압도하는 “살풀이춤”의 기운은 하늘을 치솟았다. 전주대사습놀이 가야금병창부 1회 장원과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병창 및 산조 보유자이신 강정숙 명인의 “호남가, 방아타령”, 제15회 전주대사습놀이 명창부 장원과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보유자이신 김수연 명창의 “수궁가”, 제10회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장원과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승 교육사이신 이호연 명인의 “정선아리랑, 신고산타령”, 제12회 전주대사습놀이 무용부 장원자이며 중앙대학교 교수인 채향순 명무의 “승무”, 제35회 전주대사습놀이 시조부 장원 장영이 명인의 “완제시조”,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이며 전국대회 대통령상 수상자인 이서윤 명무의 “한량춤”. 어느 한 곳에서 이러한 분들의 소리와 춤을 함께 볼 수 있을까? 또한,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이며 전북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심청가 보유자 송재영 명창, 국립창극단 김차경 명창, 김학용 명창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현시대의 내로라하는 명창이 함께 단막 창극으로 관객과 호흡했으며 올해 대사습 명창부 장원자인 박현영 명창이 대사습 판소리 일반부 장원 출신 남성 소리꾼들과 함께 남성만으로 구성된 남도민요를 열창했다. 이는 현시대에 쉽게 들을 수 없는 값진 소리의 한 판이었다. 지금도 그날의 여운은 서울 하늘아래 남아 전라북도 전주의 예술혼을 드높이고 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11.17 18:03

보체앙상블 제13회 정기 연주회 개최

보체앙상블이 오는 23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제13회 정기 연주회 'Song and Wind'를 개최한다. 보체앙상블은 한아름(클라리넷), 이승민(바순), 손형원(호른)으로 구성돼 있으며 게스트로 정현주(소프라노), 박동일(테너), 윤미경(피아노)을 초청했다. 이날 깊어가는 가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관악기와 성악의 만남을 선사할 예정이다.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 도니제티의 '남몰래 흐르는 눈물' 등 유명한 오페라 아리아를 관악기로 연주한다. 또 말러의 '뤼케르트 가곡'과 슈트라우스의 '알프혼'을 정현주 소프라노와 손형원의 호른으로 들려 준다. 또 가을에 맞게 쓸쓸한 사랑의 이면을 노래한 카드딜로의 '무정한 마음', '노트르담드 파리'의 유명 넘버가 박동일 테너와 한아름의 클라리넷, 이승민의 바순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밖에도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대성당의 시대', 프란츠 레하르의 '입술은 침묵하고' 등도 들을 수 있다. 보체앙상블 관계자는 "오페라와 뮤지컬의 유명 아리아를 사람의 숨과 악기의 숨으로 연주한 이번 연주회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과 함께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1.17 18:01

90세 장명수 전북대 명예총장, 전주의 역사와 음식을 말하다

90세의 나이에 600여 페이지와 3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출간했다면 누가 믿을까. 아무도 믿지 않을 일을 장명수 전북대 명예총장이 해냈다. 장 총장은 <전주 격동기 반백년 남겨야 할 구술실록>과 <전주음식 먹거리 식담록>(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전주 격동기 반백년 남겨야 할 구술실록>은 식민시대 구술실록, 8·15 해방과 6·25 전쟁 구술실록에 이어 출간한 제3권이다. 그는 제3권에는 시대 변천사와 사회사적 기록을 동반하고 본인의 사회 활동을 모두 기록해 격변기 반백년에 남겨야 할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이어 출간한 <전주음식 먹거리 식담록>에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을 뛰어넘어 전주에서 생활한 본인의 생활사와 전주음식 문화를 담았다. 장 총장은 이 책을 '쥐어짠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옛 기억을 더듬어서 기록으로 만드는 일이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잘 때도 머리맡에 메모지를 두고 잤기 때문이다. 갑자기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을 기록하고,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도 떠오르는 기억을 기록하기 위해서는 항상 곁에 메모지를 둘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도 <전주 격동기 반백년 남겨야 할 구술실록>처럼 어떤 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서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 '나'라는 사람이 사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아 의미를 부여했다. 장 총장은 "따져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도 상당한 역사가 축적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대담 형식으로 하나씩 하나씩 퍼즐을 맞추듯 기록했다. 책이 나올 때까지 험난한 길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묻고 또 물어 기록을 재촉한 송영애 박사가 아니었으면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건축과 도시계획을 전공했다. 일본 와세다 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도쿄대학 대학원에서 도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에서 32년간 교수로 재직하며 건축 및 도시계획을 가르쳤다. 전북대와 우석대 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전북대에서 대학원생을 가르치고 있으며, 사회문화단체에서 도시문화 형성에 대한 특강도 하고 있다. 한편 장 총장은 오는 19일 오전 11시 전북대에서 전주 도시 아카데미 북콘서트를 연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11.16 17:38

박예분 시인, 7년 만에 신작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 펴내

박예분 시인이 네 번째 동시집 <발가락들이 웃는다>(청개구리출판사)를 출간했다. 동시집은 '내 별명은 너구리', '야옹이 병문안', '참 다행이다', '염소만 못 갔다'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으며, 70여 편의 동시가 담겨 있다. 맑은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어린이들, 숨 가쁜 삶을 사는 어린이들, 어리다고 무시당하는 어린이들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와 자연, 동물, 미얀마와 우크라이나 어린이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자 노력했다. 박 시인은 7년 만에 펴내는 동시집에 만반의 준비를 했다. 동시집에 어린이들의 마음을 잘 읽어 주는 작가가 되기 위한 고민을 담았다. 보이는 대로만 쓰지 않고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어린이의 마음을 읽기 위해 노력한 박 시인이다. 동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준관 시인은 "7년 만에 동시집을 출간한 것은 어린이의 마음을 알고 오롯이 담기 위해서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번 동시집에도 어린이의 시각에서 동시를 써 온 박 시인의 면모가 잘 드러나 있다"고 전했다. 박 시인은 "다 된 밥을 밥솥에 오래 두면 밥맛이 떨어진다는 것을 인지했다. 묵은쌀보다 햅쌀로 갓 지은 따끈따끈한 밥이 더 고소하기 때문에 더 이상 동시집 출간을 미룰 수 없었다"며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은 해에 네 번째 동시집을 세상에 내놓게 돼 더없이 기쁘다. 동심으로 세상을 향해 걸어가는 발가락들이 동시 밥을 먹고 활짝 웃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아동문예문학상을 받고 200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등 희소식을 연달아 전하며 문단에 나왔다. 현재 스토리창작지원센터 대표, 한국동시문학회 지역부회장, 전북동시문학회장 등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11.16 17:37

나의 이름에 담긴 이야기...송경자 아동복지교사 '마술떡' 출간

"구름떡, 바람떡, 인절미떡, 무지개떡, 송편, 꿀떡……. 모양과 재료에 따라 개성을 잘 살린 이름을 가졌어요." 고창 출신의 송경자 아동복지교사가 펴낸 그림책 <마술떡>(신아출판사)의 일부이자 책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문장 중 하나다. 책은 주인공인 나희가 친구들이 이름으로 놀리는 것이 싫어서 싸우게 되고, 이름을 바꿔 달라고 조른다. 떡가게 주인 할머니는 나희를 떡집으로 초대해 떡을 만들어 주며 이름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 주는 내용이다. '나'라는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귀중하고 소중한 것은 바로 '이름'이다. 이름은 가족의 소망과 기원이 담겨 있지만 별명이나 장난으로 불러 서로 상처를 주고 다툼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송 작가도 어릴 적 어머니께 예쁜 이름으로 바꿔 달라고 투정 부린 적이 있다. 송 작가는 "어머니는 좋은 뜻이 담긴 이름이라면서 가족들 이름에 담긴 이야기를 해 주셨다. 제 이름이 부르기 쉽고 깊은 뜻이 담겨 있어 괜찮다고 다독여 주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송 작가는 이름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그림책을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저마다 어렸을 때 이름에 대한 기억과 '나'의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족의 이름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그림책의 소재가 된 것이다. 송 작가는 "부모님의 소망과 기원이 담겨 있는 이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의미로 이름에 담긴 뜻과 내 이름이 지어진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와 도서관에서 창의책놀이 전문강사이자 동화와 동시로 아이들과 만나는 아동복지교사다. 동시집으로는 <똥방귀도 좋대>, 수필집으로는 <좋은 하루 되세요>가 있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11.16 17:36

실생활에 스며드는 전통놀이...19일 전주역사박물관서 '놀이.집' 개최

전통놀이 문화 확산을 위해 전주시 산하기관인 한국전통문화전당과 전주역사박물관이 손을 맞잡았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과 전주역사박물관(관장 강숙희)은 오는 19일 전주역사박물관 야외 하늘마당에서 '똑똑! 전통놀이 배달 왔어요' 행사를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전주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수집·보존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전주역사박물관과 전국 최초의 놀이 전용공간 '우리놀이터 마루달'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전통문화전당 우리놀이진흥팀이 '전통놀이'를 소재로 기획 행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두 기관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 단위 방문객을 대상으로 콩주머니 던지기, 고누놀이, 제기차기, 사방치기 등 총 4종 놀이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프로그램은 오는 19일 오후 1시와 3시 30분, 총 2회에 걸쳐 진행된다. 김은주 우리놀이진흥팀장은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놀이체험을 통해 놀이 문화와 전통이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놀이문화 확산의 핵심"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놀이문화의 진흥과 확산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프로그램 참여 접수는 전주역사박물관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전주역사박물관 누리집 또는 학예연구실 전화(063-228-6485)로 문의하면 된다. 한편 두 기관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앞으로도 협력 사업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는 등 전통놀이 문화 확산에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1.16 17:3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헌수 작가 - 앤 카슨 '녹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모든 사람에게 바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원참사로 가족과 친지를 먼저 떠나보낸 이들, 11월에 갑자기 떠난 하나 밖에 없는 제부, 황망한 죽음 앞에 사무침과 애절함, 그리움이 가득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생각나는 얼굴, 자려고 눈감으면 떠오르는 얼굴, 나타났다 사라지고 다시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조각들의 집합체, 통합할 수 없는 삶의 형체를 본뜨면서 말이다. 물성의 아름다운 비가(悲歌)에 새겨진 전율에 한없이 스며들었다. <녹스>는 시인이자 번역가, 고전학자인 앤 카슨이 22년간 헤어져 있던 오빠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만든 책이다. 형제의 죽음을 애도하는 고대 로마 시인의 비가를 하나씩 해체하여 오빠의 기억들과 나란히 두었다. 이 책은 처음엔 수첩이었다. 앤 카슨은 오빠와 자신의 유년시절 사진, 먼 곳에서 오빠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우표, 앤 카슨의 온갖 제스처와 흔적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툴루스라는 고대 로마시인의 시를 번역하면서 죽음의 상념을 쓰고, 그리고, 인쇄하고, 찢거나 날카롭게 오려내어 풀로 붙이면서 하나의 수첩으로 완성했다. 최초의 수첩이 만들어지는 방식을 재현하며 기계의 영역을 벗어나 사람의 손으로 수작업을 거쳐 만들었다. 눌러 쓴 것이나 붙인 흔적들이 너무 생생했다. 만질 수 없는 감정이 만져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섯 페이지씩 인쇄된 더미들이 접히고 서른 번 이상의 풀칠을 통해 완성되었다. 192쪽의 종이가 아코디언처럼 하나로 쭉 이어진 책이다. “녹스를 처음 읽을 때 대부분은 오른쪽 페이지만 읽는다. 그러나 왼쪽 페이지를 읽어야 왜 녹스 인지 알 수 있다. 라틴어 사전을 옮긴 것처럼 보이는 왼쪽 페이지에는 앤 카슨이 지은 예문마다 녹스(nox)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이것은 비밀을 적는 방식과 닮았다. 뻔히 드러나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라고 녹스를 번역한 윤경희 작가는 말한다. 펼치면 왼쪽 면에는 고대 로마 시인 카툴루스의 시를 번역하는 과정이 들어있다. 오른쪽 면에는 오빠를 먼저 떠나보낸 동생 앤 카슨의 이야기가 있다. 밤의 단어, 밤의 문장, 밤의 구절로 이루어진 카툴루스의 시와 산문은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며 비가로 완성이 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글쓰기를 통해 펼치고 접으며 노래를 지었다. 단조의 옥타브를 드나들며 슬픔을 연주한다. 어두운 것 같으나 결코 어둡지 않은 비가는, 상실의 아픔을 기워내고 존재에 대한 기억을 포기하지 않았다. 오빠를 위한 기억들은 밤의 언어가 되었다. 오빠를 해체하고 재조립하고 기억하고 추측해보고 문학적으로 풀어내었다. “녹스에서 가장 밤 같은 낱말은 어쩌면 “saekken” 일 테다. 덴마크어로 가방, 봉지, 주머니를 뜻하는 이 조그만 어둠 안에 죽은 자에게 주고 싶었으나 미처 주지 못했던 것, 뒤늦게야 준 것, 아직 주지 못한 것을 다 담을 것, 꽃, 책, 술, 손, 현존, 사진, 눈물, 질문들의 소낙비, 구름이야기, 목숨, 웃음, 밤의 상자 속에 이것들이 뒤섞여서 사그라들만 하면 다시 들리는 소리를 낸다고 상상하자. 온몸을 고막으로 하여 밤의 기척에 닿자“라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읽는 내내 시간을 되돌려주며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애도의 문장을 보면서, 이렇게 추모하는 일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헌수 시인은 20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로 등단했다. 시집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시화집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이 있다.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11.16 17:34

폐골판지로 만든 종이 자판기...폐지 활용 아이디어 '무궁무진'

'금판지'라고 불리던 폐골판지가 경기 침체, 택배수요 감소 등에 따라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폐골판지는 재활용률이 평균 80%에 달하지만 재고량이 2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넘치는 재고량에 소각을 고민하고 있을 상황에서 폐골판지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들이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문화통신사협동조합은 제2회 전라북도사회적경제박람회에서 종이 박스로 제작한 기부 자판기 '신묘한 자판기'를 선보여 화제다. 볼품없이 버려진 종이 박스는 지역 시각예술가들의 손길로 새롭게 태어났다. 엉성한 듯하지만 자판기는 '현금 투입구'와 '상품 나오는 곳'을 갖추고 있는 온전한 형태다. 현금 투입구에 현금을 넣으면 상품 나오는 곳으로 자판기 내부에 있는 사람이 직접 과자를 내어 주는 방식이다. 모인 현금은 연말 취약계층 연탄 기부에 활용하고, 참여자에게는 작은 지역 문화예술 상품을 선물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사람들의 반응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웠다. 김지훈 대표는 "단순히 '놀이', '호기심'으로 참여했던 관람객들이 기부 소식을 듣고 더 많은 돈을 넣기도 하고, 따로 보태고 싶다고 돈을 건네기도 했다. 놀이로 시작한 일이 한 지역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종이 자판기를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판기 내부에서 사람이 직접 커피를 건네며 따듯한 말 한마디를 전하거나 감정 코인을 도입해 자판기에 넣으면 사람이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는 등 따뜻함을 전하고 싶다"며 폐골판지 활용 아이디어를 나열하기도 했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문화통신사협동조합은 시각예술가 모집, 기후위기 극복이나 지역사회 발전에 조언을 줄 수 있는 ESG 전문가를 초정해 다음 주부터 폐골판지 활용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이들과 만든 종이 자판기는 12월 남노송동 마을 축제, 연말 시내 거리 등에서 선보인다. 김 대표는 "전주에 전주 페이퍼가 있고, 폐골판지 재고량이 많다고 하니 폐골판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주에서 종이 자판기 문화가 형성되고, 지역사회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반응을 보여 주시는 참여자들과 종이 자판기에 뜻을 더해 주시는 예술인 등이 있어 저희도 더 신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1.15 18:00

"꿈의 조각배, 한글에 띄우다" 세종한글서예연구회 회원전·우수작품전 개최

세종한글서예연구회(회장 정명화)가 오는 25일까지 전북도청 기획전시실에서 2022 정기회원전 '꿈의 조각배, 한글에 띄우다'와 '한글날 기념 제43회 학생붓글씨 대회 우수 작품전'을 연다. 전시에는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35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코로나19 속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꿈과 희망적인 따뜻한 글로 위로를 건네고 싶어 마련했다. 전시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흘린 땀과 눈물을 거두고 일상 회복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 정명화 회장은 "긴 코로나19 시대를 겪으면서도 한글 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아 소중한 작품을 출품해 주신 회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모두가 한 해 동안 노력하신 모든 일에 하나도 빠짐없이 멋진 마무리와 큰 결실을 거두어 든든하고 여유 있는 미소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멋진 수확과 결실이 있는 날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종한글서예연구회는 한글날을 맞아 한글 서예를 통해 정서를 함양하고 대중화에 기여하기 위해 창립했다. 도내에서 가장 오래된 학생붓글씨쓰기대회를 개최하고 정기회원전 등을 여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1.15 17:58

연극 통해 보는 부자의 정...연극 '고물은 없다' 2주간 공연

예술집단 얼간이 작년 12월 뜨거운 환호와 함께 막을 내리고 1년 내내 재공연 문의가 빗발친 연극 <고물은 없다>로 다시 한번 소극장을 뜨겁게 만든다. 예술집단 얼간의 연극 <고물은 없다>가 16일부터 2주간 김제 예술공간 짚(16∼25일)과 전주 오거리 소극장(27일)에서 펼쳐진다. 월·화요일, 26일 토요일에는 개최되지 않는다. 연극은 모두가 흔히 말하는 낡고 쓸모없는 물건인 '고물'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관람객들이 기능이 고장 나고 유행 지나면 버리는 고물에서 인간관계를 발견하고,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연극이다. 연극은 경찰 단속에 붙잡힌 약장수를 위해 탄원서를 쓰는 노인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고물을 주워다 고치는 오 씨, 어르신을 상대로 고가의 물건을 팔아 돈 버는 약장수, 오 씨의 아들 오 경사의 이야기다. 오 씨는 약장수를 만나 모종의 부탁을 받게 되고, 오 경사는 파출소에 접수된 김 씨 할머니 사건을 맡게 되면서 생기는 일을 그렸다. 김수진 연출가는 "추억과 세월이 녹아 있는 것은 쓸모없는 고물이라 천대할 수 없다"며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부단히도 애쓰며 살아낸 흔적의 보물을 볼 수 있는 값진 연극"이라고 말했다. 관람료는 무료다. 예약 문의는 예술집단 얼간 전화(010-8319-3633)로 하면 된다.

  • 영화·연극
  • 박현우
  • 2022.11.15 17:58

전주문화재단 'Fantasie' 시리즈 마지막 공연 개최...19일 한벽문화관

전주문화재단 전주한벽문화관(관장 김철민)이 오는 19일 2022 우수작품 시리즈 'Fantasie'(이하 시리즈)의 마지막 무대를 선보인다.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은 세계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 브랜든 최와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최근 함께 앨범 작업을 통해 완벽한 호흡을 자랑했다. 환상적인 하모니를 자랑하는 두 연주자가 풍부한 음역이 돋보이는 색소폰, 피아노의 깊은 매력을 발휘할 예정이다. 이들은 구슬픈 색소폰의 선율과 질감이 세세하게 표현되는 글라주노프의 음유시인 노래를 시작으로 글린카의 비올라 소나타, 데메르스망의 환상곡,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를 연달아 선보인다. 비올라, 첼로 등을 위한 곡을 색소폰으로 연주한다고 밝혀 브랜든 최가 어떻게 곡을 해석할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전주문화재단 관계자는 "올 한 해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온 2022 우수작품 시리즈 'Fantasie'가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다. 이번 공연 역시 많은 관객들이 즐겁게 관람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전석 2만 원이며 인터파크 티켓을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자세한 공연 정보와 문의는 전주문화재단, 전주한벽문화관 누리집 또는 전화(063-280-7040)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1.15 17:58

영화계에 새로운 물보라를 일으킨 뉴웨이브영화제 19일 개막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디딘 뉴웨이브영화제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 작년의 3배가 넘는 작품이 출품되는 등 도내 청년·신진 영화감독들의 관심이 뜨겁기 때문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 속에서 뉴웨이브영화제가 오는 19일 개막을 알렸다. 뉴웨이브영화제는 오는 19, 20일 양일간 씨네Q 전주영화의거리점에서 열린다. 영화제는 도내 청년·신진 영화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응원하기 위한 자리다. 이들이 계속해 영화를 사랑하고 제작에 참여하며 지역의 영화 생태계를 다양하고 활기를 불어넣도록 영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좋은 취지를 가진 올해 영화제의 정체성으로는 수많은 종이 존재하지만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종이 수천 가지인 '해파리'로 설정했다. 수많은 영화가 존재하지만 아직도 상영되지 못한 영화가 수천 가지여서다. 이에 맞춰 영화제 포스터도 바닷속을 유영하는 해파리의 이미지를 빌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품을 묘사하고, 작품을 반짝이는 주체로 표현했다. 영화제 측은 더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상영하기 위해 올해 출품된 350편의 작품 중 전북 섹션 8편, 일반 섹션 8편, 총 16편의 영화를 선정했다. 19일에는 전북 1 섹션에 해당하는 김서윤 감독의 <사랑합니다 고객님>, 김해리 감독의 <벌레>, 오재욱 감독의 <동심다방>, 이관희 감독의 <찬 바람 겨울 아침>을 상영한다. 20일에는 일반 섹션인 이단 감독의 <흙빛>, 박강 감독의 <매몽>, 김민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 이윤석 감독의 <우린 동산에서 왔어>와 이도휘 감독의 <혼자서도 잘해요>, 진현태 감독의 <동전 세탁소>, 이형주 감독의 <레디, 액션!>, 선고은 감독의 <크림빵과 사이다>을 상영할 예정이다. 이어 전북 2 섹션에 해당하는 장대호 감독의 <처음>, 서가연 감독의 <SUFFER>, 고은비 감독의 <습지>, 채은유 감독의 <덫>이 영화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영화제 관계자는 "출품작 리스트를 보며 도내 청년·신진 영화감독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기획됐던 작년 뉴웨이브영화제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며 "작품 한 편 한 편에서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기에 선정된 작품을 상영한다는 기쁨과 동시에 더 많은 작품을 상영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예매는 제2회 뉴웨이브영화제 예매 페이지 또는 현장에서 가능하다.

  • 영화·연극
  • 박현우
  • 2022.11.14 17:28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미술과 사회 4

그러니 정치 부재, 혹은 없어서 더욱 좋을지도 모르는 정치적 상황 아래서 자연발생적으로 민중, 민족미술이 출현하여 다급하고도 결연한 목소리로 소위 제도권 미술의 문을 두드리고 윽박질러도 속이 좁은 사람인양 반응을 하지 못했다. 물론 그들의 이론을 전부 수용한다거나 같은 행동을 하자는 것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에도 어느 정도는 반응을 했어야 했다. 그들의 출현은 분명 시대의 아픈 상황이었고 그들이 질타할만한 요소들이 제도권 미술에는 너무나 만연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창조적 상상력을 거세하려는 대학의 미술교육 현장을 질타에도 한 번쯤은 귀를 기울이고 반성을 하는 가운데 모색점을 찾는다거나 공감을 했어야 했고 한국미협의 부조리한 운영에 대한 것들에도 공감을 했어야 했다. 다시 말하자면 민중미술 역시 이 시대가 절실하게 요구한 시대적 상황이다. 그들의 이론에 부분적으로는 절대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너무나 비약된 논리나 극단적인 표현으로 갈 때만은 부정을 했어야 했다. 요약하면 긍정할 부분은 긍정하고 부정할 부분은 부정하여 모색할 점이 있으면 같이 모색을 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본인에 대한 반성이다. 과거 민중미술 작가와 필전이 있었을 때의 반성이다. 현대미술을 감상할 때 특히 어려운 부분이 비구상성이나 작가의 논리성이 강할 때이다. 외부 대상이 있어서 비교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막연한 이해의 대상이어서 극히 주관적이기 때문에 우리의 실존 세계와는 거리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해 보자. 우리가 손 훈련이 서툴러 손으로 그리지는 못하지만 머릿속으로는 척척 그려지는 대상이 있다. 벌거벗은 여인이라거나 빨간 사과, 초가지붕 위의 박 넝쿨 등은 구체적인 대상을 봤던 기억으로 하여 떠오르는 형체가 있지만 머릿속에서도 떠오르지 않는 꿈, 슬픔, 권태 좌절 등의 내 마음속에서만 가능한 추상명사는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또는 이야기의 전개가 전혀 없는 조형의 기본인 조화, 강조, 율동, 통일, 리듬 만으로만 전개되거나 이도 저도 뭉개버리고 철학적인 사고에 근거한 무조형성의 그림은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 문화일반
  • 기고
  • 2022.11.14 17:26

마음에 깊은 울림 선물하는 예술작품 '가득'

전북예술회관에 깊은 울림을 주는 예술작품이 대거 전시되고 있다. 기스락 1실에서는 이종환·김영숙 작가의 부부전이 열린다. 이종환 사진가의 다큐 사진과 김영숙 작가의 서양화가 전시된다. 이 사진가는 36년간 전주, 서울, 진도, 성주 등 각종 시위와 집회 현장을 다큐 사진으로 담았다. 김 작가는 '빛(색)을 탐하다'를 주제로 서양화를 작업했다. 주제에 맞게 캔버스 위에 얹은 알록달록한 물감이 특징이다. 기스락 2실에서는 김연 화백의 수묵화가 전시되고 있다. 화려한 색채보다는 순박한 붓질로 표현한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의 마음에 안정을 선물한다. 그는 캔버스 위를 가득 채워 빈틈없이 그리기보다는 여백의 미를 활용했다. 화려한 색채보다는 순박한 붓질로 작업했다는 의미다. 한 캔버스 위에 고요함과 동적인 느낌을 동시에 담는 등 김 화백만의 예술세계를 펼쳤다. 차오름 2실에서는 이두근 사진가의 사진전 '혼돈 그리고 소망과 안식'이 한창이다. 사람들의 내면 정서를 다룬 감성적 사진 총 20여 점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전개해 인기다. 총 11개의 내용을 전개해 코로나19와 전쟁, 이태원 핼러윈 참사 등으로 인한 관람객들의 답답하고 우울한 내면을 달래고자 했다.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이어진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1.14 17:25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