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의 명산, 미륵산이 훼손돼 신음하고 있다. 등산로가 패이거나 무너진 채 방치돼 있고 음식물 찌꺼기와 음료수병, 비닐 봉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별장가든 방면 등산로는 곳곳이 패여 볼썽 사납고, 수로관이 속살을 드러내는 등 방치된 상태다. 갓길도 힘없이 무너져 내려 지나가는 등산객을 위협할 정도다. 익산시민들의 쉼터이자 동식물의 서식처인 미륵산의 관리가 엉망이다. 휴식년제 시행도 흐지부지돼 이같은 훼손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륵산이 어떤 산이든가. 미륵산은 미륵사지를 품은 익산의 진산이다. 높이는 430m에 불과하지만 익산평야에 평지돌출로 우뚝 솟은 산으로, 오랜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다.
지금은 전북의 중심이 전주이지만 삼국시대까지만 해도 이 지역의 중심은 익산이었다. 고조선의 임금 기준이 위만의 난을 피해 이곳에 세운 나라가 마한이며, 쌓은 성이 현재의 미륵산성이다. 또한 동양 최대의 가람이었던 미륵사지는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스토리텔링을 낳았다. 2009년 1월 미륵사지 석탑 해체과정에서 나온 금제사리함은 당시 백제의 문화가 얼마나 찬란했는가를 웅변해 준다.
더불어 익산토성, 저토성과 성곽, 쌍릉, 왕궁리 사찰을 비롯 제석사지, 사자사지 등은 이 지역이 백제의 또 다른 수도였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유물 유적과 신화 등은 올들어 '익산문화유적지구'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올랐다.
이런 자랑스런 역사와 문화는 미륵산의 넉넉한 품이 있기에 가능했다. 그런 미륵산이 신음하고 있는 것은 익산시민의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익산시는 미륵산의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2004년 휴식년제를 도입했다. 6개 등산로를 2개씩 묶어 2년씩 3차례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1단계로 교원연수원-정상과 심곡사-정상을, 2단계로 약수터-정상과 죽청-장항동-정상을, 3단계로 아리랑고개-정상과 별장가든-정상간 코스를 폐쇄해 등산객의 출입을 막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시행과 동시에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이제라도 미륵산의 훼손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휴식년제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미륵산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함은 물론이다.
한번 훼손된 자연은 인간에게 재앙으로 되돌아옴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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