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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께 행복을 드리고 싶습니다 - 정읍 서영여고 3학년 4반 학생들

전주비전대학 스승의 날 편지쓰기 '대상'

안녕하세요, 서영여자고등학교 3학년 4반 실장입니다. 한 친구로부터 이벤트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마감이 임박한 이 시점에서 열심히 달려왔습니다.

 

저희 담임선생님은 김만연 선생님이십니다. 연예인 중에 닮은 사람은 개그맨 김태현. 정말, 닮았습니다. 담당과목은 영어. 무진장 많은 수행평가와 어려운 시험으로 유명하시긴 하지만, 새 학기 2달이 지난 지금은 너무도 익숙합니다. 기간 15일주고 단어 1000개 시험 보는 무시무시한 열정(?)도 가지고 계시지요.

 

저희 선생님은 천사표 선생님으로 통하곤 합니다. 왕 소심 A형이라고 줄곧 놀림을 받지만 왕 소심보다는 생각이 깊으시고 세심한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이시랍니다.

 

자랑하고 싶은 건 너무 많지만 가장 자랑하고 싶은 점은 선생님의 손입니다.

 

선생님의 손은 여느 선생님들과 별다른 차이점은 없습니다. 똑같이 하루 종일 백묵과 손을 잡으시고 독수리권법으로 타자기를 두드리시죠. 가끔 긴장하시면 칠판글씨를 쓸 때도 손의 떨림이 눈에 보입니다. 물론 수전증이라 오해하는 사람도 많지만 선생님께선 교직생활 15년 차이지만 아직도 처음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유머러스한 대답을 하시곤 합니다.

 

가장 히트가 되는 관건은 저희 반 담임선생님께선 걸레를 손으로 짜신다는 겁니다. 손걸레? 노노! 화장실 바닥을 밀고 다녀야하는 대걸레, 교실바닥을 닦아야하는 그 걸레를 맨손으로 짜신다는 말입니다. 냄새가 나는 것은 물론, 때꾸정물이 줄줄 흐르는 그 걸레를 두 팔 걷어 부치시고 맨손으로 짜십니다.

 

새 학기 첫날, 선생님의 그런 모습에 철없는 반 학생들도 철이 들어버렸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물이 많은 걸레로 닦은 바닥에서 미끄러지는 학생들이 없도록, 또한 더 더러워지지 않도록 하기위해 세상의 밑바닥을 쓸어온 걸레를 손으로 짜내시는 선생님.

 

고무장갑도 몇 번 권유해드렸으나 끝내 거절하셨습니다.

 

선생님의 모범적이고 반듯한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지만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선생님다운 선생님이시다’ 라는 것입니다. 선생님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그냥 하루하루 전전하며 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기보단 자기의 일처리하기 바빠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갖지 못하는 선생님들도 더러 계십니다. 학생들 앞에서 허리를 숙이고 겸손하게 낮추시는 선생님은 더욱더 드뭅니다. 화를 내지 않고 학생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만드는 선생님은 아마 거의 찾기 힘들 것입니다.

 

저도 여지껏 이런 분을 찾지 못했었습니다. 선생님이라는 권위를 단 1%도 이용하려 하지 않으시고 행동하나하나에서 그 권위가 묻어나게 만드시는 분은 처음입니다. 학생들에게 낮아진 모습을 보여주시는 것은 더욱더 놀랍습니다. 우울해 보이는 학생들의 표정 하나하나에 관심을 기울이시고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늘 노력하시는 선생님, 야자를 튀는 것은 절대 허락하지 않으시지만 아픈 아이들을 위해서는 차량 대절을 서슴지 않으시는 선생님. 클래식을 좋아하지만 아이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에스지 워너비의 노래를 들으시는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의 인격과 선생님다움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배려와 관용과 사랑.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오히려 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엊그제 선생님께선 처음으로 화를 내셨습니다.

 

다른 건 다 참을 수 있지만 예의 없이 구는 것과 흐트러진 모습은 못 참는다고 말씀하시며 한 시간 내내 훈계를 하셨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 반 친구들의 해이해진 모습들이 선생님의 눈에 보였나 봅니다. 또한 몇몇 친구들이 선생님을 너무 편안하게 생각해서 함부로 대한것도 화근이었지요. 선생님께서는 엄한 표정으로 칠판에 크게 쓰셨습니다.

 

‘풀어지면 죽는다.’

 

킥킥대는 소리가 살포시 들렸습니다. 재미있는 친구는 ‘머리 풀어지면 죽는다’라고 옆친구를 건들면서 말했지요. 분명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좋고, 감동 받은 것도 사실인데 아직은 표현이 서툰가봅니다. 선생님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요즘 들어 선생님께선 저희 반을 맡으시고 더 피곤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작지만 이 글로써 선생님의 마음에 위로를 더하고 싶습니다.

 

우리 3학년 4반 모두가 선생님을 존경한다는 것도, 꼭 알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부족한글이지만 마음을 다해 썼습니다. 대표로써 한일도 많이 없고, 이제 곧 1학기 수시를 쓸 준비를 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작은 기쁨이 되어주고 싶네요.

 

/정읍 서영여고 3학년 4반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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