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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사람과 풍경] 우편업무 '기본' 주민 심부름도 '척척'

김제용지 별정우체국

김제용지우체국 직원들이 어깨를 맞대고 섰다. 순수한 농촌 사람들을 고객으로 대하며 이들도 어느새 그들의 순수한 얼굴을 닮아버렸다. 왼쪽부터 홍수창, 박경찬, 국승경씨, 홍수정국장, 홍미자, 심상갑, 김영식씨. (desk@jjan.kr)

16일 점심이 막 지난 오후 2시 김제 용지우체국. 한산한 도심의 우체국과는 달리 농촌마을의 우체국은 부산했다.

 

“서울 사는 우리 동생한테 보내는 들지름인디 무게가 얼매나 나가나 봐줘. 들지름만 보내라는디 그럴수가 있간. 고구마도 좀 넣고 무도 넣었어. 너무 무거울랑가.”

 

용지면 중평에 사는 김정자씨(63)는 우체국 직원에게 이물없이 말을 건넸다. 무게가 꽤 나가니 택배 요금이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택배료는 4천4백원. “그만허먼 싸네. 내일까장 들어가지?”

 

김씨의 볼일은 또 있다. 홍미자 사무장을 불러 봉투를 내밀었다. “여그 나오는 김에 이것 갖고 왔는디 뭔 내용이여.” “연말정산에 소득공제 받으라는 내용인데요.”

 

한쪽에서는 이마을의 특산상품인 한과 택배 작업으로 직원들의 손길이 바쁘다.

 

“농촌의 우체국은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지원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훨씬 큽니다. 예전에는 우편업무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우편예금과 보험 택배 등의 정규 업무 이외에도 주민 편의를 돕는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합니다.” 올해로 15년째 우체국 운영을 맡아온 홍수정국장(40)은 농촌문화의 변화와 우정업무의 변화가 맞물린 환경을 슬기롭게 조화시키는 일이 농촌우체국의 과제라고 말한다.

 

용지우체국은 별정우체국이다.

 

별정우체국은 우체국이 없는 지역에서 정보 통신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개인의 부담으로 시설을 갖추고 체신 업무를 경영하는 특별한 우체국을 이른다.

 

용지우체국도 홍국장의 부친(고 홍용기씨)이 1965년에 개국 지정을 받아 설립했다. 지금은 여건이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 별정우체국은 그 지역의 신망받는 인사나 재력이 있는 인사들이 사회 봉사로 별정우체국을 세우고 운영했다. 직원들의 임금은 물론 운영비까지도 모두 개인이 책임져야 했던 시절이었다. 대부분의 별정 우체국들이 대물림으로 우체국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그런 초창기 역사 때문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홍국장은 지난 88년 작고한 부친의 유언으로 우체국을 맡게 됐다. 기업체 진출을 계획하고 있던 홍국장은 당시 별 고민 없이 고향으로 돌아왔다.

 

“경제적으로는 늘 빠듯했지만 고향을 위해 일한다는 것도 보람있었고 규모는 작지만 저 나름대로의 경영마인드로 운영하면서 별정우체국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해볼 수 있다는 것이 마음을 끌었어요.”

 

그가 새로운 전략으로 운영하는 용지우체국은 전라북도에서 손꼽히는 모범이 됐다. 지난 10월 10일 열린 고객의 날 행사에서는 우체국 예금 수신고 100억탑을 수상 했다. 전라북도 별정우체국으로는 처음. 농촌마을에서는 이루기 어려운 성과다.

 

“농촌마을의 우체국이라해서 앉아서 기다리기만하면 그 역할이 한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지원해주니 그만큼 할 일을 찾아서 해야지요.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돕는 서비스 업무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취지에서입니다.”

 

용지우체국 역시 대물림으로 운영되는 곳이어서 홍국장의 누나 미자씨(사무장)와 수창씨(사무주임)가 함께 일하고 있다.

 

우체국 직원은 모두 9명. 3남매에 심상갑 사무주임과 국승경 사무원, 그리고 집배원인 김영식 조승진 오동근 박경찬씨가 용지우체국의 식구들이다.

 

“모두 한식구처럼 일하지 않으면 힘듭니다. 농촌은 고령화되어 노인층이 많지요. 우체국을 찾아오는 분들은 모두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죠. 그러니 일은 고단해도 보람은 더 큽니다.”

 

우체국까지 찾아왔는데 미처 도장을 챙기지 못한 할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가서 도장을 가져와야하는 일은 다반사. 집배원들은 우편물 배달 뿐 아니라 크고 작은 장보기까지 불만없이 해낸다.

 

모든 시골마을의 별정우체국이 해내는 중요한(?) 업무다.

 

현재 도내 별정우체국은 100개. 금융사고로 최근 2개가 줄었지만 그리 크게 줄지 않은 규모다. 그러나 홍국장은 별정우체국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농어촌 지역 경제의 영향도 있지만 우선 주민수의 감소가 가장 큰 악재죠. 금융부문 역시 경쟁자가 많아진데가 우선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우체국 역할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보면 농어촌 우체국사업은 예산 부담이 가는 국가사업이 될 수 밖에 없겠죠.”

 

심한 구조조정이나 자연적인 감소를 예상하지만 홍국장은 지금 당장 필요한 일들을 찾아 더 열심히 뛸 생각이다. 용지우체국이 늘 활기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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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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