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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호상차지(護喪次知)

살다 보면 사람들은 크고 작은 일들을 겪게 된다. 관혼상제(冠婚喪祭)가 대표적인 일일 것이다. 관례(冠禮)는 오늘날의 성년식에 해당한다. 우리는 만 20세가 되는 해 5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성년의식을 치른다.

 

본래의 의미는 어른으로 인정받는 자리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졸업식처럼 밀가루와 날계란으로 혹은 술로 그 날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마당에 관례의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알 리가 없다. 제례(祭禮)도 그 절차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안다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그 절차가 상당히 다르다.

 

관례와 제례는 가정을 중심으로 치러지거나 그 의미가 많이 줄어들었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크지 않은 대사(大事)에 속한다. 하지만 혼례와 상례는 다르다. 일가친척이 아닌, 평소 알고 지내는 사람들까지 찾아와 그 자리를 지키게 되는 대사이기 때문이다.

 

상례만을 살펴보더라도 그 절차는 간단치 않다. 유교식 상례를 기준하면 크게 초종(初終), 습(襲)과 소렴(小殮)·대렴(大殮), 성복(成服), 치장(治葬)과 천구(遷柩), 발인(發靷)과 반곡(反哭), 우제(虞祭)와 졸곡(卒哭), 부, 소상(小祥)·대상(大祥),담제와 길제(吉祭), 사당(祠堂)·묘제(墓祭)의 9단계나 된다.

 

상례의 격식 역시 그대로 지켜지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통적인 상례의 절차가 현대적인 생활양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측면도 있겠으나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러한 절차를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례를 절차에 따라 진행시키는 이를 흔히들 ‘호상(護喪)’이라고 한다. 이는 ‘호상차지(護喪次知)’의 준말이다. 호상은 상례를 잘 알고 상을 당한 집안을 잘 아는 이 중에서 정해졌다. 그리고 상례의 모든 절차는 호상의 지시에 따라 진행되었기 때문에 상주가 따로 일을 챙겨 추진해야 하는 경우는 없었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결혼식장’이란 건물을 보고 놀란다. 결혼 전용 공간이 따로 있다는 점에서 자기네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장례식장’까지 만들어 영업 중이다. 그런 전용공간을 확보한 것으로 따지면 그 예식의 절차에 있어서도 전문적인 서비스가 따라야 마땅하다. 하지만 절차라기보다는 유행처럼 느껴지는 상례를 보면서 이제는 ‘장례학과’라도 있어야 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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