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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논술과 과거시험

논술을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2008년도 입시부터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을 치르겠다고 하자 정부 여당이 이는 3불(不)원칙에 어긋난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에 대해 서울대교수협의회가 정총장을 옹호하는 기자회견을 가졌고,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은 “서울대안은 본고사 부활과 같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20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논술을 정식 교과과정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교 2, 3학년 과목중 독서와 작문시간을 활용해 논술지도를 하겠다는 것.

 

이제 논술은 대학입시뿐 아니라 초중고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등장했다. 서울등 대도시 학원가는 발빠르게 언어논술 영어논술 수학논술 등을 개설하고 논술강사 품귀현상마저 일고 있다.

 

이처럼 열풍이 불고 있는 논술시험의 경험을 우리는 옛부터 갖고 있었다. 고려 광종때인 958년부터 실시한 과거제가 그것이다. 조선이 망할때까지 1000년 가까이 시행해 온 이 제도는 중국의 그것과 함께 관리등용의 초석이었다. 국가가 보증하는 객관적인 시험으로, 혈연이나 추천으로 관리를 뽑는 것에 비해 투명하고 선진적인 요소가 있었다. 이 때문에 17-18세기 유럽의 지식인들은 동아시아 과거제를 높이 평가하고 배우려 했다.

 

조선시대 과거의 기둥이었던 문과는 소과와 대과로 나뉘었다. 대과는 다시 초시 복시 전시의 세단계를 거쳤다. 복시에 합격한 사람은 33명이었는데 이들은 임금앞에서 전시(殿試)를 치러 갑 을 병으로 등급을 매겼다. 전시는 책(策)과 논(論)이 주요 시험과목이었다.

 

책론의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뿐 아니라 자연과학등 광범위했다. 여기에서 응시자들은 자신의 지식과 경륜 정치적 포부까지도 펼쳐보여야 했다.

 

논술중시 경향은 오늘날 서양의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의 대학수학능력시험에 해당하는 새트(SAT)에 올해부터 쓰기시험을 추가했다. 주제문을 읽고 관련된 내용의 글을 25분안에 쓰는 논술과 유사한 시험이다.

 

이같은 흐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입시경쟁에 시달여야 하는 청소년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논술도 학교교육에서 흡수하는 방안이 합리적일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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