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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조 시인이 13번째 시집 <안경을 닦으며>를 펴냈다(나남). 일상 속에서 느꼈던 희노애락을 담은 시집은 1부 안경을닦으며, 2부 서재에서, 3부 비보, 4부 내 안의 백수광부, 5부 권태와 변태사이 등으로 구성됐다. 류 시인은 생생한 실존을 전한다. 은유를 사용하거나 애매모호하게 표현하기보다는 명명백백하게 본질을 드러낸 시들이 지금 여기 눈앞의 세계를 의심이나 부정 없이 담담히 펼쳐 낸다. 일상에서 보고 느낀 점과 부부사이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 일상 속 작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익산 출신의 류 시인은 1966년 문학춘추 신인상으로 등단, 전북의 남풍과 충남의 시혼에서 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날쌘 봄을 목격하다>, <고운 눈썹은>, <지상의 시간> 등과 여행시집 <나는 오래전에 길을 떠났다>을 냈다.
전북도청과 완주군청에서 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한 이강해 씨가 10번째 여행기를 출간하며 80세 산수(傘壽)를 의미있게 기록했다. 노오란 해바라기 밭이 반겨주는 <행복은 언제나 내 맘속에>(도서출판 북매니저)는 이강해 씨가 지난 2017년 이후에 다녀왔던 여행기를 모아 엮어낸 책이다. 자녀들과의 화목한 한때와 50년을 넘게 해로한 아내와의 애정어린 추억을 빼곡이 담아냈다. 제1부는 해외기행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일본의 에메랄드 빛 바다가 인상적인 해양낙원 오키나와, 울창한 숲으로 이뤄진 대마도, 태국의 진주로 이름난 푸켓, 말레이시아의 휴양도시 코타키나발루, 동서양의 문화가 융화된 활기찬 도시 홍콩, 중국 산동성의 석도에서 청도, 위해로 이어지는 크루즈유람 등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한 날의 기록을 모았다. 제2부는 국내여행 일기로 꾸몄는데, 태안반도인 안면도 주변과 천안, 부여, 예산, 보령 무창포, 경남 남해, 여수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볼 수 있는 관광지를 위주로 다녀온 감상을 실었다. 수필과 인생의 소중함을 노래한 아름다운 글은 3~4부에 나눠 담았다. 이를 두고 이강해 씨는 인생여정의 달콤한 냄새가 느껴지는 글을 실었다며 아름다운 인생의 노을이고 싶다, 행복은 언제나 내 맘 속에라는 제목을 붙여 행복하고 건강한 인생살이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생을 웃고 즐기자는 메시지가 인상적인 이야기 200여편으로 제5부의 유머 한마당을 꾸미고 있다. 유머는 유머일 뿐 천천히 조금씩 읽고 음미하면 된다고 독자의 어깨를 두드린다. 임실군 오수면 신기리 출신인 이강해 씨는 전주고와 전북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대둔산의 메아리>, <산천에 내 몸을 싣고>, <발길 닿는 곳에 즐거움이>, <추억을 먹고사는 인생여정>, <여행 속에서 삶의 빛깔이>(전4권), <인생여정의 짙은 향기> 등 9권이 있다.
이춘구 국민연금공단 감사가 피터 드러커의 연금기금사회주의를 최종적으로 완성한 데이비드 웨버의 역작을 번역했다. <노동자 주주-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무기>(맥스미디어)는 21세기 최고의 화두인 부의 불평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데이비드 웨버가 쓴 이 책은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다는 평을 받는다. 저자는 노동자를 위한 새로운 권력의 마중물, 노동자의 경제적 행복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주주 행동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벼랑 끝에 몰린 노동운동의 미래를 열어주고 노동자들의 새로운 힘의 원천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 이 책의 역자인 이춘구 씨는 전북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KBS에서 30년간 근무했으며 현재는 국민연금공단 감사로 재직중이다. 경제민주화에 관심이 많아 이를 입법론적으로 제안하고,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려 애쓰고 있다. 또 기초연금과 국가요양제도 등 노인복지제도와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수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국감사협회 부회장 겸 사회적 가치실현 위원장을 맡아 연금복지공동체 건설에도 힘쓰고 있다.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길남 부안초 교장이 글 잘 쓰는 법을 안내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이론적 참고서를 통해 이길남 교장은 최근 출간한 동시집 띵까띵까가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보답을 전한다. 이번 책은 교사와 학부형, 학생들을 생각하며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엮었다. 지난 2009년 월간 아동문학 동시로 등단한 이길남 작가는 전주여고와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아동미술을 전공했다. 임실의 생활 교과서, 동시집 바람과 민들레, 겨울엔 잠만 자는 것이 아닙니다 동인지 옹달샘 1집, 2집 동화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공부방에 삽화를 그렸다.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상, 제21회 향촌문학 시조공모전 지도교사상 등을 수상했으며 있으며 현재 교단문학회장과 ㈔일일선 실천국민운동본부 인성교육 전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0년부터 전북도민일보에 이길남 선생님의 즐거운 글쓰기를 연재하고 있다. 류시호 한국문학예술인협회 대표는 표사에서 돌다리도 두들겨 건너간다는 말처럼 글쓰기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글쓰기에 정진하면 글을 쓰는데 큰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상재한 글짓기의 시작과 끝 글 잘 쓰는 법이 글쓰기 길라잡이가 될 것을 믿는다고 전했다.
의자라는 구조적 사물을 인간의 신체에 비유하고 그 형상을 의자로 환원함으로써 사람의 사고방식을 의자에 투영시키고 있다. 사물과 인간의 형상을 재해석해서 접합했다. 물질에 귀속된 삶을 영위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민낯이 가감 없이 반영된 작품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팔을 힘껏 들어 올리고 있지만, 무력해 보인다. 프로필 윤성진은 전북대학교 교수를 역임(1988~1997)했으며, 동아미술제 대상(1986)을 받았고, 현대미술초대전, 로고스와 파토스전 등에 참여했다. / 작품 안내 : 이문수(전북도립미술관 학예연구팀장)
내가 찾는 아인 흔히 볼 수 없지. 넓은 세상 볼 줄 알고 작은 풀잎 사랑하는. 워워 흔히 없지. 예예 볼 수 없지. 들국화의 내가 찾는 아이의 노래 가사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를 발견했다. 박서진 작가의 동화 <남다른 상을 드립니다>(꿈꾸는 초승달)의 다른이가 그 주인공이다. 마음 깊고 이해의 폭이 넓어 세상 보는 눈이 봄 햇살만큼이나 따뜻한 아이, 남다른. 다른이는 경비아저씨가 키우는 개, 딱지와 헤어질 생각에 마음이 아리다. 그즈음 엄마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방학 전까지 상장을 받아오면 강아지를 키우도록 허락한다는 제안이었다. 이보다 반가운 소리가 또 있을까. 다른이는 털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엄마를 생각하면 괜찮아요! 하고 싶다. 하지만 강아지를 너무 키우고 싶어 콜!하고 외친다. 다른이의 상장받기 프로젝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다른이에게 상장받을 기회가 여러 번 찾아온다. 그런데 그 기회라는 게 다른이 바램과 달리 자꾸 어긋나고 만다. 경비실에서 택배를 훔친 남자를 경찰에 신고했지만 그 공로는 엉뚱하게 친구에게 돌아간다. 열심히 공부해 노력 상을 받으려 했지만 1점 차로 받지 못한다. 다행히 인기투표에서 가장 인기 많은 아이로 뽑혔지만 이 또한 친구의 도움 덕분이라는 걸 다른이는 알게 된다. 이쯤 되면 거의 울 지경에 이를 텐데 다른이는 어째 덤덤하다. 다른이 속에 부처님이 들어앉기라도 한 것일까? 다른이는 경찰이 되는 게 꿈인 친구가 모범 어린이 상을 받자 힘껏 손뼉 쳐 응원했다. 노력상을 받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보려는 친구를 보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친구 도움 덕분으로 얻게 된 인기투표도 정정당당하지 못하다며 상장을 거부한다. 어쩌면 다른이는 나에게 또 우리에게 어른이자 스승이지 싶다. 1점 차이, 뒤바뀐 영웅, 조작된 인기투표 앞에서도 다른이는 상장보다 친구를 응원하는 여유와 정의가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아이에게 기꺼이 부처님 반쪽 상을 주고 싶다. 내가 주는 상장 받고 강아지를 키운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목표를 위해 과정을 무시할 때가 많다. 나 또한 목표만 보느라 가는 길에 꽃이 피었는지 그 꽃 색깔이 연노랑인지 진빨강인지 보지 못했다. 나뭇잎이 연두인지 초록인지 모르니 나무를 키운 바람과 햇살의 수고로움은 어찌 생각할 수 있을까. 나무를 둥지 삼아 사는 수많은 생명의 앙알거림은 더더욱 들었을 리 없다. 지난하고 굴곡져 가는 것이 두려워 아예 처음부터 과정 생략하고 목표에 골인하려는 조급함을 보일 때도 많았다. 지금도 그러하니 다른이보다 못한 어른임에 부끄럽기만 하다. 경주할 때 경주마 눈 양쪽에 까만 눈가리개를 붙인다. 말은 인간보다 시야가 넓어 그대로 뛰었다가는 주의가 산만해져 경주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란다. 경주마처럼 눈가리개를 달고 목표에 치우쳐 달려가는 건 아닌지 삶의 속도를 늦추어 봐야 할 일이다. 여유가 생겼다면 짬짬이 박서진 작가의 『남다른 상을 드립니다』 읽기를 권한다. 비와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처마 밑에서 아이와 함께 소리 내어 읽으면 더 좋을 계절이다. *김근혜 동화작가는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동화 선물로 등단했다. 현재 아이들을 대상으로 독서논술 지도를 하며 글을 쓰고 있다. 2020년 첫번째 장편 동화 <제롬랜드의 비밀>을 출간했다.
소리꾼 김민영 광복 75주년의 의미를 아로새길 열사가가 전주에 울려퍼진다. 소리꾼 김민영의 창작판소리 공연이 오는 14일 오후 7시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 무대에 오른다. 전북일보사와 아원고택이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이준안중근윤봉길 3인의 열사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데 무게를 뒀다. 광복절을 맞아 우리나라의 평화를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한 세 열사의 이야기를 되새기고 순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고수로는 유경수 한국사회문화예술진흥원 전북지회장이 함께 한다. 김민영 씨는 광복 75주년이 되는 시점에 이번 창작판소리 열사가 공연은 저에게 무척 소중하고 의미 있는 자리라면서 소리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준비한 창작판소리 발표의 장인 만큼 흥분과 떨림을 안고 조심스레 펼쳐본다고 공연을 준비한 소감을 전했다. 소리꾼 김민영은 남원 출신으로, 전북대학교 예술대학 한국음악과를 졸업했으며 동대학원에서 음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전주시립국악단 수석으로 있다.
버려지는 자원도 우리의 관심만 있다면 아름답고 소중한 보석이 될 수 있습니다. 환경운동과 문화예술의 만남으로 새로운 지역 공동체를 구현해온 환경문화조직위원회(위원장 김승중)가 하천과 바닷가에서 버려진 유리 조각을 수집해 자연세공 유리 보석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환경문화조직위원회 구성원들은 우리 주변 산천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유리병이 깨지고 방치되면서 자연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이들을 위협하는 흉기가 됐다는 인식을 시작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렇게 전주천, 삼천, 부안 격포를 비롯해 고성, 강릉, 속초, 주문진 등 우리나라 곳곳의 하천과 해안가를 찾아다니며 유리 조각을 주워 모았고, 새 생명을 입혔다. 이들은 유리 조각이 오랜세월 파도와 모래, 자갈과 섞이고 부딪치면서 자연세공되는 과정에서 보석과 같은 형태와 빛깔을 갖게 된 것에 주목했다. 김승중 환경문화조직위원장은 자연세공 유리 보석 작품은 그 정형화되지 않은 특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단 한 점씩 밖에 만들 수 없다는 희소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탄생한 목걸이, 팔찌, 반지, 귀걸이는 대한민국 아러스나인 패션 뷰티쇼를 통해 선보이고 주문 제작과 판매를 진행할 계획이다. 환경문화조직위원회는 이와 연계해 오는 8일 전주 아중리 2데크 수변무대에서 오후 3시~5시 30분에 시민노래방으로 흥을 돋운 후 오후 7~9시에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열대야 GO 쿨 COME 대한민국 쿨 상상 환경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이 음악회는 여름밤 열대야로 고생하는 시민들이 시원한 자연바람을 느끼며 문화공연을 즐기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에어컨과 선풍기로 인한 가정 내 전기 사용을 줄여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천하자는 의도도 있다.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인들은 재능기부를 통해 동참했다. 환경문화예술을 통해 보고, 듣고, 느끼고 실천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이날 무대에서는 전주 하가초여울초 학생들의 우쿨렐레 공연을 시작으로 가수 김영애가 노래 무정한 사람아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밖에도 밸리댄스, 통기타 연주, 트로트, 난타, 아쟁산조, 마술, 성악, 검무 등 다채로운 예술공연으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준비를 마쳤다. 이중 전국 최초로 시도하는 전통무인의상 패션쇼에서는 전통무인 의상 15점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한 손혜원 디자이너와 임성곤 서예가가 협업한 에코백 가방쇼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환경을 해치는 골칫거리였던 유리조각이 오랜 시간 자연의 힘으로 다듬어지면서 보석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한 여름밤 전주 아중저수지에서는 환경을 사랑하는 이들의 에너지로 불을 밝힌다.
연기자의 꿈을 가진 전북청소년들을 위한 적성 개발 워크숍이 마련됐다. 2020 전북 청소년 영화&공연 융합 연기 워크숍은 전북교육청과 영화문화발전위원회가 연계하여 배우가 갖춰야 할 연기를 좀 더 세분화하여 다양한 장르적 연기와 공연 연기를 융합, 연기 교육을 강화했다. 오는 6일까지 교육생을 모집하며 11일부터 14일까지 총 4일간 전주 한해랑아트홀에서 교육을 진행한다. 신청 자격은 영화연기에 관심이 있는 고교생 등 전북의 청소년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이번 교육은 교육생이 직접 연기하고 촬영한 단편영화를 완성하고 영화제작 시스템을 이해하고, 영화연기 잠재능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영화감독 봉만대와 배우 송부건김혜나권우경이 특강을 할 예정이다.
전북수채화협회(회장 유대영)가 한줄기 시원한 바람 같은 열여섯 번 째 여름을 그린다. 오는 7~13일 전북예술회관 1층 기스락 1전시실에서는 전북수채화협회의 제16회 회원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진영, 김분임, 박대원, 소채남, 소훈, 이소영, 한인순 등 회원 43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작품에는 꽃과 자연 풍경으로 그리는 계절에 대한 인상이 담겨 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흐려진 일상의 자유를 그리고 지친 삶을 위로하겠다는 메시지를 그렸다. 유대영 전북수채화협회장은 질퍽한 흐린 물속에서도 한 가닥 맑은 물 샘을 찾아 순백의 꽃을 터트리는 백련처럼 저희 회원들도 한해의 고뇌 끝에 이곳을 찾아 주실 아름다운님들 앞에 멋진 작품들을 내어 놓는다면서 오랜 세월의 경험이 붓의 유희를 쉽게 하지만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목마름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지난 2004년 창립한 전북수채화협회는 이듬해 첫 협회전을 열고 해마다 꾸준히 회원전을 열고 수채화에 대한 사랑을 도민들과 나누고 있다.
거미줄에 걸린 빗방울이었습니다. 떡갈나무 잎새에 덮인 옹달샘이었습니다. 졸졸 속살거리며 실개천은 몸집이 커졌지요. 동네 앞을 지날 때쯤 제법 찰랑거렸지요. 개울물에 종이배를 띄우고 따라가던 까까머리 시절도 있었지요. 막 여드름이 돋던 시절 맞닥뜨린 강물은 얼마나 먹먹하던지요. 그 큰 강 앞에서 얼마나 벅차올랐던지요. 수평선 너머를, 은하수 건너를 꿈꾸며 잠 못 이루던 때 있었습니다. 사나흘 퍼부었습니다. 큰물 구경 나갔던 생각에 집 앞 냇가로 나갔습니다. 붉덩물에 둥둥 떠내려가던 호박덩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윗동네 누구네 허름한 살림살이도 떠내려오지 않았고요. 어려선 신이 났었는데 나잇값 못하고 겁먹었습니다. 길을 끊을 듯이 둑을 넘을 듯이 달려드는 큰물이 무서워 그만 돌아섰습니다. 비 그치고 늘 거닐던 산책길, 무성하던 갈대가 드러누워 있습니다. 밤새 잡아끄는 손 뿌리치느라 몸살이 난 것이지요. 홍수에 쓸린 갈대숲, 쓰러진 달맞이꽃이 허리를 세웁니다. 대낮에 노랗게 꽃불 켜 들었습니다.
울림이라는 뜻을 가진 전주대학교 피아노 동문 단체 피아노 에코가 창단 20주년을 맞아 스승의 은혜를 시민들과 나눈다. 오는 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리는 사은음악회는 피아노 에코의 오늘을 만든 송미희김동진주영목 교수를 초청해 감사를 전하는 자리로 완성할 계획이다. 지난 2001년 11월 5일 첫 정기연주회를 열고 서로를 격려하며 좋은 연주기회를 만들었던 이들은 음악을 매개로 스승과 제자의 만남을 소중히 여겨왔다.. 특히, 이번 연주회는 기존에 선보였던 독주에서 벗어나 두 명 이상의 피아니스트들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각자의 음악을 조화롭게 만들어갈 예정이다. 박선영 피아노에코 회장은 매년 특색 있는 주제와 관객의 입장과 눈높이에 맞춰 감상할 수 있는 연주회를 열어왔지만 이번에는 보다 뜻깊고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같은 무대에서 같이 호흡하며 연주하는 스승과 제자의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백옥선)은 오는 10월 9일까지 지역 문화정책에 관한 제반 연구를 담은 전주문화논총 제3집 연구논문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간한 전주문화논총 제2집에는 주요한 문화정책의 변화와 방향에 대해 살피고 지역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한 연구내용이 담겼다. 전주의 지역문화정책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는 연구논문 5편이 수록됐다. 이번에 모집하는 논문 내용은 전주의 역사문화유산에 대한 고고문화인류학역사적 고찰 및 활용 제안과 전주문화에 대한 연구로, 분야는 기획 및 자유논문이다. 공동저자를 포함해 관련 분야 석사학위 이상이면 투고할 수 있고, 모집 마감 후에는 최대 5편을 선정하고 선정된 논문에 대해 원고료 10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원고분량은 200자 원고지 150매 이내. 지원서 양식은 전주문화재단 홈페이지(www.jjcf.or.kr)에서 내려받아 작성한 후 이메일(jjcf_run@naver.com)로 제출하면 된다. 백옥선 전주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전주문화논총 제3집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주의 역사문화유산과 지역문화의 가치가 알려지길 바란다며 현장에서 활동하는 제 분야 소장 전문가와 지역 내 뜻있는 연구자분들의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투고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한옥마을에서 여름밤 여행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 정통 클래식 음악회가 펼쳐진다. (사)비바체 뮤직 페스티벌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5일간 전주 한벽문화관과 전동성당에서 제4회 전주비바체 실내악 축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7년 문화도시 전주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시민과 여행객에게 클래식 음악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된 이 축제는 올해로 4년째 매년 열리고 있다. 올해 전주비바체 실내악 축제는 코로나19 여파로 무대 위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오케스트라와 협주곡이 아닌 실내악곡으로만 연주회를 여는 것이 특징이다. 예술감독인 최은식 서울대학교 음악과 교수를 중심으로 국내외 최고의 솔리스트로 인정받는 연주자들은 앙상블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번 축제에서 연주자들은 모차르트(W. Mozart), 베토벤(L.v.Beethoven), 멘델스존(F. Mendelssohn), 아렌스키(A. Arensky), 훔멜(J. N. Hummel), 쇼스타코비치(D. Shostakovich) 등의 클래식 곡들을 수준 높은 공연으로 선보이게 된다. 실내악 공연은 19일을 제외하고 모두 한벽문화관에서 진행되며 사전예약(8월 4일11일)을 통해 매회 60명만 입장할 수 있다. 공연 입장권은 전주 한벽문화관에서 1인 2매씩 선착순으로 무료로 예매할 수 있다. 19일에 열리는 전동성당 공연은 무관중으로 열리며 16일부터 19일까지 공연은 아르떼티비 채널과 유튜브로도 생중계된다. 서배원 전주시 문화정책과장은 전주비바체 실내악 축제는 문화도시 전주를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로 치유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초제 심청가 완창발표회를 여는 송세운 씨 동초제 심청가가 익산에서 울려퍼진다. 사)익산국악진흥원과 소월 임화영 판소리 전수관은 오는 8일 오후 1시 소월 임화영 판소리 전수관 2층 공연장에서 동초제 심청가 송세운의 완창발표회가 열린다고 밝혔다. 송세운은 1977년 군산 출생으로 전북대학교 한국음악학과를 졸업한후 2003년 국립민속국악원 창극단에 입사했다. 특히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춘향가)인 소월 임화영 선생의 아들로 동초제의 명맥을 잇고 있다. 동초제는 판소리의 명창 동초 김연수(1907~1974)가 1930년대 초 여러 판소리 명창들의 소리 중 좋은 점만 고라 창시했다. 동초제는 가사와 문학성을 중시해 사설이 정확하고 너름새(동작)가 정교하며, 부침새(장단)가 다양하다. 또 가사 전달이 확실하고 맺고 끊이 분명한 특징도 있다. 그 중 심청가와 적벽가가 특히 듣기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번에 완창발표회를 여는 송세운씨는 20대 중반의 첫 심청가 완창 발표후 20여년만에 갖게되는 완창발표회라면서 장장 6시간의 발표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많은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익산의 미륵사지는 강력한 왕권을 꿈꿨던 무왕(재위 600~641)이 창건했다. 미륵사지에는 이러한 무왕의 강력한 왕권을 상징하는 유물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중 녹색기와가 수천점이 사용돼 눈길을 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이러한 내용을 주제로 녹색 유약, 녹유 특별전시를 3일부터 진행한다. 이번전시에서는 미륵사지 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 발견된 녹유를 살펴볼 수 있는데 이는 전국 최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미륵사에서 발견된 녹유기와뿐아니라 국내 녹유 문화재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있다. △미륵사지서 발견 된 대규모 녹유 녹유는 도토기 표면에 녹색과 청색을 내는 데에 사용하는 유약을 말한다. 반짝반짝 빛난다고 해 유리라고도 불렸던 녹유는 중국 한나라 때 만들어져 국내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생산됐다. 특히 미륵사지에서 발견된 녹유기와는 녹유 기와로 장식한 최초의 불교사원이다. 한성백제(기원전 18기원후 475), 웅진백제(475538)에서는 녹유는 볼 수 없었다. 다만 사비백제(538660)인 부여 등지에서 발견되는데 이렇게 대규모로 사용된 녹유 기와는 미륵사지가 사실상 유일하다. 실제 미륵사지에서는 1300여점이 넘는 녹유 서까래 막세가 발견됐다. 이같은 규모의 녹유 막새는 한 유적에서 출토된 가장 많은 양의 녹유기와로 불교사원 내 가장 중요한 건물인 금당지와 탑지 외에도 강당지, 승방지, 회랑지 등 거의 모든 건물에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무왕이 미륵사지를 창건할 당시 미륵사에 모든 건물에 반짝이는 녹유기와로 장식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왜 무왕은 녹유를 선택했는가 녹유는 산화납, 산화구리, 산화철 등으로 이뤄졌다. 왜 무왕은 미륵사 창건에 이 녹유를 선택했을까. 먼저 녹유와 같이 청색을 띄는 청동은 오래 전부터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이전 삼국시대유물을 보면 이 녹유는 병, 바리, 벼루 등에 유약을 발라 지배계층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강력한 왕권을 꿈꿔왔던 무왕은 청동에 비해 더 빛이 나는 이 녹유기와를 미륵사와 왕궁리 유적에 사용하며,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왕권을 보여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녹유가 시유된 기물은 백제와 신라 왕경인 부여 및 경주 또는 주요 거점지인 나주, 여수, 진해, 울산 등 매우 한정된 지역과 특정한 장소에서 나타난다. 주로 왕궁과 국가의 공공시설, 불교사원, 귀족의 저택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는 녹유 기물이 일반 백성이 아닌 왕실과 귀족 또는 관료에 의해 소비됐음을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국립익산박물관 관계자는 삼국시대 녹유를 시유한 기와로 건물을 장식할 수 있는 곳은 미륵사와 같은 불교사원이나 왕궁뿐이라며 청자의 등장으로 녹유 도기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푸른기와는 권위와 위엄의 상징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귀하고 고운 빛을 잃은 녹유 본래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북에서 운영 중인 공립박물관 중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우수기관 인증에 실패한 박물관이 3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227개 공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우수박물관을 평가한 결과 전북지역 17곳의 공립박물관 중 3곳이 설립 이후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평가는 설립목적의 달성도 조직인력시설 및 재정관리의 적정성, 자료의 수집 및 관리의 충실성, 전시 개최 및 교육 프로그램 실시 실적, 공적책임 등 5개의 범주에서 이뤄졌다. 전주전통술박물관, 전라북도산림박물관, 순창장류박물관 등 3곳은 우수기관 인증에 실패했다. 이들 박물관은 설립 이후 운영계획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소장품이 추가로 늘거나 확보하지 못해 답보상태이며 전시교육프로그램도 활발히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역 특화 박물관을 설립했지만 설립 이후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3곳 박물관의 공통점은 초기 확보한 소장품 외에 이렇다 할 소장품이 추가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기획특별 전시가 자연스레 줄어들고 관람객들의 외면까지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류정한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 학예연구관은 이번에 인증받지 못한 박물관은 당초 지자체의 주도하에 설립됐지만 이후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해 어려운 여건에 놓인 박물관이 대부분이라면서 현장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많은 부분을 개선하려 노력하지만 부족한 재정 및 인프라로 그 한계를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의 공립박물관 중 최고점을 받은 곳은 정읍시립박물관이다. 정읍시립박물관은 모든 분야에서 대체로 양호한 점수를 받았다. 특히 조직인력시설 및 재정 관리 부분과 전시 개최 및 교육프로그램 실시 실적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뒤이어 전주역사박물관이 2위를 차지했다. 전주역사박물관은 공적책임, 즉 관람객 확보 및 노력, 공공문화기관으로서의 소통 노력, 지역사회 활동 적극도 등을 잘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설립목적의 달성도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군산근대역사박물관, 왕궁리유적전시관, 어진박물관, 진안역사박물관, 익산보석박물관, 대한민국 술 테마박물관, 동학농민혁명기념관, 부안청자박물관, 남원향토박물관, 마한박물관, 판소리박물관,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 순으로 우수기관으로 인정받았다. 특히 진안역사박물관의 경우 2017년 평가결과보다 운영방식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무더운 여름 장마철, 지친 시민들을 위로해줄 시원한 바람을 닮은 전시가 열린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선태)은 4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전주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시 1관에서 扇(선), 풍류특별기획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기획전은 부채에 담긴 옛 조상들의 정교한 기술과 기법을 소개하고 부채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4인이 참여해 의미가 크다. 전북무형문화재 10호 엄재수, 방화선, 박계호 선자장과 제 151호 이신입 낙죽장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 전주를 대표한 공예품 중 하나인 부채를 소재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단선, 합죽선, 윤선 등 총 18점의 부채 작품을 선보인다. 단선은 납작하게 펴진 부채살에 종이나 비단을 붙여 만든 부채이며, 합죽선은 부채살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형태로 종이와 비단을 붙여 만든 것이다. 또한, 접었다 펼 수 있으며 폈을 때 부채의 모양이 원형을 이루는 윤선은 주로 햇볕을 가리는 데 쓴다. 장인들은 전주부채를 중심으로 오랜 세월 연마해온 기술과 장인 특유의 노하우를 풀어냈다. 이들은 같은 분야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고유의 특성을 간직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김선태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아름다운 색채와 여러 형태의 부채를 보며 잠시라도 무더위를 잊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겪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과 어두운 일면을 담담하게 담은 작품이 우리 일상에 새로운 인상을 준다.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스 3기 입주작가 성과보고전에서는 김상덕 작가의 작품이 걸린다. 김상덕 작가는 원광대학교 순수미술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변형된 육체와 의인화된 토끼는 결합과 변이를 반복한 돌연변이로 자연과 생명, 인간 실존에 기초한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머리 부분을 토끼로 설정함으로써 반인반수를 그렸는데, 이는 인간의 내면을 포장하는 도구이자 일종의 대리물의 역할을 한다. 인간 신체에서 배아된 고뇌하고 불안해하는 인간심리의 이중적 자아의 표상인 셈이다. 얼굴이나 인체의 내부기관에 있어야 할 체액이 물감과 한데 엉켜 범벅이 된 표현법도 매우 독특하다. 붓질이나 재질감이 주는 특이성은 육체 일부분의 표본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나 특정한 상황 등으로 극적인 상상력을 유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20년 전북문화관광재단의 창작공간(레지던시 프로그램)지원사업으로 이뤄졌다.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스 3기 입주작가는 지난 4월 공모를 통해 5명을 최종 선정했다. 이들은 5월부터 7월까지 입주해 작업에 몰두하고 성과보고전을 통해 그 결과물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비평가 매칭을 통해 입주작가의 작품에 대한 담론을 새롭게 정리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선태 미술평론가는 김상덕 작가의 작품세계를 두고 하이브리드적 현대인의 이중적 자아라고 이름 붙이며 세상의 모든 삶과 죽음 대한 교감과 그것에 관련한 의식과 기억을 통해 오랜 관찰과 사색을 끈적끈적하고 질척한 유화 재질감으로 작품에 쏟아 붓는다며 작품 저변에 깔린 메시지는 인체를 왜곡 변형하고 기괴한 상상력을 증폭시켜 자아의 욕망에 매몰되어 있는 현대인의 정신병리 현상을 일관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서양화가 윤경희 씨가 세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어안이 벙벙했다. 3년 간 암 투병을 하면서도 주위에 전연 알리지 않은 본인의 깔끔한(?)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여류화가로서 70년대 중반부터 추상적인 화풍으로 주목을 받아온 그녀는 초기에는 전주에서, 그 후에는 서울에 거주하면서 꾸준히 활동을 전개해왔다. 초기의 화풍은 추상을 추구하면서도 구상이 갖는 폭넓은 환상과 암시를 포용하는 경향을 띠었는데, 이후 추상적 구조 위에 꽃과 나비가 등장하는 고유한 화풍을 추구하였다. 그것은 현대적 감성과 전통이 만나는 장면이기도 하고, 삶의 금쪽 같은 기억과 조형이 예술로서 얽히는 현장이기도 했다. 70년대 중반 동문 네거리에 있던 그녀의 화실에 조영철 후배와 방문했을 때 좋아하는 커피를 대접하면서 예이츠의 싯귀에 나오는 하늘의 융단을 화포 위에 깔고 싶다고 하던 말이 생각난다. 2000년대 초에는 전남대에 강의를 내려오면서 선암사, 송광사, 화엄사 등을 전전하면서 문창살에 조각된 꽃문양 등에 탄복하면서 전통적인 것을 어떻게 형상화할까를 고민하던 기억도 난다. 인생의 만년은 전주에 내려와 작업을 하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고 하던 그녀는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기실 주어진 인생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리고 그 뜻을 성취했다는 일이 그리 의미가 있는지 쉽게 단정 짓기도 어렵다. 그러나 인생이 꿈일망정, 그것은 혼돈 속에서도 명백히 깨어 있던 시간이었으며, 자아가 주체적으로 의미 있는 방향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던 과정이었다. 인생은 허망하지만, 그 인생이 의도하던 의미는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는다. 윤경희가 남긴 작품들을 보면서 새삼, 이렇게 고매하고 독립적인 정신을 가진 여성 화가가 저 세상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그곳에서도 그녀는 좋아하는 예술적 행위를 하기 위하여 남모르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것이다. 꽃이 피고 나비가 나는 세계에서 그녀는 그윽한 차향에 취해 있을까? 큰 붓으로 휘적휘적 추상적 화면을 만드는데 골몰해 있을까? 자취 없이 사라진 한 여성 화가를 기억하며, 이름 없는 묘비를 하나 세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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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나만의 사진언어를 제시하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전주문화재단, 2025 탄소예술기획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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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로 건네는 작은 평화⋯박종권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윤일호 ‘거의 다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