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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公人의 말투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우리는 첫만남에서부터 상대방에 대한 느낌을 갖기 마련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첫인상은 이어지는 만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런 첫인상이 실제 상대방의 본모습과 일치하지 않을 때도 많다. 선입견이란 단어가 엄존하는 것처럼 우리는 소위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을 재단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런 상대방에 대한 인상은 어떤 경로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우리가 상대방에 대한 평가 내지 저울질을 하는 잣대 중의 하나는 외모일 것이다. 그가 어떤 옷을 입었는지는 그 사람의 수준을 간접적으로 나타낸다. 얼마전 유시민 의원이 국회의원 선서를 하는 자리에 평상복 차림으로 나와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영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옷차림과 소품 등이 시각적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이라 한다면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돈만 들고 가면 옷과 거기에 어울리는 소품까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돈으로 신분을 위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시각적인 요인과 더불어 청각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이 청각적인 요인이 바로 말투라고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말투를 통해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 고향은 말할 것도 없고 같은 말이라도 표현하는 요령에 따라서 학식까지도 가늠한다.

 

요즘 노무현 정부에서 나오는 표현들 중에 유난히 외국어가 많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공직사회 개혁 로드맵, 공직인사시스템의 전(佺) 분야에 포괄하는 9대 인사개혁 아젠다”등이 그 한 사례다. '로드맵'대신 '이정표', '아젠다'대신 '과제'라고 해도 생각이 전달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련만 굳이 일상적이지도 않은 외국어를 들이미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학식을 알아주지 않을까 봐서 그럴 리는 만무하다고 본다. 아마도 부지불시간에 사적인, 그리고 비공개적인 자리에서 쓰던 표현이 걸러지지 않아서 불쑥 튀어나온 말로 이해해 본다.

 

그렇더라도 공인(公人)이라면 자신이 쓰는 말이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한 번쯤 더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외래어 속에서 우리말을 지키기에도 벅찬 형국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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