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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

사실적으로 그려낸 밤의 세계 줄거리는 질퍽한 현실처럼 허우적

영화사의 홍보 문구에 따르면 '비스티 보이즈'는 '단 하루를 살아도 느낌 있게' 살아가려는 남녀의 이야기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펼쳐지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는 달콤한 영화는 아니다. 환락의 세계 이면에 깔린 질퍽한 현실에서 허우적대는 청춘의 방황을 그렸다고 하는 편이 옳다.

 

한때 부유했던 집안이 무너지면서 서울 강남 청담동의 호스트바로 들어선 승우(윤계상). 그는 호스트 일을 잠깐의 아르바이트로 여기고 있지만 잘생긴 외모와 다소무심한 태도로 일을 시작한 지 몇 개월 만에 인기를 얻는다. 어느 날 승우에게 '텐프로' 호스티스 지원(윤진서)과 동료들이 손님으로 찾아온다. 승우와 지원은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승우를 이끄는 것은 호스트바의 '파트너 디렉터'이자 누나 한별(이승민)의 동거남인 재현(하정우)이다. 오로지 하루하루 폼나게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재현은 역시룸살롱에서 일하고 있는 한별에게 얹혀 살면서 큰 빚을 갚기 위해 새로운 호스티스를 꼬드기기 시작한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사실적으로 표현된 밤의 세계다. 호스트바 근방에도 가보지 못한 관객이라도 청담동 근처만 맴돌거나 겉만 훑고 지나가는 영화는아니라는 것쯤은 금세 눈치챌 수 있다. 삶과 생활의 늪에 빠진 청춘의 방황을 그린 영화답게 밑바닥에 깔린 정서는 외로움이다. 사건의 발단을 인간 존재의 본질에서 찾으니 탈출구가 있을 리 없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보이는 승우는 그나마 하나 가진 사랑을 놓치지 않으려발버둥치다 파멸의 길을 걷는다. 여자를 등쳐먹고 사는 인생인 재현은 계속 '생긴 대로' 살아간다. 호스티스들은 웃음을 팔아 번 돈을 헛되이 쓰러 호스트바를 찾는다.

 

성실하고 꼼꼼한 묘사와 정말 어딘가에 있을 법한 캐릭터로 눈을 사로잡은 영화는, 그러나 관객을 주인공들의 질척한 삶에 빠뜨려 놓은 채로 중반부를 넘기더니 중언부언하기 시작한다. 전체적인 구성과 줄거리가 한손에 잡히는데도 매끈하게 전개돼 깔끔하게 마무리됐다는 느낌이 적다.

 

하정우의 연기는 말 그대로 물이 올랐고, 윤계상 역시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윤종빈 감독은 '용서받지 못한 자'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30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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