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show)'를 하라고?
'쇼(show)를 해라!' 우리말로 번역(?)하면 '벗어라' 정도 아닐는지? 거기 지퍼 내리는 갑돌군, 거기 브래지어 푸는 갑순양, '그건 아니잖아! 그건 아니잖아!'(철 지난 유행어인데, 기억하시려나?) 이
렇게 창의성이 젬병이어서야!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했던 '가면'이 있다면, 한국영화 쇼케이스에 처박아 두고 가시압!
'한국영화 쇼케이스'에서는 최근 한국영화산업 내에서 만들어진 우수한 작품들을 엄선해 상영한다. 올해는 모두 6편의 '파닥거리는' 한국장편영화가 소개된다.
단 것이라면 질색인 사장과 마성의 게이인 천재 파티쉐, 그리고 전직 복싱 챔피언 주방보조와 사장의 사고뭉치 보디가드. 민규동 감독의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는 개성 넘치지만 어딘지 비밀스러운 네 남자의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성애란 소재에 발랄하게 접근하며 만화 못지 않은 상상력과 보기만 해도 침샘을 자극하는 케이크들, 리듬감 있고 재치 있는 편집, 서양골동양과자점>
적재적소에 배치된 뮤지컬 장면 등으로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을 지녔지만 홀로 조용히 지내는 수민 앞에 아이큐 180의 천재 소녀 현진이 나타나자, 조용했던 그의 삶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평범한 사람이 초능력을 지녔다면, <엑스맨> 의 영웅들보다 수민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김형주 감독의 <초감각커플> 은 <과속스캔들> 로 스타덤에 오른 박보영의 전작으로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그녀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작품. 과속스캔들> 초감각커플> 엑스맨>
차가운 인상의 젊은 여자 희수가 경마장으로 향한다. 서른을 넘겼으나 결혼은 하지 못했고, 직장을 잃어 미래도 불투명한 희수의 목적은 1년 전 헤어진 연인 병운에게 빌려준 돈 350만원을 돌려받는 것. 매사에 천하태평이고 낙관적인 병운은 얼렁뚱땅 위기를 넘기려다가, 희수의 기세에 눌려 돈을 갚기로 한다.
병운은 50대 여성 사업가, 호스티스, 초등학교 동창 등을 찾아다니며 돈을 빌리고, 희수는 본의 아니게 병운과 하루를 함께 보낸다. 이윤기 감독은 전작 <아주 특별한 손님> (2006년)에 이어 또 다시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을 영화화했다. 전도연, 하정우라는 두 배우의 존재는 이 영화 최대의 미덕이다. 아주>
전도연은 영화 전체의 조화를 먼저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맡은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낸다. 하정우의 기가 막히는 대사 타이밍은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오랫동안 입가에 웃음기를 남긴다.
정윤수 감독의 <아내가 결혼했다> 는 애틋한 제목부터 어딘가 은밀하고 도발적인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내가>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인 인아(손예진)와 연애를 시작한 덕훈(김주혁)은 결혼만 하면 그녀를 독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순진한 늑대의 야심에 불과하다. 곧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떼를 쓰는 아내 때문에 속을 썩인다. 이 영화는 가족주의 제도에 대해 직접 비판을 가하기보다는 남자들의 리비도를 위트 있게 살짝 비틀면서 여성을 주체로 위치시킨다.
놀랍게도 아내는 연애보다 결혼을 즐김으로써 자신을 완성한다. 영화와 현실의 경계는 어떻게 그어야 할까. '흉내'가 본질인 연기에는 진실이 없는가. 연기의 진실을 의심하는 폭력배를 연기하는 배우를 바라보는 관객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는가. 신인 장훈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 가 던지는 주제는 이처럼 '메타영화적'이다. 영화는>
<영화는 영화다> 에서 가장 높이 살만한 부분은 이처럼 사변적이고 복잡한 주제를 대중이 공감할 만한 화법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젊은 남자배우에게 최적의 역을 맡긴 제작진, 맡겨진 역을 충실히 소화한 두 배우의 역량도 과소평가할 수 없다. 영화는>
이호재 감독의 <작전> 은 '주식 조작'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웠다. 주식을 하다 신용불량자까지 된 현수는 수년간의 독학 끝에 작전주 하나를 추격해 한탕 크게 이익을 본다. 하지만 그가 건드린 주식이 전직 조폭 출신 황종구의 작전주였음을 알게 되고, 600억 작전에 끼게 된다. 한국에선 좀체 볼 수 없는 화이트칼라 범죄물인 이 영화는 스피디한 진행과 적재적소에 섭외된 연기자들, 그리고 적나라한 현실 반영까지 데뷔작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인다.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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