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 항상 관심을"…옷 두툼하게 입고 집에서도 항상 21℃ 유지
설 명절 연휴 바로 다음날인 지난 16일,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에 위치한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를 찾아 왕태형 본부장을 인터뷰했다.
깔끔하게 정리정돈 된 왕 본부장 집무실 탁자에 마주해 앉고, 잠시 후 따뜻한 차가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번 인터뷰가 '녹색실천 이 사람의 약속' 마지막 인터뷰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릴레이 인터뷰가 시나브로 7개월째. 서거석 전북대 총장, 이병호 천주교전주교구 주교 등 모두 24명의 명사들이 참여해 에너지 절약, 나무심기, 친환경 건축 등 참 많은 말씀을 하고, 또 '녹색 실천'을 약속해 주었다.
왕태형 본부장은 회사는 물론 가정에서도 검소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책임자 위치에 설수록 녹색인에 훨씬 가까워질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왕 본부장 첫 인상도 그랬다.
그는 인터뷰 취지를 조용히 경청한 뒤 "예전에는 '내고향 강 살리기'등 봉사활동을 통해 쓰레기 줍기 등을 많이 했죠. 그렇게 직접 하다보면 실제 저수지가 깨끗해지고, 우리들 마음도 정화되는 것 같았습니다"라며 기억을 되살린다.
농어촌공사는 깨끗한 저수지 가꾸기를 위해 매월 수질을 체크하는 등 하천과 저수지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화되지 않은 물이 쏟아져 나오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으로 해결책이 있어야 한다며 내심 어려움을 토로한다. 녹색의 문제는 누구에게 한정된 문제가 아니었다. 아마 농업용수를 관리 공급하는 책임을 맡은 공기업인 만큼 이곳에 근무하다보면 '녹색'마인드가 저절로 생기지 않을까.
농어촌공사는 1908년 수리조합으로 출범했다. 농사지을 물을 관리하는 일을 뛰어넘어 지금은 생산기반정리사업, 농지은행사업, 농촌의 삶의질 향상을 위한 사업 등 농촌과 농업의 튼튼한 기반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국에 걸쳐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관리하는 현장은 1,300여개에 달한다. 이 중 1/8이 전북에 있다. 올해 4조 예산 가운데 1/3이 전북 몫이다.
그런 자부심이 작용했을까. 전북본부는 2009년 공공기관 고객만족도조사 결과, 136개 공기업 중 3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올해 처음이 아니고, 2008년에 이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왕 본부장은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이 많다"며 "다른 곳에 비해 앞선 것이지 100점은 아니었다. 좀 더 보완해서 농어민들에게 직접적인 서비스가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겸손해 한다. 진정한 100점을 위해 달려가겠다는 것.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일을 맡고 있기 때문에 농어촌공사는 특히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이다. 예측 불허의 기상변화는 농어촌공사에게 큰 난적이다.
왕 본부장은 "바로 얼마전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에 폭설이 내려 힘들었잖아요. 폭설 폭우가 내리면 생각나는 일이 있는데요, 몇년 전 삼례지역에 60년 만에 큰 비가 내리는 바람에 하우스 농작물 피해가 심각했고, 저희도 곤란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라며 "기후변화 문제는 그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만큼 모두가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피해를 본 주민들은 농어촌공사가 늑장 대응해 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넘쳤고, 이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컸다며 항의한 것. 당시 폭우 피해는 비록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재해로 판명이 났지만,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농어촌공사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농업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새만금, 부안지구에서 풍력 발전 계획이 진행되고 있고, 소수력발전 사업은 지난해 3곳, 올해 3곳 등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지열을 이용한 하우스 난방을 통해 화훼, 원예 작물을 재배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왕 본부장은 싸늘한 사무실 온도를 견디기 위해 옷을 두툼하게 입고 근무한다.
그는 "생물이 성장하기 좋은 온도가 21℃ 정도입니다. 집에서도 늘 21℃를 유지하고 있는데, 사실 옷을 좀 두툼하게 입어야 견딜 수 있죠"
언제가 본부장 댁을 다녀온 한 직원이 "너무 춥다"며 고개를 설레 설레 흔든 일도 있었다고 하니, 왕 본부장의 녹색실천은 그야말로 '왕'이다.
그는 "윗사람이 본인은 대충하고, 아랫사람에게만 따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옛날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윗사람이 확실하게 잘하고, 절제된 생활을 해야 아랫사람들이 스스로 따라서 할 것 아닙니까?"라는 그의 말에서 행동이 앞서는 생활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위대한 사람은 작은 일을 잘 해내는 사람,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발견하는 사람이다. 그는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이다'라는 글이 생각난다.
지금까지 릴레이 인터뷰에 참여하면서 만났던 많은 명사들은 생활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하고 있었다. 그 개인의 실천은 작았을 것이지만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장선이(푸른전주운동본부 간사)
※ '녹색실천 이 사람의 약속' 릴레이 인터뷰는 이번 25회로 종료합니다. 그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신 25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에는 기획에 참여한 시민단체 간사들의 방담을 싣습니다.
※ 이 기사는 본보와 전주의제 21이 공동으로 기획했으며,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인터뷰어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