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고광(前 김제서중 교장)
아늑한 카페에서 빨간 채리가 드리워진 핑크레이디 술잔을 들고 있는 여인을 보며 낭만을 느껴보지 못한 젊음이 없을 리 없을 것이다. 주고받는 술잔을 나누며 사랑과 정열, 분노와 통곡, 철학과 인생을 토하고 논하며 청춘을 구가했던 추억 많은 술꾼도 있다. 그러나 술의 여신은 어찌 보면 가혹한 현실의 저주덩어리이기도 하다.
영롱한 가을 이슬이 생명수가 되기도 하지만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되듯, 술 또한 약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요즈음 사회는 음주에 대해 판단의 기준이 강경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몇몇 국회의원들이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해서 음주운전 단속 기준과 처벌에 대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즉 소주나. 맥주 등 한잔민 마셔도 단속의 대상이 된다는 기준이다. 그뿐 아니라 음주운전을 말리지 않거나 동승한 사람도 처벌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직장상사가 술을 강요했다고 해서 징계면직 당하고 3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은 예도 있다. 인격적 자율성 및 개인 행복권의 침해가 되기 때문이란다.
이는 음주자로 인해 죄 없는 백성이 선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위대한 발상이며 자유와 평등사회의 보배로운 출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처럼 행복한 세상 만들기를 위해서 노력해야 할 구체적 이유가 또 있다. 첫째는 사회의 경제적 손실이다. 정부 집계에 의하면 과음에 따른 의료비 지출, 조기 사망, 생산성 감소 등의 손실이 무려 20조 이상에 이른다. 둘째는 강력 범죄자 양성이다. 알코올 중독자 연구소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지나친 음주는 “분노형 뇌”를 만들어 일주일에 평균 4.9회의 분노를 느끼고, 교통사고 강력 범죄 등의 현행범이 43.5%가 된다는 것이다. 셋째는 음주문화다. 대학입학 신고식 때 여학생이 냉면 그릇으로 소주를 마셔 사망한 사례, 신입사원 신고식에 여사원에게 폭탄주를 마시게 하며 몇 차까지 강요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미국의 NYT지는 “한국은 마시고 죽자 식 회식” 을 갖는다고 했겠는가?
상습 음주자들은 자신에게 조목조목 되묻고 진심어린 답을 해야 될 것이다.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개구리 목숨이 달려있다는 말처럼 음주운전자의 부주의로 나와 내 가족이 생명까지 잃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희망과 꿈을 안고 대학에 진학한 자녀가, 인생의 성공을 위해 회사에 입사한 자녀가 음주의 강요로 불행한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원수도 사랑해라’는 성경구절처럼 관용과 화해와 사랑의 손길이 미쳐지겠는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한다는 말처럼 우리 음주문화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워 과감히 바꿔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잘못된 음주 문화는 과감히 팽개치는 사회운동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강원도 원주에서 절주 운동 차원의 ‘소주 1병에 20잔 나오는 미니 소주잔’을 개발, 보급하는 것이나‘술잔 돌리지 않고 자기 잔 마시기 운동’, 또는 ‘안주는 추억담, 술은 1병 그리고 1차 끝’같은 절주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정 밝은 사회로 가는 과정이고 미래지향적 사고의 전환이자 과감한 실천운동이 아닌가 싶다. 우리 모두 이런 운동을 제창하고 동참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우리 고장에서 생산되는 막걸리는 ‘막프로젝트’에 힘입어 재탄생하고 있다. 외교사절이 칭찬한 고창의 복분자는 심장병 예방에 좋고 부안의 뽕주는 당뇨에 좋다. 술이 아닌 영약으로도 취급되고 있어 행복한 음주가 되고 있다. 신의 하사품이라고 할 이 술들을 적당히 마시면 사회적 유기체로서의 인간관계, 우정과 사랑, 나아가 더불어 사는 이웃과의 인간관계에 윤활유가 될 것이다. 타인을 침해하지 않고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을 축원하는 자세로 정도를 지켜가며 건배하는 음주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박고광(前 김제서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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