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처음 보는 사람을 대할 때, 먼저 이름부터 묻는다. 예전 같으면 "성씨(姓氏)가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가계(家系)부터 물었을 텐데, 그것은 집안 곧 가문을 중시하는 우리 민족 특유의 조상숭배 정신에서 기인함일 것이다. 비록 매국노의 후손일지라도 자기네 조상이 높은 벼슬을 했다고 자랑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병태야" "영자야"하는 식으로 성을 빼고 이름만 부르는 것이 예사이니, 어쩌면 신세대가 더 영악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한자(漢字) 일색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이 많아지고 있음은 고무적이지만 일부 인기 있는 사람들의 이름이 서구계의 이름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점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다. 패티김이니, 앙드레김 또는 쟈니윤과 같은 이름 말이다.
최근 각종 행사에서 봉사자들을 일러 '도우미'라고 칭하고 있는데, 의미상으로나 발음상으로 매우 좋은 이름인 것 같아 하는 소리다.
그런데 모든 사람의 이름이 꼭 현대적이고 세련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름을 지을 때 그 아이의 개성이나 아이에 대한 집안 어른들의 바람을 표시하는 이름이면 족할 것이다.
옛말에 천명위복(賤名爲福)이란 말이 있다. 천한 이름이 오히려 복받는 이름이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고상한 뜻을 가진 한자 이름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 사람의 모습이나 개성이 잘 드러나고, 부르기 좋고, 기억하기 좋으면 그만일 터이다. 장수(長壽)라고 불러야 꼭 오래 사는 것이 아니요, 명철(明哲)이라고 불러야 똑똑한 사람이 되는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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