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정(시인)
앞산 능선에 진달래가 곱게 물들고 개나리 벚꽃 목련이 다투어 우리 동네 진들을 십자수를 놓듯 꼼꼼히도 채워가는 계절이다.
16살 아래 막내 동생인 너는 언제나 나에게는 마당에서 흙장난하며 놀던 다섯 살배기 꼬마 여자애란다.
미국으로 떠나는 너를 보라고 칠순을 넘기신 엄마를 수원에 모셔다 드리고 오던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이 너의 모습을 야금야금 삼켜갈 때 이미 엘리베이터 밖은 미국이나 마찬가지였지.
맏언니로서 너에게 해 준 게 너무 없어 가슴 아팠지만 삶을 힘차게 일구어 나가는 우리 막내가 참 대견스러웠다.
그러나 직장생활만 하던 네가 시부모님과 동서네, 시고모님 가족까지 함께 사는 미국 생활을 잘 해낼까 참 많이 걱정 됐었다.
인생살이가 만만치는 않지 꽃이 피는 봄을 맞으려면 꽃샘추위와 황사바람을 견뎌 내야 하듯
그곳에서 깊이 뿌리 내리고 무성한 나무가 되어 꽃피우고 풍성한 열매 맺는 나무가 되도록 모든 일에 열성을 기울이거라.
/이현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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