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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공직사회 부패 - 이경재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 지인은 "요즘 공무원들은 대놓고 돈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묘하게 활용한다."고 했다. 그가 털어놓은 몇가지 사례는 뻔뻔스럽기도 하고 악질적인 것도 있다.

 

# 업무와 관련이 있는 부서 공무원이 어느날 김 한 박스를 선물로 보내왔다. '갑'이 '을'한테 선물을 보내오다니 이해되지 않았다. 영문을 몰라 전화했더니 친척이 김 공장을 하는데 잘 팔리지 않아 소화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그 뜻을 헤아리고 수십만 원 어치 김을 팔아줬다.

 

# 부서 회식자리에 별 부담 갖지 말고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냥 지나쳤다간 괘씸죄에 걸릴 것 같아 참석했지만 회식비용을 나몰라라하기가 어려웠다. 괘씸죄는 육법전서에도 없는 고약한 죄 아닌가. 2차 술집, 3차 입가심용 가맥 집까지 200만 원이 깨졌다.

 

# 직원들 경조사도 고질적인 병폐라고 했다. 시도 때도 없이 화환 보내달라, 조화 보내달라 해서 귀찮을 지경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관심했다간 괘씸죄에 걸릴 게 뻔해 수용하고 있다고 했다.

 

더 고약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모두 불법이다. 공직자가 직무관련자로부터 금전이나 부동산, 물품· 유가증권· 숙박권· 회원권 등 선물, 골프· 음식물 접대 등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 여부와 관계 없이 처벌을 받도록 돼 있다.

 

지난 99년 '공직자 10대 준수사항'을 만들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참여정부 때 이를 대통령령으로 법제화했다. 이것이 '공무원 청렴 유지 등을 위한 행동강령'이다.

 

이 행동강령에는 공무원은 직무 관련자한테 경조사를 통지하거나 회식비를 대납케 해서도 안되고 인사청탁이나 이권에 개입해서도 안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위를 이용해 알선· 청탁을 해서도 안되고 상급자의 부당명령에 대한 거부권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행동강령은 지금 글자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 사회에는 부정과 비리가 뿌리 깊게 박혀있다. 특히 고위 공직사회가 심각하다. 징계 따위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효과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라디오연설에서 선출직과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공직자윤리법부터 엄격하게 고치겠다고 했다. 이왕 할 바엔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단호한 대책이 나왔으면 한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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