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시론] '걱정하지마' 걱정된다 - 박고광

박고광(전 김제서중교장)

90 다 되신 나의 어머니도 2년 연상으로 결혼하시었다. 그 때는 색시 나이 몇 년 연상의 꼬마 신랑도 있었고 그런 시대였다고 한다.

 

몇 년전 우리 집안에 2년 연상의 며느리감이 들어온다 하여 그러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 며느리가 첫 아이를 낳고 난 후 2년 연상이 아닌 4년 연상이라는 말이 내 귀에 들려왔다. 그 때도 연상연하 커플이 유행처럼 자랑스럽게 여기는 위풍당당한 기세에 꺽여 모른 척 해버렸다.

 

그런데 요즈음 아침 텔레비전 드라마 “걱정하지마”를 보고 있노라면 아침 먹은 것이 잘 못된 것처럼 심사가 편치 못하다. 그것은 사회적 관례의 통념이 무너지고, 전통적 관행의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너무 터무니 없는 혼란이요, 요지경속 풍경이기 때문이다.

 

연속극 내용을 보면 초등학교 남녀 동기동창의 관계로 남자 주인공 입장에서 보면 여자동창의 20세 된 딸과 결혼을 하게 되었고, 여자동창은 이혼녀로 자기 회사 부하인 10년 넘은 총각과 결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동창에게 “장모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자라, 자기보다 10년 넘게 어린 사람에게 “장인 어른 또는 아버님”이라고 불러야 할 처지요, 여자는 20세 된 딸로 동창을 사위로 삼고 또 자기는 연하의 부하 직원과 연인 사이가 되는 가족관계 설정의 해프닝이다.

 

또 다른 연속극은 생모가 어렸을 때 헤어진 딸이 자기 딸인 줄 알면서, 사별한 남편의 아들과 결혼을 주선하는 내용을 보노라면 어떻게 이처럼 줄거리 설정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오히려 나 자신에 대해 회의가 든다. 초고속 시대의 동반자가 되지 못한 아주 낡고, 덜 닦아진 봉건적 후진적 사고방식의 소유자요, 퇴물의 근성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요즈음 세상은 위 아래가 없어진 동일선상의 시대라 하고 질서적 인간미가 추락하고 능력위주와 실리주의 경쟁 시대로 바뀌어지고 남녀의 입장이 괘를 달리해야 될 위치가 존재해야 되는데도 여성 상위 시대라고 하며 무질러버리니, 그야말로 사회적 관계, 전통적 관행 등 지주가 돼야 할 덕목들이 다 무너지는 아픔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문화와 문명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달하고 가변성과 다변화의 극치를 이루는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우리의 것들을 조금씩 아니 뼈대만이라고 간직하고 사랑하면 좋겠다. 진정, 옛스런 우리 전통과 사고방식의 정서에서 조금만 벗어난 우리 고유의 형이상학적 가치만의 정서와 감동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텔레비죤 연속극의 화면의 되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싶다.

 

지금 문화가 어디로 흐르고 있는가 걱정이 된다. 세파에 떠밀린 추한 노파심인지 모르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족이 서로 상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얼마만큼의 서로 간 위치가 존엄돼야 한다면, 부모 자식간은 물론 부부간도 허물을 털 수 있는 상당한 나이가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또 남녀노소 가족이 한 자리에서 보는 드라마라면 너무 흥미유발과 충동적 인물 설정으로 인기만을 노리는 테마의 TV속 극은 철거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 넘는 어린 남자에게 “장인어른”이라고 불러서야 되겠는가?

 

뭐 걱정 하지마!, ...걱정 된다.

 

 

/박고광(전 김제서중교장)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군산새만금 글로벌 K-씨푸드, 전북 수산업 다시 살린다

스포츠일반테니스 ‘샛별’ 전일중 김서현, 2025 ITF 월드주니어테니스대회 4강 진출

오피니언[사설] 진안고원산림치유원,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오피니언[사설] 자치단체 장애인 의무고용 시범 보여라

오피니언활동적 노년(액티브 시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