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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연애, 빠름의 미학

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새 학기가 되면 대학생들이 세우는 계획 1순위는? 성적 향상. 그렇다면 2순위는? 연애다. 예전부터 '연애는 하면 할수록 좋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인간의 감정 중 사랑을 으뜸으로 치듯 혈기 왕성한 20대 대부분은 연애를 하고 싶어 한다.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일수록 나중에 결혼 상대도 잘 고른다는 말도 한 몫 해왔다.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요즘 예비역 복학생들은 새로 들어온 신입생 후배를 점찍어 뒀을 것이며, 2~3주 뒤 본격적인 MT를 다녀오면 각 학과와 동아리에는 늘 그랬듯 커플이 여럿 생길 것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남자친구와 곧 백 일을 앞둔 친구는 어떤 선물을 사야할 지 고민하고 있었다. '다 커버린 성인이 3개월 가량 만났다고 그걸 축하하냐'는 혹자도 있을 테지만 이미 백 일은 커플들 사이에서 꼭 챙겨야 할 중요한 기념일이 된 지 오래다. 또 만난 지 22일째 되는 날인 일명 '투투데이'를 챙기는 커플도 종종 있다. 덧붙이자면 투투데이는 대학생보다 중·고등학생들이 더 열광하는 편이다.

 

다시 말하자면 요즘 연애에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속도'다. 주위를 보면 3개월 만난 경우는 보통인 축에 속하고 6개월이면 비교적 길게 만난 편이다. 짧게 만나면 한 달, 더 짧으면 일주일, 심지어 하루도 있다.

 

이쯤에서 요즘 세대들은 연애를 장난으로 생각한다고 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코 그건 아니다. 과거 부모님 세대에 비해 요즘세대는 이성을 만날 기회가 많다. 여대와 군대를 제외하고 강의실, 아르바이트, 학원, 동아리 등 어딜 가든지 이성이 있다. 필자의 경우, 과거 알고 지낸 이성보다 대학에서 만난 이성의 수가 더 많다. 그런데 대학에서 만난 연애 상대와 공유한 시간은 턱없이 적기에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할 수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소요되고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봤을 때 필자를 포함한 요즘 세대는 이를 잘 견디지 못한다.

 

인터넷이 느리면 답답하고, 두꺼운 영어사전을 뒤적거리기 보다는 컴퓨터나 핸드폰 자판을 두드린다. 힘들게 편지를 쓰기보다는 띄어쓰기 포함 40자의 문자메시지가 더 편하다. 이렇듯 빠르고 쉽고 간단한 세상에 길들어져온 세대들에게 애인과의 만남을 백 일 째 무사히 이어온 것은 어쩌면 자랑스럽고 당연히 축하받아야 할 일이다.

 

뭐든지 빨라야 좋다고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는 연애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듯하다. 스마트폰 사용자끼리는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공짜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다. 만약 애인 중 한 명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일반 핸드폰을 쓰는 애인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값이 가끔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이는 실제로 지인에게 들었던 말이다.)

 

아무튼 요즘 연애에 있어 빠른 회전율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그러니 부모님들은 요즘 세대를 보고 너무 언짢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또 필자와 같은 대학생들에게 감히 조언을 하고 싶다. 이별 뒤에도 동요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쿨(Cool)하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이 말은 칭찬이 됐다. 그런데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행동에는 책임이 뒤따르듯 모든 이별 뒤엔 남모를 아픔이 있기 마련이다. 이별이 습관이 되면 시간이 흘러 진정한 자신의 인연이 와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쿨한 가면을 쓰고서 진정한 사랑을 흘려보내는 실수를 하지 않길 바란다.

 

/ 양수지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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