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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미디어, 범죄 교과서 - 이수화

이수화(창작극회 배우)

 

현대사회가 다원화되고, 폭력적 미디어가 홍수처럼 만연함에 따라 모방범죄 역시 하나의 사회문제로 인식되게 되었다.

 

모방범죄란 한 개인이 자신이 보았던 범죄의 장면을 따라해 또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한다. 범죄학(Criminology)에서는 사회의 이슈가 되는 범죄가 많으면, 해당 범죄의 빈도수가 갑자기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있다. 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그 범죄를 많이 보기 때문에 해당 범죄에 대해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즉 미디어에서 범행 수법을 너무 적나라하게 묘사할 경우 다른 잠재적 범죄자들이 이를 참고할 수 있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했던 보도가 반대로 제2의 범죄를 탄생시키는 '교과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방범죄가 언론 보도로 인해 발생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는 아직 없지만, 미디어에서 범죄나 폭력의 묘사가 정확하게 그리고 반복적으로 나올 경우 국민들의 감수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연구 결과를 통해 분명히 입증됐다.

 

예컨대 최근만 해도 2007년 혜진·예슬양 피살 사건, 2008년 조두순 사건, 올해 김길태·김수철 사건 등이 수차례 미디어를 통해 세세히 전해졌으며 이러한 사건들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아동성범죄가 4년간 70% 증가했다. 그리고 실제로 올 3월에는 김길태 사건을 모방한 범죄가 일어났다.

 

이런 현상은 자살에 관련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마릴린 먼로가 자살한 달의 경우 미국 내 자살률이 12% 증가했다며 자살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자세할수록 모방 자살이 더 많이 일어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는 42건이 넘는다. 언론이 사람을 자살하게 하지는 않지만 이미 자살하고 싶다고 느끼는 이들에게 그 방법이나 역할모델 등을 제공하며, 이들의 정신적 저항력을 약화시켜 마지막 치명적 순간으로 내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모방범죄를 억제하고 미디어의 악영향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미디어의 폭력 및 범죄수준에 대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고, 미디어를 소비하는 시민들 역시 올바른 판단력을 배양할 수 있는 적절한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범행수법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언론 보도는 모방범죄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언론보도가 이뤄져야 한다. 속보와 특종 경쟁 속에서 절제되지 않고 무차별적인 보도를 쏟아내기보다는 사건의 성격과 방향을 전문가적 시각으로 규정하고, 보도 준칙에 따라 보도의 선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각 매체에서는 미디어와 범죄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과 파급 효과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보도 기준을 세워 모방범죄를 줄일 수 있는 제대로 된 미디어파워를 보여주길 바란다.

 

/이수화(창작극회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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