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율형 사립고 지정 취소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전주지법은 전북교육청을 상대로 남성학원과 광동학원이 낸 자율형 사립고의 지정·고시 취소처분의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6·2지방선거를 이틀 앞두고 두 학교를 느닷없이 자율고로 지정, 촉발된 혼란은 일단락됐지만 전북교육청은 항소키로 했다. 그러나 일단 두 학교의 학사일정은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소송의 핵심은 자율고 지정 취소의 적법성과 법정부담금의 부담 능력, 평준화 훼손 여부 등 세가지다. 전북교육청은 모두 하자가 있다고 보고 자율고 지정을 취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두 학교 법인에 대한 전북교육청의 자율고 취소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보이며 이들 학교는 이미 법정부담금을 납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고교 평준화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교육청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고교 평준화 부분은 명쾌하지 못하다. 재판부는 학생의 20%를 소외계층에서 충당하기 때문에 평준화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다고 본 듯 하다. 그러나 남자고가 익산에는 3.5개(1개는 공학), 군산에는 4개 밖에 안되는 실정에서 두 학교가 자율고로 지정돼 학생들을 선발한다면 사실상 평준화의 틀은 깨진다고 보아야 한다. 그럴 바엔 차라리 평준화정책 자체를 폐기해야 옳을 것이다.
학교재단이 법정 부담금을 이행치 않거나 해태할 때 강력히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과제다. 자율고 지정을 앞두고 다급한 입장에서 돈을 예치하고 전입시킨다는 계획은 그럴 듯하게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정되고 난 뒤 이를 이행치 않을 때 제어할 수단이 없는 게 문제다. 이런 헛점을 악용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만약 학생들의 비싼 수업료에만 의지한다면 귀족학교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고 학교재단의 도덕성도 크게 훼손될 것이다. 그럴 요량이라면 아예 자율고 운영을 스스로 그만두는 게 낫다. 1심 판결은 나왔지만 이런 지적들은 학교재단측이나 전북교육청이 관심을 갖고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다.
전북교육청은 판결 뒤에도 "지정 취소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이념과 소신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배타적으로 대응해선 안된다. 그리고 지금은 인재육성에 힘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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