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휘정 기자(문화부)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목요일은 괴롭다. 특히 국악을 좋아하는 전주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북도립국악원의 '목요국악예술무대'부터 전주전통문화센터의 '전통예술여행'까지, 유독 목요일에 열리는 국악 관련 상설공연들이 많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사람들이 보면 행복한 고민처럼 보일지 몰라도 전북에 살고있는 국악 마니아들은 좋은 공연들이 같은 날 집중되는 게 아깝기만 하다.
공연을 준비하는 쪽도 마찬가지다. 비슷한 성격의 단체들이 한 날 한 시에 경쟁하는 꼴이지만, 목요일을 놓칠 수는 없다. 주 5일제가 시작되면서 공연장보다는 여행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주말에는 민간에서 준비한 공연들이 올라가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래 목요일에 공연을 해오던 단체는 괜히 관객을 빼앗긴 것 같아 화가 난다. 주로 정기공연을 목요일에 열어왔던 전주의 한 국악단체는 "도립국악원이 따라 왔다"며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단체에 관객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토요일에서 금요일로, 2004년부터는 아예 목요일로 날짜를 바꾼 도립국악원은 공연들이 중복되는 것은 아쉽지만, 관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4월부터는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도 '목요상설공연'을 시작한다. 익산에서 목요일에 열리는 상설공연은 처음인 데다 국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다룬다고는 하지만, 목요일에 공연을 하던 기존 단체들은 관객들이 또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단체는 공연 날짜를 옮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현재 상설공연을 진행하고 있는 단체들의 역량은 뛰어나다. 이 공연도 보고 싶고, 저 공연도 보고싶은 관객들은 공연 날짜가 겹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숨기지 않는다. 만약 누구도 목요일이 포기할 수 없다면, 돌아가면서 요일을 바꿔가며 공연하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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