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1-05 17:46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지역 chevron_right 지역일반
일반기사

"눈칫밥 먹는 친구 이젠 없어요"

무상급식 전면 확대…익산부천초 점심시간

3일 정오께 익산부천초등학교 학생들이 급식실에서 밝은 표정으로 점심을 먹고 있다. (desk@jjan.kr)

지난해까지 도내 농산어촌 초등학생들에 한해 실시됐던 무상급식이 올해부터는 도심지역 학교로까지 전면 확대됐다.

 

학생·학부모 모두는 한달 평균 4만원 가량에 달하는 급식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 경감을 내세워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이 이들 가운데 이번 무상급식 전면확대를 제일 반기는 이들이 있다.

 

무료급식 지원 대상자로서 그동안 친구들이 알게 모르게 눈물젖은 눈치밥을 먹어야 했던 다름아닌 영세민 자녀들과 교사들이다.

 

3일 낮 12시10분 익산부천초등학교.

 

점심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학생들이 급식실로 우르르 몰려왔다.

 

혼합잡곡밥에 닭고기볶음·해물전·멸치조림·아욱된장국 등 언뜻 보기에도 성장기 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양분이 골고루 들어간 알찬 배식대를 보자 학생들은 벌써부터 군침을 흘린다.

 

식사 시작 20여분이 지나자 학생들은 식판을 싹싹 비웠다.

 

식당 한쪽에 잔반통 2개가 있었으나, 버려지는 음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식사는 학년별 교대로 계속됐다.

 

이 학교에서는 전체 무상급식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270여명 정도가 무료급식을 받아왔다.

 

전체 학생이 1100명인 점을 감안하면 학생 3.7명중 1명은 눈물젖은 점심을 먹은 셈이었다.

 

학교 위치상의 학군 탓으로 타 지역 학교보다 무료급식 지원자가 다소 많은 편이다.

 

이른바 차상위계층 자녀로 작년까지 무료급식을 받았던 6학년 김 모양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친구들의 밥을 뺏어먹는것 같아 그동안 마음속으로 미안하고 찜찜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안들어 예전보다 훨씬 더 맛있게 먹었다"며 편안한 맘에서 먹는 즐겁고 행복한 점심을 전했다.

 

김 양의 소꿉친구로서 옆에서 가만히 애기를 듣던 같은반 최 모양이 거들고 나섰다.

 

'친구들이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누가 공짜밥을 먹는지 다 안다'는 최 양은"그런 친구들의 얼굴이 무척 밝아졌다"고 귀띔한다.

 

교사들도 이번 조치에 대해 '큰 멍에를 벗은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급식비 때문에 감수성 예민한 학생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것을 종종 봐 오면서 내심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영양교사 고유나씨(41)는 "이젠 얼마 안 되는 돈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어져 마음이 홀가분해졌다"고 말했다.

 

최영숙 교장(55)은 "무상급식을 받는 학생들에 대해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정말 조심스럽게 행동 하느라, 가슴을 졸여야 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한편 익산에서는 전체 60군데 초등학교 학생 2만451명 모두가 올해부터 너나할것 없이 무상급식을 먹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엄철호 eomch@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지역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