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상이군경회전북지부 총무부장)
우리에게 민비로 더 잘알려진 명성황후의 생가는 경기도 여주의 전망좋고 양지바른 작은마을 이었다. 조선시대 마지막 국왕인 순종의 어머니이며 고종황제의 비였던 명성황후. 그녀의 생가는 목조로된 단아한 기와집으로 명성황후가 태어나 황후로 책봉되던 16세까지 살았던 집은 본채에 4쪽으로 꺽어 부수건물은 연접되어 있었다. TV와 뮤지컬로만 듣던 그분의 생가를 보는 순간 경외감과 설레임으로 하나하나가 감동이었다.
명성황후는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계모인 한산 이씨 슬하에서 자랐다. 명성황후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도 천성적으로 밝고 이성적이였으며, 시골소녀 답지않게 틈틈이 ‘춘추’‘춘추좌씨전’을 읽을 정도로 총명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16세에 왕비로 간택되었으나 고종에게는 혼인하기전부터 사랑을 나누던 연보당 이씨가 있어서 명성황후는 초야부터 독수공방을 지켰다고 한다. 게다가 연보당 이씨가 먼저 아들을 낳아 명성황후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였으며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여자로서의 좌절감, 수치감에다 후계자 문제로 순탄치 않은 초기 궁궐생활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명성황후는 고종으로 인해 독수공방하는 날이면 등불의 심지를 돋우고 책읽기와 수련에 전념했다. 고대중국 역사와문화의 공자 맹자을 탐독하고 역사, 문화 정치 경제, 철학등의 고서를 두루 탐독했으며, 그간의 지식을 바탕으로 고종과 집권세력의 인정을 받게 되었던 것이다.
한국근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면 단연 1895년의 명성황후 시해사건이다.
갑오경장으로 일본의 입김이 거세지자 고종과 명성황후는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하기에 이르렀다. 불안을 느낀 일본은 미우라공사와 무뢰매들로 하여금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탁월환 외교가였던 황후는 중,일,러의 열강들 사이에서 국익을 위한 철저한 등거리 외교로 조선을 지켜냈으나 일본 침략의 최대 방해물이였던 명성황후는 일본의 낭인에 의해 구중궁궐안에서 살해되고 말았던 것이다.
1895년 10월 8일 새벽, 아직 날이 밝기도 전인 어둠 속의 일이였다.
그녀의 나이 45세 지금 내 나이였다.
명성황후는 폐위되고 본래 청량리 홍릉에 매장하였으나 2년 뒤인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된 뒤에 명성(明成)이라는 시호가 내려져서 남양주 금곡으로 천장하게 된다.
명성황후란 뮤지컬이 뉴욕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하여 대단한 찬사를 받은 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었지만, 역사적으로 일본의 만행을 만방에 알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우리가 아무 의미없이 흔히 민비(閔妃)라고 부르는 명성황후 ! 이제 우리는 민비라는 말대신 명성황후라는 단어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고종(高宗) 재위 당시 미국 공사관 서기로 근무했던 윌리엄 프랭클린 샌드는 그의 회고록에서 “명성황후는 뛰어난 학문과 지성적인, 강한 개성과 굽힐줄모르는 의지력을 지녔으며, 시대를 초월한 정치가이자 외교가였다 ”고 밝혔다.
을미사변 당시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땅(Le Temp, 1829-1940)’의 극동특파원이었던 빌따르 드 라게리(villtard de Laguerie)는 을미사변 3년후인 1898년에 프랑스에서 발간한 책? ?한국, 독립인가, 러시아 또는 일본에 넘어갈 것인가 ?에서 오직 탁월한 외교가인 명성황후만이 당시 조선을 이끌수 있었던 정치가라고 기술하고 있다.
후세 역사 학자들은 명성황후가 정치외교 수완이 뛰어난 여걸이라고 평하지만, 그녀의 실책을 꼬집는걸 잊지 않는다. 하지만 조실부모의 초년의 시련을 극복하고 황후에 간택되어서도 수많은 어려움을 자수성가의 노력과 이상으로 승화시킨 조선최고의 정치외교가로 외세를 배격하고 자주민족의 꿈을 위해 온몸을 불살라버린 철의 여인 명성황후 !
그는 이전투구와 야합과배신, 사리사욕에 눈먼 수많은 이시대 대부분의 정치지도자의 귀감이 되어야 할것이다.
/이병호(상이군경회전북지부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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