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이상일 KBO 사무총장

"프로야구 제10구단, 지방정부 지원·주민 열정이 열쇠"

이상일 KBO 사무총장이 올해로 출범 30주년을 맞은 프로야구가 해결해야할 과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안봉주(bjahn@jjan.kr)

KBO(한국야구위원회)에 쏠리는 눈길이 많아졌다. 10구단 창단 때문이다. 권한은 구단주들에게 있지만 행정적인 일처리는 KBO 몫이다. 전주 군산 익산 완주와 전북도가 10구단 창단에 시동을 건 지금 KBO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궁금했다. KBO의 실무행정을 총괄하는 이상일 사무총장(53)한테 전화로 인터뷰 요청을 했다. 민감한 시기라 핑계를 대며 거절하면 어쩌나 했는데 확답이 왔다. 김제가 고향이라 애정도 작용했을 법 했다. 프로야구 2군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야구장 귀빈실에서 두시간 동안 이뤄졌다. 그는 인터뷰 내내 힘있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프로야구계의 대표적인 실무통이자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통한다. 마치 컴퓨터에서 자료가 출력되듯 프로야구 역사나 관련 수치들을 정확히 짚어낸다.

 

야구 저변에 관한 얘기를 나눌 때에도 그는 '일본은 고교 야구팀이 4200개, 한국은 52개팀, 2006년도 등록선수가 한국은 1493명, 대만은 7000명, 일본은 팀이 11,000개' 하는 식으로 즉석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술술 튀어나왔다.

 

그가 야구와 인연을 맺은 건 우연이다. 프로야구 출범 다음해인 1983년 기록원으로 KBO와 인연을 맺었다. 토목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건설업체에 취직했지만 적성이 맞지 않아 그만두었다. 마침 신문에서 KBO 기록원 공개 모집 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했다. 기록원 2기 공채 출신이다.

 

현 이용일(81) KBO 총재(직무대행)가 입사 당시 사무총장이었다. 28년째 이어오고 있는 인연이다. 자신의 결혼식 주례를 이 총재가 섰고 내친김에 딸 주례도 이 총재한테 부탁할 참이다. 한 사람이 '부녀 주례'를 맡는 이색기록이다.

 

야구경기를 처음 본 건 고 1때 롯데가 전주에서 아마추어 시범경기를 할 때였고, 고 3때인 1976년 대통령배 대회가 인연이 돼 야구에 빠졌다. 군산상고에서 김성한 김용남 김종윤이 활약할 당시 1사1루 마지막 공격에서 김종윤이 역전 투런 홈런을 날렸을 때 짜릿한 감동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대학 시절 봉황기 야구대회때는 경기가 열린 16일중 15일이나 경기를 관람했다. 이쯤되면 '야구 광'이다.

 

운영부장과 홍보부장, 사무차장, 총괄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KBO에서 잔뼈가 굵었고 이젠 터줏대감이 됐다. 사무총장은 2009년 7월 승진 발령돼 2년째 KBO의 실무 행정을 총괄하고 있다. 내부 승진으로 사무총장이 탄생한 것은 지난 91년 안희현 사무총장 이후 두번째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강단 있고 세심한 일처리를 해온 덕분에 야구계 내외에서 신망이 두텁고 대인관계도 넓다. 김제 청하 출신으로 원광고와 명지대, 성균관대 대학원을 나왔다.

 

사무처 직원들이 서울에서 제각기 모교 야구경기가 있을 때면 응원하러 가는 게 그에겐 부러운 광경이다. 원광중고 재단 책임자를 만났을 때 "음료수 사들고 모교 야구경기 응원하러 가는게 소원"이라며 야구부 창단을 주문할 만큼 열의가 대단하다. 그 책임자는 즉석에서 관계자를 불러 검토해 보라고 했지만 그 뒤 반가운 소식은 아직 들려오지 않고 있다.

 

-프로야구의 산 증인이랄 수 있는 분을 고향에서 뵙게 돼 더 반갑습니다.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북일보와 인터뷰할 수 있게 돼 제가 영광입니다."

 

-요즘 프로야구 관중들이 많아 기분 좋으시겠습니다.

 

"국민들께서 야구를 사랑하시고 성원해 주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난 17일 프로야구 관중이 올해들어 처음으로 400만명을 넘어섰다. 311경기를 치르는 동안 407만817명이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즐겼다. 지난해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이렇게 많은 관중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요.

 

"남녀 노소 함께 즐길 수 있는 운동이 바로 프로야구입니다. 각 구단들은 꾸준히 투자를 했고 경기력도 향상돼 이젠 어느 팀도 우승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또 팬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운동장 시설이 보완되고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한 것도 한 원인이겠지요.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도 관중을 불러모은 요인이라고 봅니다." 프로야구는 국내 남자 구기 종목 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종목이다. 또 세계 야구 강호들이 출전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함으로써 세계적인 수준의 실력을 과시했다.

 

-그런 점도 있지만 달라진 야구장의 문화 때문이 아닐까요.

 

"예전 야구장이 경기를 보기만 하던 곳이었다면 지금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중년 남성들의 전유물에서 이젠 가족 연인 친구들이 함께 찾는 문화공간, 사교의 장이 된 것이지요. 또 팬들도 피켓을 통해 본인 의사를 표현하는 소통의 스포츠가 되었고, 승패에 연연하기 보다는 분위기 자체를 즐깁니다. 사직구장의 롯데 봉다리 응원· 신문지 응원, 문학구장의 삼겹살을 구워먹을 수 있는 바비큐존· 외야파티 덱· 그린존 등이 이런 문화의 정착을 이끈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했으니 올해로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장년이 된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과제라면.

 

"경기의 기술적인 측면은 미국 일본 등 야구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팬은 계속 늘어나는데 지방구장의 관람환경은 열악합니다. 선수들도 지방의 딱딱한 인조잔디 그라운드에 서면 부상 위험 때문에 몸을 움츠립니다. 구장 인프라 개선이 중요한 과제입니다."

 

-출범 당시 6개 팀이었지만 지금은 8개 팀으로 늘었고 머지 않아 10구단도 탄생하겠지요. 관중은 즐겁지만 구단들은 많은 돈을 쏟아부어야 할 터인데 흑자운영이 가능할까요.

 

"KBO와 각 구단이 마케팅에 많은 심혈을 쏟고 있습니다. 그 결과 경기 외적인 분야의 수입이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미국 MLB 사례에서 보듯, 수익창출의 길은 무궁무진합니다. KBO와 각 구단들이 구장 내 사업, 티켓 판매, 광고, 중계권, 마케팅사업 다각화 등의 분야들을 개척한다면 충분히 이익 있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KBO는 프로야구 출범 30주년을 맞아 제 10구단을 창단하고 2020년에는 12개 구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장 10구단 창단을 겨냥한 지역들이 많은데 어느 지역들이 의향을 밝혀왔나요.

 

"수원, 안산, 용인, 고양시 등이 야구단 유치 의향을 갖고 있습니다."

 

-수원시가 창단의향서를 KBO에 제출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내용이 담겨있습니까.

 

"수원을 연고로 창단하는 기업에게 '야구장 명칭 사용권'(Naming Rights)을 부여하고 200억 원을 들여 기존 수원구장의 관람석을 전면 정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스카이박스, 풀컬러(Full Color) 동영상 전광판 설치, 조명타워 전면교체 등의 리모델링 계획이 담긴 10구단 창단 의향서를 KBO에 제출했습니다. 향후 수원· 화성· 오산시가 통합하면 새로운 구장을 건립하고 야구장 장기임대(3~25년) 및 야구장 사용요율을 인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야구장 내 식음료 판매권 및 광고권리 등 야구 외 사업수입 권리도 구단에 부여하는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제시했습니다."

 

-지금도 서울 연고구단이 세곳이나 되는데 그런 자치단체들에게 10구단이돌아간다면 수도권 중복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까요.

 

"그점을 지적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역간 균형을 고려해 현재 프로야구단이 없는 도시지역의 야구단 유치가 더 시급하다는 의견에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8개 구단중 두산베어스와 LG트윈스, 넥센히어로즈가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다.

 

-기업이 아닌 자치단체가 선두에 서서 프로구단 창단 작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방 정부는 주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하기 마련입니다. 주민 열망이 크고 프로야구단 유치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자치단체가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일본도 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프로구단 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창원시와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 과정을 보면서 벤치마킹으로 삼아야 할 점이 있다면, 그리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엔씨소프트의 창단은 자치단체와 기업, 주민들의 염원이 하나가 되어 순조롭게 진행된 이상적인 케이스였습니다. 창원시는 프로구단 창단이 새로 탄생한 통합시의 주민 단합에 가장 좋은 컨텐츠라고 판단했고 또 경제적 파급효과와 홍보효과 등을 꿰뚫어 보고 전례 없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엔씨소프트 역시 창원시의회의 반발로 막판에 진통을 겪었지만 끝까지 창단 의지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관련 단체들이 열린 마음으로 소통했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10구단 창단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 있습니까. 어렴풋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꼽는다면.

 

"먼저 지방 정부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지역주민들의 열정이 확인되면 기업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겁니다. 그런 기업은 많습니다."

 

-전북에서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10구단 창단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다른 자치단체들과 비교해서 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전북은 1990년대 전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단을 유치하고 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 10년간 야구단을 운영했던 경험은 다른 어느 도시보다도 큰 장점이고 또 유치 열정이 강력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제 막 추진위를 구성한 전주 군산 익산 완주 등 4개 자치단체와 전북도한테 조언하신다면.

 

"무엇보다 전라북도의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야구계에 인식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지만 야구단을 운영한 소중한 경험을 잘 살려야겠습니다." KBO에는 전국 각지에 고향을 둔 많은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전북이 10구단 창단 움직임을 보이면서 고향이 전북인 자신도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다고 털어놓았다. 지역 이야기가 나오는 민감한 부분에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전북엔 쌍방울 레이더스가 있었지만 모기업 부도로 연고지가 인천으로 넘어갔습니다. 도민들은 기득권을 살려야 하고 10구단도 당연히 전북에서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충분히 공감합니다. 건전한 여가의 장인 프로야구에서 시민들이 소외되는 지역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균형발전도 중요하고요."

 

-도민 열의는 부산이나 광주 못지 않습니다. 기아타이거즈 경기를 보러 대전이나 광주에 원정 가는 팬들이 많습니다.

 

"군산구장에서는 1년에 9차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데 매 경기마다 수많은 야구팬들이 야구장을 가득 메워주고 계십니다. 지역 주민들의 야구에 대한 사랑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열망을 10구단 창단 때 KBO가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요.

 

"KBO는 리그의 전체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곳입니다. 신생 구단의 성공적인 리그 진입을 위해 여러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구단 창단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큰 틀에서 두가지를 들 수가 있습니다. 첫째는 야구단을 운영할 기업이 올 수 있는 조건을 지방 정부가 얼마 만큼 준비하느냐 입니다.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지방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다면 굳이 다른 지방을 버리고 이곳에 올 리 만무할 겁니다. 둘째는 지역 주민들의 열정입니다. 야구에 대한 주민 열정이 없다면 기업이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야구단을 운영할 리 없겠지요."

 

-향후 12개 구단을 만들어 동부와 서부, 양대 리그로 운영할 계획이라면 지역별 배려도 주요 고려사항일 텐데 10구단 창단도 이런 틀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요.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균형발전을 이루고 야구 소외 지역도 없애는 쪽으로 가야 맞습니다. 하지만 야구단 유치의지가 관건이겠지요."

 

-도민들이 머지 않아 10구단 창단을 보게 될까요.

 

"전라북도의 야구단 유치를 위한 준비와 도민들의 강력한 열정이 함께 한다면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야구 외길을 걸어왔는데 야구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야구는 인생이고 드라마다. 경기 내용 자체도 그렇거니와 삶도 야구를 떠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10구단 창단을 열망하는 도민들에게 한 말씀.

 

"야구를 사랑해 주시는 도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도민 여러분들의 열정이 모이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평창 올림픽 유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민관이 합심해서 열정을 보여 줬기 때문입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전라북도에 멋진 야구장이 들어서서 그곳에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와 도민 여러분들의 함성을 듣기를 바라겠습니다."

 

/ 대담 이경재 선임기자

이경재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전주시 6시간 28분 49초로 종합우승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통산 3번째 종합우승 전주시…“내년도 좋은 성적으로 보답”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종합우승 전주시와 준우승 군산시 역대 최고의 박빙 승부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 지도자상 김미숙, “팀워크의 힘으로 일군 2연패”

스포츠일반[제37회 전북역전마라톤대회] ‘최우수선수상’ 박재우, 소구간 2곳 1위