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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인물] 하늘의 소리를 품은 사람-마이스터 엑하르트

 

 

텅 비어 있으면/ 잔잔한 바람결에도/ 맑은 소리 하나/ 품을 수 있다/ 하늘을 담은/ 하늘의 소리를….

 

지난 2월 계룡산 자락에 자리잡은 한 수녀원에서 개인피정을 하던 중 풍경소리를 듣고 적어 놓았던 글이다.

 

마이스터 엑하르트(Meister Eckhart)는 텅 비어 하늘의 소리를 품은 사람이었다.
1260년 독일 호크하임에서 태어나 1328년 세상을 떠난 그는 자신에 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아 생애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10대에 도미니코 수도회에 들어가 사제가 되기 위해 공부했으며 파리대학 교수와 수도회의 원장, 관구장직을 번갈아 수행했다는 것 정도가 알려진 그의 이력이다.

 

그는 요한네스 타울러(Johnnes Tauler: 1300-1361)와 하인리히 수소 (Heinrich Suso: 1295-1366)등과 같은 이들에게 자신의 신비사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쾰른의 수도회 대학에서 가르치던 1320년경 당시 쾰른의 대주교는 엑하르트 학설이 정통적인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어긋난다고 비난하기 시작했으며 위원회를 구성해 그의 학설을 검토하게 했다.

 

그 결과 교황 요한 22세는 엑하르트의 학설 중 정통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이 있다고 판결했다. 그로 인해 교회 역사 안에서 엑하르트는 위험한 사상가로 분류돼 왔다.

 

그렇지만 현대에 들어와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한 길을 제시한 신비주의 사상가로 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그의 글은 대부분 일반인들을 위한 설교형태로 남아 있는데 다음의 설교는 하느님과의 일치를 위해 걸어야 할 길이 과연 어떤 길인지를 잘 나타내고 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만일 영혼이 하느님을 알려고 한다면 그것은 먼저 자기 스스로를 잊어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의식하고 있는 한 결코 하느님을 보거나 의식할 수 없습니다. 영혼이 진정으로 자신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모든 것을 버렸을 때 비로소 하느님 안에서 자신을 새로이 찾게 됩니다.’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텅 비워버리는 것, 그 텅빈 곳에 하느님께서 들어오시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마이스터 엑하르트의 길이었다. 마이스터 엑하르트는 텅 비어 있어 하느님을 품었던 사람이었다.

 

텅 비어 하느님을, 하늘의 소리를 품을 수 있는 것. 어쩌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모든 신앙인들이 도달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그래서 어떤 종교학자는 모든 종교들이 궁극적으로 제시하는 단 하나의 가르침은 무아(無我), 즉 자기 자신을 철저히 비우는 것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것은 단지 종교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가르침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참모습을 찾고 그 모습 대로 살고자 하는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가르침일 것이다.
‘학문의 길은 하루 하루 쌓아가는 것이고 진리의 길은 하루 하루 없애가는 것(爲學日益 爲道日損:老子48)’이라 했다. 그리고 그 진리를 따르는 것이 인간의 길이라 했다. 온전한 비움을 통해 하늘의 맑은 소리를 들려주는 풍경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남종기(천주교 전주교구 익산 영등동 성당 보좌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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