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12 00:27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스포츠 chevron_right 스포츠일반
일반기사

[도내 실업팀 운영현황 점검] 실업팀, 돈 먹는 하마인가?

정읍시 이어 완주군도 인라인롤러팀 해체 검토

"돈 먹는 하마인가, 아니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대상인가"

 

정읍시청이 내년 1월부터 핸드볼팀과 검도팀 해체 방침을 밝힌데 이어 완주군도 인라인롤러팀을 해체하는 방안을 집중 검토중인 가운데 행정기관의 실업팀 문제가 연일 화두다.

 

일각에선 지극히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돈 먹는 하마"로 인식하는 반면, 또다른 한편에선 "전북체육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며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도내 실업팀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고, 논란의 핵심은 무엇일까. <편집자 주>

 

▲도내 실업팀 현황

 

현재 도내에서 운영중인 실업팀은 13개 자치단체에서 22개 종목을 육성하고 있고, 4개 기업체에서 4개 종목, 도 체육회에서 5개 종목을 육성하고 있다.

 

체육팀을 유지하는데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5∼6명의 선수단 하나를 운영하는데 연간 3∼5억원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북은행, 삼양사, 하이트, 농수산 등 기업체 팀은 비용을 기업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자치단체의 부담이 적고 단지 선수를 스카우트할때 모자라는 비용을 체육회에서 보전해주는 정도다.

 

또 재경팀인 인삼공사 탁구, 진흥공단 펜싱, 지적공사 사이클, 상무 배드민턴 등 4개팀도 각 공사에서 비용을 조달하고 있다.

 

단순히 전국체전 때 전북대표로 단 한번 뛴다는 의미밖에 없는데, 도 체육회는 재경팀 한곳당 40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전북도나 시·군청, 체육회 등에서 운영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전북현대모터스 축구단이나 KCC농구단 등은 연간 수십억, 수백억원씩 써도 거대 기업의 홍보를 대체하는 것이어서 기업 전체의 입장에선 손실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순수 아마추어 팀을 꾸려가야 하는 행정기관 실업팀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가시적 성과는 적고 지출만 커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요되는 비용을 보면, 전북도청 5개팀 운영에 26억원, 시군팀 운영에 65억원 등 무려 91억원이나 된다.

 

여기에 도 체육회에서 5개팀을 운영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13억6400만원에 달한다.

 

주먹구구로 계산해도 전국체전에 나갈 실업팀을 꾸리는데 지방비(도비+시·군비)가 100억원이 훨씬 넘게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시도는 전북에 비해 체육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경제력이 전북과 가장 비슷한 충북의 경우 행정기관 실업팀 운영에 무려 50억원이나 더 많은 예산을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팀 운영 득인가, 실인가

 

대다수 시·군에선 경기부 운영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표심에 민감한 자치단체장들이 표가 많은 생활체육 동호인들의 행사와 달리 엘리트 체육은 비용은 많이들고 생색이 나지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적 연고가 없는 선수가 많아 주민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전국단위 대회에서 제대로 된 성적을 내지 못해 결국 지역의 명성을 높이지도 못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수나 지도자가 어느 후보를 지지했는가에 따라 팀 운영에 영향을 받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판단 말고도 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서는 운동부 운영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어려운 재정 상황속에서 노인복지나 농업, 실업문제 등에 재원이 투자될 경우 훨씬 더 큰 효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뜻있는 체육인들은 이러한 시각에 개탄하는 분위기다.

 

체육인들은 "선진국치고 체육 후진국이 없고, 체육분야 후진국치고 국격이 제대로 갖춰진 나라가 없다"는게  한결같은 시각이다.

 

단순히 전국체전 순위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실업팀이 있어야 초·중·고 팀이 제대로 살아나고, 우수 선수들이 여건이 좋은 곳으로 떠나는 엑소더스 현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북출신 장미란이 다른 시도에서 활동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원로 체육인들은 "망한 집안을 되살리려면 3대가 죽을 고생을 해야 하는 것처럼 한번 전북체육의 기반이 무너지면 최소 10년 이상 다른 시·도에 뒤떨어지게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지성, 김연아, 박태환, 이창호 같은 선수는 갑자기 나타나는게 아니라 초등학교때부터 어린 선수들이 월드스타의 꿈을 품고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건국이후 꾸준히 한국체육의 중심축으로 기능해 온 전북체육이 최근들어 추락을 거듭하는 것도 이러한 여건이 무너진 때문이다.

 

실제로 대다수 종목에서 전북출신 국가대표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젠 체육을 돈먹는 하마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장기적 발전을 위한 투자의 대상인가부터 먼저 결정해야 할 때다.

 

단순히 팀 한두개가 창단되거나 해체되는 차원이 아니라, 전북체육 정책의 근본틀을 어떻게 재정립할지 도지사, 교육감은 물론, 각 자치단체와 지방의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때라는 지적은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위병기 bkweegh@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스포츠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