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간의 화제는 '진범 논란'이다.
2년 10개월만에 불거진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공범 5명이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아낸 진안 택시기사 살인사건. 부실한 과학수사와 물증없는 자백 위주의 수사관행에서 비롯됐다는 게 공통점이다.
명백한 물증은 없지만 정황상 유죄 심증으로 수사를 해오던 경찰이나 검찰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수사력 부재 등 비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면서 오히려 '증거만 없으면 풀려날 수 있다'는 자조섞인 얘기마저 나돌 정도다.
오래 전부터 자백은 '증거의 여왕'으로 불리어왔다. 이런 관행 때문일까. 여전히 시대는 바뀌었지만 '자백'위주의 수사는 근절되지 않은 채 되풀이되고 있다.
최근 진안 택시기사 살인사건과 관련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은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관행에 또다시 경종을 울렸다. 이는 증거 위주의 수사를 강조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같은 원칙에 수사여건이 뒤따라주지 못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과학수사로의 대전환이 요구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수사인력을 보강하거나 최신 장비를 도입하고, 수사비를 현실화해 열악한 수사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말뿐인데다, 개선이 된다고 '증거 재판주의'에 따라줄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범죄는 지능화되고, 범행 뒤 증거 인멸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수사기관이 극복할 과제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강력 사건에 대한 부담만 갈수록 커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자조론도 제기되고 있다.
'과연 진범이 누구냐'라는 문제는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만 해결될 수 없다.
법정에서 판가름 나는 진범은 증거가 갖춰져 있을 때만이 가능해졌다. 설령 자백을 한다해도 증거가 없으면 진범이 안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 법하다. 무고한 죄인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대명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절차만을 앞세울 경우, '진범이 누구냐'는 의문만을 남기는 미제 사건이 늘어날까 다소 걱정이 앞선다.
/안태성(본사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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