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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20대, 노예인가 주인인가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국민은 나라의 주인인가. 아니다. 노예다. 국가 권력의 노예고, 재벌들의 노예다. 당신들은 이중 노예다. 그런데 정작 당신들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것이 당신들의 비극이고, 절망이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분들은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을지 모르겠다. 너무 갑작스럽게 그것도 강한 어조로 국민은 노예라고 말하고 있으니…. 사실은 이건 내가 하는 말이 아니다. Y신문에 K대학교 교수 허민이 쓴 사설 중 일부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독자 분들은 다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 Y신문은 어디고 K대학은 어딘지 궁금해 하실 거라 생각한다. 아이폰을 가지고 계신 독자 분께서는 '허민 교수'라는 검색어를 이미 누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Y신문, K대학교, 허민 교수 모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조정래 장편소설 「허수아비 춤」에 등장하는 존재들이다. 조정래가 그의 장편소설「한강」 이후에 10년간 품어온 '경제민주화'의 청사진을 제시한다면서 소개하고 있는 그의 신작 「허수아비 춤」은 한국사회의 기업 비리에 대해 낱낱이 소개하면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책 속에서 K대학 허민 교수는 Y신문에 재벌의 재산권 불법 상속과 경영권 불법 승계사건이 일광그룹에 의해 벌어졌는데 이는 전 태봉그룹에서 일으킨 사건과 한 치도 다름없이 똑같다며 그 이유를 국민이 이들 재벌 비리에 침묵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국 국민의 침묵이 이들의 비리를 눈감아 주고 더욱 키웠다는 말이다.

 

오늘 사설을 조정래의 신작 「허수아비 춤」 속에 사설로 시작한 이유는 다름 아니라 얼마 전 시작한 '프래지던트'라는 드라마에서 비슷한 대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최수종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정치 드라마인데 이 드라마에서 재밌는 대사가 나왔다. 토론회에 등장한 최수종은 20대들이 청년실업문제로 힘들다고 하자 청년실업 문제에는 청년들의 책임이 크다는 말을 한다. 청년들이 화를 내며 사과하라고 하자 최수종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통령은 누가 만듭니까? (답 : 그야 우리 국민이죠) 지성인답게 정확하게 이야기 하세요 틀렸어요. 대통령은 투표하는 국민들이 만드는 겁니다. 정치인들은 표를 먹고 삽니다. 세상에 어느 정치인이 표도 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발로 뜁니까? 다들 말은 번지르하게 해댑니다. 여러분들도 귀가 닳도록 들었죠. 청년실업 해소, 청년 일자리 창출. 그러나 실제로는 어떻습니까? 왜 그럴까요? 여러분들이 정치를 혐오하기 때문입니다. 투표 안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은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은 절대 보호받지 못합니다. 투표하십시오. 청년실업의 분노와 서러움을 표. 오로지 표로써 나 같은 정치인에게 똑똑히 보여주십시오."

 

솔직히 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최수종이 이와 같은 말을 할 거라고 예측을 했었다. 그러나 예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단순히 드라마일 뿐이야 라고 치부해버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말은 상당히 뼈가 있었다. 우리가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우리의 권익은 죽어간다. 크리스마스다, 연말이다, 그런 분위기에는 들떠있으면서 최근 정치 이슈, 예를 들어 한명숙 비자금 허위진술, 남한의 대규모 연평도 훈련, 국회 예산안 날치기 통과 등에 무심하다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 노예가 되는 길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 속 허민교수의 말을 빌려 끝마무리를 하고자 한다.

 

긴 인류의 역사는 증언하다. 저항하고 투쟁하지 않은 노예에게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데 노예 중에 가장 바보 가고 한심스런 노예가 있다. 자기가 노예인 줄을 모르는 노예와, 짓밟히고 무시당하면서도 그 고통과 비참함을 모르는 노예들이다. 그 노예들이 바로 지난 40년 동안 우리들 자신이었다. (중략)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 내고 거미줄도 수만 겹이면 호랑이를 묶는다. 조상들의 일깨움이다. 국민, 당신들은 지금 노예다.

 

20대 젊음이여. 지금 당신은 노예인가. 당신에게 당신과 같은 20대가 질문을 던진다.

 

/ 임숙정(전주대 고전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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