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오로지 시작입니다. 나의 공부가 얼마나 부족한지 이번 수행에서 겨우 깨달았습니다." 여름철 집중 수행기간인 하안거를 마치고 8일 덕숭총림 수덕사의 능인선원 산문을 나서는 길에 만난 미국 출신 현각(玄覺·화계사 국제선원장) 스님은 "하안거가 동안거보다 힘들다"며 얼굴을 흥건히 적신 땀을 닦아냈다. 현각 스님은 베스트셀러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108배를 하루에 다섯 번씩 반복하는 수행을 계속했는데 너무 더워서 힘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선지 제겐 겨울철 동안거보다 하안거가 훨씬 힘들게느껴집니다. 물론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는 가치판단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닙니다." 현각 스님은 "힘든 수행을 하면서 미묘한 마음의 상태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가졌다"면서 "무엇보다 그동안 내 공부가 엉터리였고,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내면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재작년 열반한 스승 숭산 스님이 "세계평화는 불가능하고 필요없다"고 말한 역설을 상기시켰다.
"은사 스님이 그 말씀을 하셨을 때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 평화가아니라 칼을 주러왔다고 말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다스리지 못하면 평화는 불가능합니다. 이번 철(계절)부터 화계사 강론 때 이 문제를 깊이 다루려고 합니다." 그는 하안거 후 계획을 묻자 "물처럼 바람처럼 떠돌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 등에서 포교와 강론활동을 펼칠 계획이 있음을 내비쳤다.
"죽을 때까지 공부할 것"이라고 다짐한 그는 "공동 생활을 했던 다른 스님들이 보는 데서 너무 튀는 모습(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바쁘게 산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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