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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노점상 문화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있는 노점상들은 세계 어느 도시에나 다 있다. 연간 수천만명의 관광객들이 다녀 간다는 불란서 파리나 이탈리아 로마의 노점상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광명소가 된다. 로마시내 지하순교자 묘역 입구에서 기념품을 파는 한 외팔이 노점상은 자신이 이곳에 자리 잡은지가 10년이 넘는다고 자랑 할 정도다. 파리 근교 베르사이유 궁전 앞 광장에서 열쇠고리를 파는 검둥이 노점상 또한 단속반원에 쫓겨 다니긴 하되 '파리장'의 긍지만은 잃지 않는다. 노점상이 생업인것은 맞지만 그 자체를 낭만처럼 즐기는 활기찬 모습이 문화적 우월주의의 가당치 않은 자만심을 엿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독일·러시아 할것없이 어느 나라나 이런 식의 노점상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사활을 건 생존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윤기를 거리의 생활터전에서 찾고 즐기는 저들의 국민성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한 단면인 것이다. 그러니 노려한 형사가 신출내기 형사가 보는 앞에서 노점상으로부터 상납금을 거둬가고, 이를 나무라는 후배에게 점잖게 한마디 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다 서로 돕는 일이야. 자네도 조금 지나면 알게 돼…'라면서.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서울을 비롯한 전국 어느 도시건 노점상이 없는 곳이 없다. 전국노점상연합회가 결성돼 노점상달의 권익옹호를 주장할 정도이다. 그러나 노점상을 보는 눈은 어디에서나 그리 곱지 못하다. 과일, 채소, 생선류나 옷가지 등을 트럭이나 조판에 벌여놓고 파는 일은 곧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일반 시민들의 입장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보도를 점령하고, 차량통행에 지장을 주고 확성기 소음공해까지 유발하는게 우리나라 노점상들의 일반적 행태다. 더러는 기업형 노점상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며 서민의 고단함을 위장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엊그제 서울 청계천 노점상 철거작업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심점은 착잡하다. 유혈충돌을 벌이면서까지 지키겠다는 저들의 생존권을 어느 선까지 이해하고 받아 들여야하나. 도시 질서니 생계유지니 사회적 규율이라는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러서야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런 현상은 비단 서울의 경우 뿐만도 아니다. 전주를 비롯한 도내 여러 도시들도 사정은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당국이 노점상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단속과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여론을 다시한번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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