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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공간과 권위

 

 

청와대 본관을 일하는 공간으로 바꾼다고 한다. 그 동안 대통령은 혼자 커다란 건물을 차지하며 그 넓은 공간을 혼자의 집무공간, 회의공간, 접견공간으로 사용하였다.

 

넓고 호화로운 공간으로 대통령의 권위를 강요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제왕적 권위를 가지고 초법적 권위를 행사하는 행태와도 닮은 공간형태였다. 도지사나 시장, 군수나 또는 회사, 학교, 단체의 장들도 공간을 이렇게 권위적으로 배치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이러한 권위적 공간은 왕으로부터 시작하였다. 왕들이 신이거나 하늘의 아들(天子)이라며 다양한 상징적 조작을 통하여 자신의 권위를 높이려 하였다.

 

그 결과 왕의 공간은 신과 연계된 신성한 공간이고 사람은 함부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왕의 신성성을 드러내도록 건물과 공간이 배치되었다.

 

하와이 등지에서는 추장이 돌아다닐 때, 주변에 있는 평민들이 고개를 땅에 떨구고 엎드린다. 직접 추장을 보면 신이 노해서 질병 등에 걸리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추장들은 하늘과의 연계를 과시하기 위해 먼 나라에서 구해온 긴 깃털 등을 머리에 꽂고 보물로 화려하게 장식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왕이 돌아다닐 때, 백성들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곤룡포나 커다란 어대 등 왕만이 지닌 상징물들이 존재한다.

 

신라시대의 금관은 나무모습의 장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당산나무에 신이 깃들어 하늘과 연계해준다고 믿었듯이 금관의 나무모습장식이 왕이 신과 연결된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왕궁만이 아니라 왕도 자체도 그렇게 배치되었다. 캄보디아의 왕도는 불국정토를 의미하는 구도를 가지고 있어 왕도가 바로 부처님이 존재하는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다. 신라시대에도 경주가 바로 부처님이 존재하는 불국이라고 생각하였다. 유럽의 교황이나 왕들도 마찬가지였다.

 

각 단체의 장이나 대통령들이 이러한 과거의 권위주의적 사고를 자신의 공간에 반영시켜왔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일처리보다 상징적인 권위를 지키기 위해 낭비하는 공간, 시간, 노력이 많았었다.

 

이제 현대에 어울리지 않은 이러한 권위주의적 공간을 마감할 시대가 오고 있다. 권위보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의 공간변화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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