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성(군산공항사랑시민모임사무국장/군산대교수)
가을 분위기를 만끽해보고자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는 전북도민들에게는 9월이 영 짜증스럽기만다.
하루 2편이던 군산발 제주행 여객기가 이달들어 1편으로 줄어 들었고 그것도 군산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시간이 저녁 6시대로 편성돼 제주도에서 하루 잠을 자야 하는 형편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큰 문제이다. 대한항공의 제주행 감편은 머지않아 완전 철수를 위한 전주곡으로, 철수가 단행되면 전북의 하늘길은 막히고 전북은 전국에서 유일한 항공 사각지대가 되고 만다.
항공 선진국의 경우 대개 대형항공사는 국제선과 허브공항을 연결하고, 지역항공사는 허브공항이 위치한 대도시에서 중소도시 및 도서지역을 연결하는 생활노선을 담당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즉, 대형항공사와 지역항공사는 경쟁이 아니라 서로 보완,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국제선 위주로, 나머지 지방 공항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항공사가 담당하는 쪽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이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제주항공과 청주 출신 한성항공이 이미 설립되어 김포, 부산, 제주, 양양, 청주에 취항하고 있으며 향후 영역을 확장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2개사외에도 여러 지역에서 지역항공사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추세를 감안, 전북에서도 ‘전북항공’이라는 이름으로 작년부터 지역항공사의 설립이 모색되어 왔으나, 이런저런 사유로 걸음이 더딘 모양이다.
전북도는 민선 3기 시절 민간항공에 대해 민간기업이 투자한다면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며 전체 50억원중 민간기업이 40억원을 투자할 경우 전북개발공사를 통해 10억원을 출자하기로 약속했었다.
전북도는 전북개발공사를 통한 출자가 행정자치부의 브레이크로 여의치 않자 직접 예산을 편성, 출자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었다.
그러나 민선 4기들어 전북도는 사업의 타당성을 이유로 민항참여를 포기하려고 하고 있어 전북항공이 날개를 펴기전에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도민들이 염원하는 김제공항의 조속한 완공을 위해서도 먼저 지역 기반의 반듯한 항공사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27개의 지역항공사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각 현이 설립을 주도할 뿐만 아니라 항공기 구입자금과 운영자금까지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쿠사항공의 경우 구마모토현과 아마쿠사군이 50억 설립자본금의 80%를 부담하였다.
제주도는 2004년 ‘지역항공사 설립기획단’을 조직하고 합작할 업체를 공모, 애경그룹을 파트너로 선정, 제주도가 50억원(25%), 애경이 150억원(75%)을 각각 출자해 모두 200억원의 자본금으로 제주항공을 출범시킨 바 있다.
지역 민항은 이윤 때문에 존재하는 사기업체와 다르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인프라이며, 전북이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자산이다. 단순히 금전적 손익으로만 전북항공의 경제성을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대형 항공사를 붙드는 것도, 타 지역의 저가 항공사를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어렵더라도 도민의 힘으로 우리 항공사를 키워봄도 가치 있고 미래를 준비하는 일이 아닐까 한다.
금주에 국제자동차엑스포가 군산에서 열리는데 외국 방문객이 “혹시 비행기를 이용할 수 없느냐”고 물어 올까봐 염려스럽다.
/최연성(군산공항사랑시민모임사무국장/군산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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