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와 교과로 정복하는 논술(65) - 제시문
■ 생각의 폭을 넓히자 - 제시문
[가] 사람들이 선택하는 구체적인 삶의 목적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삶의 방향은 사회적 배경에 따른 가치관의 차이, 자신이 처한 개인적, 사회적 상황, 타고난 능력이나 받을 수 있는 교육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요소들로 인해 매우 다양하게 선택되고 그 의미가 결정된다. 어떤 사람은 예술을 위하여 일생을 바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종교에 헌신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어류나 조류 연구에 일생을 바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사회봉사자가 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길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삶의 다양성은 개인이나 사회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선택하는 결정이나 추구하는 가치를 가능한 한 존종하고, 타당한 이유없이 다른 사람이 살아가는 태도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어는 누구도 다른 사람이 가지는 삶의 목적이나 의미에 대해서 부당하게 간섭할 권리가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삶이 똑같이 가치 있고, 그들이 선택한 삶의 목적이 모두 정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자기 이익만을 챙기고 다른 사람의 권리나 이익을 무시하는 사람들은 존경을 받기 어려우며, 여러 사람의 이익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사람들은 존경받게 된다. 또, 우리 사회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삶이 있는가 하면, 모든 사회에서 훌륭한 것으로 높이 평가되는 삶도 있다.
- '삶의 다양성',『윤리와 사상』교과서.
[나] 이인국은 일제 때 제국 대학을 졸업한 인물로, 잠꼬대를 일본어로 할 정도로 완전한 황국 신민으로 동화되어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아왔다. 그리고 해방 후의 격변기 속에서는 친소파로 돌변하여 영화를 누린다. 1?4 후퇴 때 가족과 함께 월남(越南)한 그는 미군 주둔 시에도 그 상황에 맞는 처세술로 현실에 적응한다. 그는 치료비가 다른 병원보다 갑절이나 비싼 종합 병원을 운영하면서 철저히 부(富)를 추구한다. 그 특유의 처세술로 브라운 대사를 만족시켜 미 국무성 초청장을 받아 미국에 가서도 반드시 성공을 거두리라고 생각하며 도미(渡美)하기에 이른다.
- 전상국, "꺼삐딴 리"
[다] 임금의 밀명은 묘당에 퍼졌고, 행궁 담을 넘어서 민촌에 기거하는 당하들까지도 알았다. 임금이 야심한 시간에 네 사람을 침소로 불러들였고, 승지와 사관을 물리친 자리였다는 것을 민촌의 백성들도 알았다. 당하들이 행궁 담 밑에 모여 이마로 돌담을 찧으며 울었다.
임금은 문서를 감출 수가 없었다. 묘당은 최명길이 쓴 문서를 돌려서 읽었다.
……전하, 최명길의 글이 칸을 황극이라 일컫고 있으니 만고에 없는 일이옵고, 명에게도 바치지 않았던 말이옵니다.
……또 명길이 칸의 나라를 가리켜 '하늘과 사람이 함께 귀의 하는 곳'이라 하였는데, 천인소귀(天人所歸)는 하늘을 칸에 내주자는 뜻으로, 이는 칸의 신하라 해도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옵니다. 문서를 칸에게 보내기 전에 우선 명길을 문초하여 삼전도로 오가면서 용골대에게 무슨 밀약을 받았는지를 먼저 알아내야…….
시선을 서안 너머 마룻바닥에 고정시킨 채 임금은 고요했다. 신료들의 목소리가 합쳐져서 누구의 말인지 임금은 분간할 수 없었다.
김상헌이 앞으로 나왔다.
―전하, 뜻을 빼앗기면 모든 것을 빼앗길 떠인데, 이 문서가 과연 살자는 문서이옵니까?
임금은 대답하지 않았다. 김상헌이 다시 임금을 다그쳤다.
―전하, 이제 칸을 황극으로 칭하였으니 문서가 적에게 가면 전하는 칸의 신이 되고, 신들은 칸의 말잡이가 되며, 백성들은 칸의 종이 되는 것이옵니까?
임금은 대답하지 않았다. 김상헌이 다시 말했다.
―적이 비록 성을 에워쌌다 하나 아직도 고을마다 백성들이 살아있고 또 의지할 만한 성벽이 있으며, 전하의 군병들이 죽기로 성첩을 지키고 있으니 어찌 회복할 길이 없겠습니까. 전하 명길을 멀리 내치시고 근본에 기대어 살 길을 열어나가소서.
최명길이 말했다.
―상헌은 제 자신에게 맞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옵니다. 이제 적들이 성벽을 넘어 들어오면 세상은 기약할 수 없을 것이온데, 상헌이 말하는 근본은 태평한 세월의 것이옵니다. 세상이 모두 불타고 무너진 풀밭에도 아름다운 꽃은 피어날 터인데, 그 꽃은 반드시 상헌의 넋일 것이옵니다. 상헌은 과연 백이(伯夷)이오나, 신은 아직 무너지지 않은 초라한 세상에서 만고의 역적이 되고자 하옵니다. 전하의 성단으로, 신의 문서를 칸에게 보내 주소서.
김상헌이 두 손으로 머리를 싸쥐고 소리쳤다.
―전하, 명길의 문서는 글이 아니옵고……
최명길이 김상헌의 말을 막았다.
―그러하옵니다. 전하, 신의 문서는 글이 아니옵고 길이 옵니다. 전하께서 밟고 걸어가셔야 할 길바닥이옵니다.
김류가 말했다.
―명길이 제 문서를 길이라 하는데 성 밖으로 나아가는 길이 어찌 글과 같을 수야 있겠나이까. 하지만 글을 밟고서 나아갈 수 있다면 글 또한 길이 아니겠나이까.
임금이 겨우 말했다.
―영상의 말이 어렵구나. 쉬고 싶다. 다들 물러가라.
밤중에 임금이 승지를 불러서 문서에 국새를 찍었다.
김훈,『남한산성』 p.313~p.315
■ 논술문 작성하기 - 생각 정리
<논제> 현대 사회는 속도와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전통적인 윤리의식에 바탕을 둔 우리의 삶의 가치관과 방식은 혼란을 겪는다. 제시문(가)에는 삶의 가치의 다양성과 방식의 정당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나)의 김상헌과 최명길의 입장에서 제시문(다)의 이인국에 대한 비판적 견해를 제시하시오 논제>
■ 어떻게 설득할까 - 토론하기
현대 사회는 모든 구성원들이 삶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이런 다양한 삶의 방식이 개인과 사회에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대부분이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들이 선택한 다양한 삶의 방식이 모두 가치 있고, 정당한 것은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과거 두 인물 김상헌과 최명길 삶의 방식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인물 유형에 가까운 이인국 박사의 삶의 방식을 긍정하거나 비판하여야 한다. 단, 김상헌과 최명길의 삶의 방식을 전통적인 윤리의식에 바탕을 두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두 인물 모두의 삶의 가치와 정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 어떤 것이 출제됐나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는 이에 맞는 다양한 분화와 융통성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특징은 전통적인 윤리의식에 바탕을 둔 삶의 방식의 갈등과 혼란을 일으킨다. 이 문제의 해결책으로 현대사회의 삶의 다양성을 단순히 긍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대사회를 사는 개인들의 삶의 다양성은 가치와 방식의 정당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공공의 선 추구, 정의, 경쟁의 정당성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통합과 공공의 선을 실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다. 따라서 논술 시험의 주제로 비중 있게 다양한 형태로 다루어져 왔다.
■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 토론 거리
1. 명분과 의를 중시하는 삶의 방식이 현대사회에서 적절한 방식인가!
2. 실리와 변화를 중시하는 삶의 방식의 비난받아야 하는가!
2. 김상헌과 최명길의 입장에서 역할놀이와 토론을 해보자!
3.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사례를 선택하여 최명길과 김상헌의 입장에서 토론해보자!
■ 어떤 교과와 관련됐나
- 고등학교 국어(하) 6. 표현과 비평 (2) 외국인의 눈에 비친 19세기 말의 한국
-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Ⅰ. 윤리와 사회사상의 의의 2.(1). 삶의 의미와 다양성
-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Ⅳ. 한국 윤리 및 사회사상의 정립과 민족적 관제 3. 민주적 도덕 공동체의 구현
- 고등학교 사회 Ⅶ.정치 생활과 국가 3. 민주 정치 발전과 시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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