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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국어사용 능력

 



한국인의 우리말 사용능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 해 문화관광부가 국어사용 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실시한 예비조사에 따르면 학생이나 성인들의 국어사용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대학생 및 성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이번‘어문규범능력검사’결과에 의하면 피검사자들의 평균점수(만점 100점)가 29∼34점으로 비슷한 문제로 1995년에 실시했을 때의 50∼55점보다 20점 정도가 떨어졌다. 특히 점수가 낮은 분야는 맞춤법으로‘가르치다’와‘가리키다’등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조차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영어 공용어화론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영어에 대한 병적인 열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불거진 일이라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영어 한 마디 못하는 것은 크게 부끄러워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언어관이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염려가 되는 것이다.

 

요즘 가뜩이나 힘을 얻고 있는 영어조기교육론 또한 이런 어처구니 없는 현상을 더욱 조장할 것이다. 언어습득에 중요한 시기에 다른 언어 배우느라 우리말 배우기를 게을리 한다면 그 결과야 뻔한 일이 아니겠는가?

 

또 사이버 공간에서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는‘뒤틀기 쓰기’도 국어사용능력 저하의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언어가 일종의 사회적 약속인데 이를 무시하는 일을 자행하다 보면 그 공공성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어는 지식·정보 전달의 중요한 수단이자 우리들 의식과 사고의 필수부가결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은 언어가 바로 우리들 의식과 사고를 규정한다는 것이다. 언어의 오염은 의식과 사고의 오염으로 이어지며 언어능력의 저하는 바로 문화의 쇠퇴로 연결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말을 가다듬고 그 사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일에 힘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정쩡한 세계화니 국제화니 하는 구호에 현혹되어 우리의 얼을 잃어버리는 일만은 피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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