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식 기자(정치부)
'정치와 군대의 공통점이 있다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것이다'
18대 총선을 지켜본 한 지방의원의 자조섞인 말이다. 통합민주당 공천 과정에서부터 선거운동기간까지 지지했던 후보의 당락에 따라 지방의원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데 대한 일침이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각 후보진영은 지지세를 확산하기 위해 지방의원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다시피 했고, 지방의원들 또한 유력하다고 생각하는 후보의 지지를 선언하는 등 앞다퉈 '줄서기'에 동참했다.
지방의원들이 자신의 선거처럼 국회의원 선거에 열중하는 배경에는 '공천장'이 있다. 지방의원 정당 공천제가 실시되고 있는 현 제도에서는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고, 그 공천권이 바로 현역 국회의원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이 2010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인 셈이다.
물론 후보가 추구하는 가치와 철학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도와준 지방의원도 적지 않으며, 설령 '줄서기'를 했다 하더라도 이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태생적으로 주어진 현실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십분 이해한다.
지방정치권이 중앙정치권에 예속되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선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원들이 중앙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생활정치·민생정치에 전념할 수 있다.
18대 국회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말고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관련법 개정에 나서주길 바란다. 2010년 지방선거가 2년여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당선자들도 낙선 후보 및 지지자들에 대한 '응징'보다는 옥석을 가려 상생·화합하는 정치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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