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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용담댐 보상받고 다 떠났는데 자넨 오늘도 괭이 들고 논으로

김완철(시인)

Y친구에게. 승용차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의 고향, 하지만 마음이 딴 곳에 있으니 멀기만 하네.

 

고향에 남아 있는 친구야!

 

그동안 얼마나 농삿일에 바빴느냐. 늘 놀고 있으면서 한번도 모내기에 참여하지 못해 미안하네. 모두들 용담댐 보상금 받기가 무섭게 서울로, 대전으로, 도회지를 찾아 떠났는데, 친구는 농삿일이 싫증도 나지 않는가? 농삿일 거들어 줄 아이들도 모두 타관으로 보내놓고 다시 시작하다니.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다행인지 몰라. 도시에다 집만 덜렁 사놓고 통장에 남은 돈 호박씨처럼 빼먹고 살다가 그것마저 떨어져 자식들에게 얹혀 사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말야.

 

눈을 뜨면 씨를 뿌리고 가꿀 수 있는 농토가 있고 땀을 흘리면서도 보람을 가질 수 있는 일거리가 있으니 얼마나 좋겠니.

 

남들 보다 지금 생각하면 잘 된 일이지. 그러나 해마다 나이의 무게가 있지 않은가. 몸도 돌보면서 일 하게나.

 

오늘도 어깨에 곡괭이를 메고 황새처럼 논둑에 서서 기웃거리고 있겠지.

 

어디 거름기가 모자란 곳이 없나, 잎집무늬마름병이라도 발생하지 않았나하고. 부디 몸 조심하게. 성실한 친구야.

 

/김완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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