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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尾生之信

 

 

한문의 믿을 신(信)자는 '사람(人)의 말(言)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와의 믿음과 의리를 나타내는 신의(信義)야말로 동서고금을 통털어 어느 민족에게나 가장 중시되었던 덕목의 하나였다.

 

신의를 무엇보다 강조한 중국에서 대표적인 고사가 미생지신(尾生之信)이다. 워낙 유명하여 사기(史記)의 소진열전(蘇秦列佺)이날 장자(莊子), 회남자(淮男子), 한비자(韓非子)등에서도 두루 인용했으며, 역대 중국의 철인(哲人)들도 신의를 거론할 때면 어김없이 미생(尾生)을 언급했다.

 

중국 노(魯)나라에 미생이라는 정직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남과 약속을 하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켰으므로 신용에 관한한 주위에 소문이 자자했다. 어느날 애인과 다음날 저녁 마을주변 개울 다리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미생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다리밑으로 나가 애인을 기다렸다. 그러나 애인은 무슨 영문인지 약속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은 약속을 무엇보다 중시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줄곧 애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이렇게 한식경이 가고 두식경이 지나가도 애인은 나타나지 않았다.세식경, 네식경 기다리는 동안 때마침 많은 비가 내려 개울물이 삽시간에 불어나도 미생은 자리를 뜰 줄 몰랏다. 물이 더 불어나자 미생은 교각을 부둥켜안고 위로 올라갔다. 물이 목까지 차오는 바람에 미생은 결국 교각을 끌어안고 익사하고 말았다. 약속을 지키기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미생의 행동은 융통성 없는 한 인간의 우직함으로만 보기에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미생의 고사를 거론하는 것은 요즘 동계올림픽 국내유치 후보지를 둘러싼 강원도 김진선지사의 처신이 미생의 약속은 다리밑 만남이라는 하찮은 개인사지만 김지사의 약속은  공인이 지켜야할 천금의 무게를 지닌 국가대사다. 2010년 강원도 평창의 유치가 실패했을 경우 2014년 국내유치 우선권을 무주로 넘겨주겠다는 약속이다.

 

이같은 약속이 담긴 동의서에 지사가 엄연히 서명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미생같은 우직한 사람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렸다. 아무리 목전의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정치인이라지만 이것은 도가 지나치다. 개인 차원을 떠나 2백만 전북도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처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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