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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애그플레이션의 시대 - 유남희

유남희(전북대학교 산학협동교수·(주)티에스팜 대표이사)

 

국내 총생산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2%(05년 기준) 남짓, 농업인이 전체인구의 7%만을 차지하는 숫자의 경제학을 놓고 보면 현 정권이 농업의 효율성과 효용성을 따져 농촌진흥청의 폐지를 거론하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도 있을 터이다. 한미 FTA 협상을 반대하는 것도 아니며, 굳이 한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이번 협상타결로 우리 국민이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강변이 미국 축산업자와 미국 정부대표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 나라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사실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러한 경제의식을 가진 최고통치자라면 충분 한국농업의 역할과 지위를 제대로 인식할 수 없기에, 신중하지 못한 해외의존형 식량공급정책을 펼 칠 것이라 도리어 이해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전 세계 3위 곡물수입국이며 곡물자급율이 27%에 머물러 OECD가입국 중에서도 최하위권의 수준이다. 여기에 99% 자급률을 보이는 쌀을 제외하면 5% 이내의 곡물자급률을 가진, 그야말로 식량위기의 시대에선 위험천만한 구조를 가진 나라다.

 

필자가 대학에서 '식량과 인류'를 강의하면서, 2-3년 전 까지만 해도 전 세계의 식량총생산량이 전 세계 인구 식량 수요량을 감당하는 상황이지만 빠른 시간 안에 상황이 돌변할 것이라는 점을 누차 밝힌 바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결코 저렴한 국제 곡물가가 유지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한 예견보다도 빨리, 험난한 애그플레이션이 우리 앞에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음을 모두가 불안한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다.

 

애그플레이션이란 농업의 agriculture와 inflation의 합성어로서 국제 곡물가의 폭등에 기인하여 일반 물가인상을 초래함을 의미한다. 애그플레이션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작황부족으로 인한 생산량이 감소된 것이 기본적 원인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작년부터 급격한 바이오연료 개발에 따른 투입으로 국제옥수수 가격의 폭등, 중국과 인도 등의 다인구 국가의 육류소비 증가에 따른 사료곡물소비량 급등 및 밀과 콩 등의 수요량 급증, 세계적으로 농경지감소 및 작황부진 등의 복합적 원인에 의하여 빚어진 결과다.

 

더구나 애그플레이션은 올 한 해에 나타나는 한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비관적 전망속에, 정부가 위험천만한 과도기적 식량위기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국민들의 농축산물의 수요를 수입대체로 해결하려는 의지마저 갖고 있는 듯 하니 크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쌀을 자급하고 있는 실정이나, 이마저도 쌀의 주생산국들인 동남아시아에서조차 다른 곡물들의 가격 급등으로 인해 자국내의 쌀 수출량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으로 국제 미곡가도 급등하고 있음을 상기하면 얼마나 식량시장이 불안정한 구조에 직면해 있는지를 우리 모두가 직시하여야 한다.

 

선진국 대부분의 나라들이 우리들의 생각과는 달리 왜 농업부분도 선진국인지를 자문하고, 농업의 산업적 지위와 역할이 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비교역적 다원적 산업임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농업생명산업이 국민의 생존을 담보하는 국가전략산업임을 깨닫고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한 농업생산구조 구축에 국가적 노력을 경주하여 애그플레이션 시대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식량산업은 핵과 반도체보다 우선한 첨단과학산업이다.

 

/유남희(전북대학교 산학협동교수·(주)티에스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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