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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한 K형에게
낙선한 K형에게
  • 칼럼
  • 승인 2018.06.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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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출마 권하지는 않지만
결심서면 알려주시게나
월드컵 보며 맥주 마시세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K형. 선거가 끝난 지 1주일여가 지났구려. 마치 쓰나미가 거칠게 지나간 뒷자락 같네. 허탈감, 배신감, 아쉬움 등으로 아직도 맘이 아리겠지. 몇 년 동안 온 몸을 던져 선거운동을 했고, 주위의 반응도 좋아 당선될 것으로 확신했던 K형. 그러기에 상심이 더 없이 크겠지.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 같고, 제대로 도와주지도 못한 처지라 차마 위로전화조차 하지 못했네. 선거란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은 법. 선거에 떨어진 사람들이 오랫동안 후유증을 겪는 경우를 많이 보았네. 낙선자들의 후일담을 들어보면 가장 큰 후유증이 인간에 대한 불신감, 경제적 타격, 가족 간의 불화라고 하더군. 한 낙선자는 우울증에 빠져 순간적으로 극단적인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더군.

선거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로 추악한 모습을 모두 다 드러내는 것 아니겠는가. 상대방의 티끌만한 흠집을 전봇대만큼의 크기로 뻥튀기하는 게 선거판인지라 K형과 같이 순수하고 뱃심 약한 사람들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네. 특히 K형과 관련된 터무니없는 온갖 유언비어, 조롱, 비난을 감당하면서 미치도록 선거운동을 해준 가족들을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아프겠지. 그래서 얼굴에 철판 깔고 아무리 두들겨 맞아도 끄떡하지 않는 맷집 좋은 사람만이 견뎌내는 게 정치판이라지 않는가.

K형이 갖게 될 인간에 대한 배신감, 불신감이 걱정스럽네. 한 낙선자에 따르면 선거에 떨어지고 나니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안보이더래. 심해지면 자기 일처럼 도와준 지인들과 열성 지지자들마저 의심하게 되더라고 고백하더군. 선거 막판에 주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반드시 당선될 것 같다는 K형의 말을 듣고서 차마 그 자리에서는 들려주지 못한 말이 있네. 선거판에 3분의 1법칙이라는 게 있다네. 자신을 지지한다고 한 사람들 중 1/3은 선거에 관심이 없어서 투표장에 가지 않고, 1/3은 다른 후보를 찍으며, 오직 1/3만이 자신을 찍어준다는 법칙이네. 그 당시는 K형이 너무도 자신만만하기에 이 말을 해본들 귀담아 듣지도 않을 것이고, 자칫 찬물을 뿌리는 것 같아 입을 닫고 말았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묻더군. K형이 다음에 또 나올 것 같으냐고. 사람들이 K형에게 관심 갖는 것은 오직 하나, 재출마 여부더군. 그러니 이번 기회에 세 가지 측면을 아주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시게. 제일 먼저 정치가 자신에게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인가를 재평가하시게. K형이 지난 20여 년 동안 나름대로 잘해왔던 일을 포기하면서 그 많은 시간과 돈, 모든 열정을 쏟아 붙고, 투자할 만큼 정치가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를 판단하시게나. 정치판을 인생의 마지막 터미널로 여기는 우리 사회가 분명 잘못되었네. 기업, 교육, 의료, 법조 등 각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한 사람들이 꼭 마지막으로 몰리는 곳이 정치판이지 않는가. 그 사람들이 성공한 분야에서 하던 일을 계속했더라면 개인과 가족, 국가적으로도 더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뒤늦게 정치판에 잘 못 뛰어들어 실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대표적으로 안철수를 생각해보게. 참으로 안타깝지 않은가. 두 번째는 자신이 정치를 성공적으로 잘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시게. 국회의원, 시장 군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자신이 당선되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는 후보자들이 더 많더군. 마지막으로 당선 가능성이 있을지를 냉정히 판단하시게. 세상만사 다 때가 있는 법. 준비가 덜 되고, 선거 구도가 좋지 않은 데에도 무리하게 출마하여 실패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K형. 재출마를 권하지 않는 나를 서운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이 세 가지를 잘 판단하시게. 아차. 한 가지 빠뜨릴 뻔 했네. 또 다시 낙선했을 때 사랑하는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이겨낼 수 있을지도 잘 생각해보시게. K형의 어떠한 결정도 존중하겠네. 결심이 서면 알려주시게. 시원한 맥주 마시며 월드컵 축구나 같이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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