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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모두 토해낸 뒤 스스로 돌아보자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상임위원회가 강원도 평창을 2014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결정한 지난 23일 오후 본사 편집국에는 서울에 사는 한 향우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를 통해 워낙 격앙된 목소리로 울분이 토해져 나와 미처 인적사항을 물어볼 겨를이 없었지만 전화를 걸어온 주인공은 대략 40대 초반의 주부로 짐작됐다.

 

이 향우는 “정부가 그동안 전북을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이냐”며 “전북이 그토록 염원해온 동계올림픽 국내 후보지의 강원 결정을 지켜보면서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는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통화한 10여분 내내 격앙된 목소리로 정부와 정치권을 비판한 이 향우는 전북사람이란 신세를 한탄하면서 끝내 목메인 음성으로 전화를 끊었다. 동계올림픽 전북 유치 무산을 지켜본 도민 가운데는 이 향우 만큼, 아니 그보다 더한 분노로 가슴을 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동계올림픽 유치는 지난 92년 2월 유치계획 발표이후 장장 12년간 계속돼온 전북의 최대 숙원 가운데 하나였다. 느닷없이 지난 2000년 강원도가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하면서 경쟁양상으로 변했고, KOC는 지난 2002년 중재에 나서 ‘2010년 강원, 2014년 전북’이란 순서를 정해줬다.

 

그런 KOC가 국제스키연맹의 편파적 실사보고서를 근거로 지난 23일 다시 한 번 강원의 손을 들어줬다. “보고서가 잘못됐으니 다시 한 번 검토해달라”는 전북의 애타는 호소는 묵살됐다.

 

그간의 유치과정을 되돌아보면 도민들의 분노와 울분은 하루종일 담아도 모자랄 것 같다. 그 것을 언제까지 토해내야 도민들의 마음이 진정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토해낼 것은 토해내야 한다. 그러나 모두 토해내고 난 뒤에는 진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방향은 잘 잡은 것이었는지, 유치 전략과 대응에 문제는 없었는지 등등 냉철한 자기 반성과 원인 규명이 있어야 한다. 그 것이 또다시 도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상심시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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