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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에서] 전북, 제2의 하이닉스가 될 것인가? - 유희열

유희열(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황금 물결을 꿈꾸는 이천의 들판이 눈앞에 펼쳐지고 여름을 한층 아름답게 하는 녹음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체험의 시간과 함께 주어졌다. 7월 초에 짧은 방문이었지만 7개 정부출연연구소 임직원들과 함께 하이닉스반도체 이천 공장으로 연찬회를 다녀왔다. 최근 우리나라 산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로 기적과 같은 부활의 신화를 쓰고 있는 현장 방문은 필자에게 아직도 큰 여운으로 남아있다.

 

지난 2001년 세계 반도체 D램 가격의 유례 없는 대폭락으로 반도체 업계는 최악의 불황이 시작되고, IMF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의 기업은 다시 이어날 힘마저 상실하게 되었다. 1999년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빅딜로 탄생한 하이닉스는 당시 15조 8,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안고 한 순간에 무너졌다. 그 당시의 하이닉스 주가는 주당 130원으로 커피 한잔도 마실 수 없는 가치였다. 생계를 걱정하는 직원들에게는 눈물겨운 시간이었다. 그 후 길지만 한 기업이 재생하기엔 짧은 시간인 4년여의 회생의 시간을 두고 기적처럼 다시 일어나 2003년 3분기부터 14분기 연속 흑자행진으로 지난해에는 영업이익을 8,580억원까지 올리는 성장을 하였다. 세계 D램 업계 2위, 세계 낸드 플래시메모리 업계순위 3위, 2006년 세계 반도체 업계 점유율 7위라는 참으로 경이로운 성장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의 주가는 40,000원으로 2001년 주가보다 300배이상 증가하였다.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야 하는 반도체 산업에서는 매년 수조원의 투자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그 당시 하이닉스를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회생이 불가능 하기에 매각해야 한다고 진단을 내렸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속에서 위기에 몰렸던 그들이 다시 세계 정상의 대열에 올라서기까지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하이닉스가 부활한 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특별히 고향 전북의 발전을 생각하는 필자에게 강한 의미로 다가온 것은 CEO의 강력한 리더쉽을 바탕으로 한 “맥의 경영”과 “구체적인 목표의식”그리고 “노사의 목표를 향한 완벽한 협력”이었다.

 

특히 최진석 부사장 (당시 전무)은 강력한 리더쉽으로 할 수 있다 하는 정신과 투자 없이도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직원들에게 신바람의 열기를 불어 넣어주고 회사를 이끌었다. 맥의 경영으로 문제의 본질을 제조와 연구로 설정하고 제조본부는 그 줄기를 “양질의 제품을 최고로 많이 만드는 일”로 정하고 연구소는 “최고의 제품을 최고로 빨리 만드는 일”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였다. 또한, 구체적인 회사의 목표는 반드시 숫자로 표현하고 결과를 숫자로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사활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노사가 일심동체가 되어서 회사에서 목표를 정해주면 근로자들은 반드시 그 목표를 달성하였기에 하이닉스는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농업을 기반으로 빈약한 사회 인프라를 가진 전라북도이지만 필자는 과거의 하이닉스 상황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우선 CEO의 강력한 리더쉽측면에서 현 김완주 도지사는 식품, 부품소재, 관광을 미래성장동력 산업으로 정하고 이를 추진하는등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한다는 주위의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으로 맥의 경영으로서 첫 번째로 뛰어난 기업 인프라 구축이다. 계획된 혁신도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혁신도시와 새만금을 아우를 수 있는 KTX역이 조속히 설정돼야 하고 지역 공항이 건설되어야 한다. 우수한 교육시설과 타국인, 타지인들에게 개방적인 매력적인 지역이 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두 번째로 식품과 소재등 특화분야를 선정하여 우수한 기술과 인력을 양성하고 확보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는 숫자로 표현하여 전라북도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마일스톤을 제시해야 한다. 노사문제에 있어서도 전라북도에서 기업을 하면 노사문제가 거의 없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노사가 화합하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모두 준비된다면 전라북도는 하이닉스가 재도약한것처럼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되어 21세기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것이다.

 

역사속에서 한 기업이 사라졌다가 다시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단 한번도 화려한 불빛을 받아보지 못한 내 고향의 조용한 자태를 떠올려본다. 지금도 반도의 오지로 맛있는 음식 생각하면 떠올리고, 은둔하는 이들의 낙향지로 그려지는 곳에 편안하게 다가오는 낮은 구릉과 드넓은 벌판의 기개를 담아내 보고 싶은 생각을 해본다.

 

/유희열(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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