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덮인 산과 들판에 나가 함성을 질러 꿩을 날리고 사냥감을 낚아챈 매를 쫓아 질주하는 전통수렵의 결정판 ‘매사냥’.
인간이 육식성 야생조류를 훈련시켜 다른 짐승을 포획하는데 이용하는 매사냥은 동서양 각국에서 수천년동안 지속돼 온 사냥기법의 하나이자 호연지기를 기르는 자연스포츠다.
맹금류인 매는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데다 튼튼하고 빠르며 쉽게 길들일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사냥용 조류로 적격.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에 백제의 아신왕이 매사냥을 좋아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매의 사육과 사냥을 관장하는 ‘응방(鷹坊)’이라는 관청도 운영됐다.
알에서 깬지 채 1년을 넘기지 않은 매를 보라매라 하고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것을 수진이, 산에서 야생으로 1년을 난 것을 산진이라 부른다.
매는 한로(寒露)를 즈음해서 북쪽 시베리아 지방에서 내려오는 데 일찍 포획한 매가 야생에 덜 적응돼 도망갈 확률이 적다.
야생 매가 좋아하는 먹이위에 그물을 치고 기다려 포획한 후에는 먼저 매방울과 함께 주인의 주소와 이름을 적은 시치미를 꽁지에 매달아 놓는다.
짐짓 알고도 모르는 체 한다는 뜻을 지닌 ‘시치미를 떼다’라는 말은 매사냥이 한창 성행할 무렵 주인의 품을 떠난 매를 잡은 사람이 시치미를 떼어내고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은 데서 유래한다.
매 길들이기는 두꺼운 장갑(버렁)을 낀 손위에 매를 앉히고 낯가림을 없애기 위해 보름동안 생활을 함께 하는 일로 시작된다.
매는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거나 달아나고 너무 굶기면 사냥할 기력이 없게되므로 적당히 허기진 상태를 유지시켜야 한다.
또 꿩을 잡았을 때 빼앗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일단 몇점 먹여 맛을 보인후 매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빼앗아야 사냥의욕을 떨어뜨리지 않게된다.
이처럼 겨울철 사냥에 이용한 매는 보통 야생으로 날려보내는 게 관례. 이듬해 겨울까지 기르기 위해서는 먹이를 대는 일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매에 놀라 정신이 혼미해진 꿩을 쫓다보면 가정집 울타리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 일제시대에는 허가를 받은 사람만 매사냥이 가능했다.
이같은 매사냥은 60∼70년대 이후 이농현상과 자연훼손으로 급격히 쇠퇴, 이제 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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