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자신의 업무 스타일을 설명하면서 현대가(家)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현대그룹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은 핵심 참모들과의 사적인 모임에서 고(故) 정주영 전 현대회장과 함께 일하면서 터득한 업무 요령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전경련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 이 대통령이 연설문을 작성해서 갖다주면 정 전 회장이 밤새 직접 고치고 다듬어 "내가 고친 것이 어떠냐"면서 보여줬다고한다.
초안의 절반 이상을 고친 `개작'이었는데, 연설문을 가다듬는 솜씨가 놀랄 정도로 나날이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도 라디오 연설문의 대부분을 직접 수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참모는 "연설문을 갖다주면 대부분을 직접 고친다"고 전했다. 정 전 회장으로부터터득한 업무 방식인 셈이다.
정 전 회장은 부하 직원들을 닦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 대통령만이 유일하게 단 한번도 정 전 회장의 꾸지람을 듣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선제적으로 보좌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얘기다.
한 참모는 "그런 방식으로 일한 이 대통령으로서는 청와대 보좌진에 대해 아쉬움이 없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18일 경제단체장들과 재벌 오너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열린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제2차 민관합동회의가 끝난 뒤에도 현대가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10분 정도 사업 설명을 하면서 미리 준비해온 원고의 순서를 뒤바꿔 읽는 경우가 왕왕 빚어지자 참석자들이 박수를 치며 `조기 종료'를 간접 요청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 같은 모임에 굳이 오너들이 참석할필요 없다"면서 "이는 과거식 사고로, 아무리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라고 해도 시간이 없고 바쁘면 CEO를 보내도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 참모들에게 "내가 현대가 사람들을 잘 안다"면서 "왜 원고를 뒤바꿔 읽은 줄 아느냐. 정 회장이 원고를 읽으면서 머리 속에는 이미 이를 어떻게 하면 사업에 연결시킬 수 있을지, 추가 사업을 어떻게 할지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은 사람들"이라고 풀이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정 회장이 10분을 꽉 채워 말을 마치는 것을 보고 오히려 현대가 특유의 분위기, 오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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