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아픔 달래던 땅…배우 꿈 키우던 마음의 고향
'전주극장 주변에 고향다방, 왕궁다방, 우인다방이 있었다. 제일 많이 모인 곳이 우인다방이었다. 당시 무대에 오르거나 다방에 죽치고 앉아있던 연예인들의 면면을 보면 변기종, 김승호, 이예춘, 허장강, 김진규, 주선태, 황해, 박노식, 전택이, 노경희, 도금봉, 김희갑, 현인, 김정구 등이다.' (전주문화재단, 전주 근대생활조명 100년 제2권 「전주의 8·15 해방과 6·25전쟁」)
영화배우 도금봉(1930∼2009, 본명 정옥순)이 자신의 죽음을 알리지 말아달라는 유언과 함께 지난 3일 세상을 떠나면서 새삼 전주와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1957년 영화 '황진이'로 데뷔한 도금봉은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6·25를 전후로 전주에서 악극단 배우로 활동하는 등 데뷔 전까지 전주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대를 전후로 많은 연예인들이 6·25를 피해 전주로 내려와 악극단을 꾸렸는데, 도금봉은 희극배우 이원철이 단장으로 있던 '청춘부대'에서 아역과 성인중간역을 맡았다는 것. 도금봉과 이원철은 부부사이로, 후에 도금봉은 유명한 배우가 됐으며 이원철은 영화제작자가 됐다.
도금봉과 관련해서는 '다방 레지설' 등 갖가지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나 「전주의 8·15 해방과 6·25전쟁」을 집필한 장명수 전 전주문화재단 이사장은 "도금봉은 옛 왕궁다방 옆 골목에서 방을 얻어 살았는데, 극단 일이 없을 때에는 다방에 나와 앉아있었고 사람을 만나면 친절하고 애교덩어리였다"며 "이 때문인지 다방 레지 출신으로 스타가 됐다는 말이 생겨난 것 같다"고 전했다.
도금봉은 쌍둥이를 낳아 길렀으며 한강이 수복된 후 서울로 올라갔다. 원로 서양화가인 하반영 선생도 "6·25때 피난 온 연예인들이 고생을 했는데, 도금봉은 연극에 나가 조금의 개런티를 받아서 연명했다"며 "이들 부부가 서울로 올라갈 때에는 우리들이 모두 도왔다"고 구술한 바 있다.
도금봉은 영화계에 입문한 후 60∼70년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파 조연으로 이름을 날렸다. 1974년 '토지'로 '제12회 대종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1997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삼인조'에 '전당포 노파'로 출연한 것이 마지막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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